여성들 양길승 전 실장 향응파문 남성구태 전형 비난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여성 접대부를 동반한 술자리를 가진 뒤 금품향응까지 제공받은 게 사실로 드러나자 시민들은 넌더리가 난다는 반응이다. 여성들은 특히 여성 접대부가 호텔방까지 따라 온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아울러 사건의 본질이 몰래카메라나 적대세력의 ‘음모론’이 아니라 새 정부 인사들의 도덕성이라며, 청와대의 반성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은 5일 양길승 제1부속실장 관련 자체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 수석은 “양 실장이 술자리에서 과다한 접대와 선물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 청탁을 하거나 부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바 없으므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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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방송이 방영한 양길승 전 실장이 호텔을 나서는 모습. 양 실장은 결국 200여만원의 향응과 선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종업원 호텔방까지 동행 확인

참모진 도덕성 혁신 여론

청와대 자체조사 뒤 5일 사표 수리

문 수석은 특히 “접대부의 동숙을 거절하고 돌려보낸 것도 좋은 정상”이라며 “이른바 몰카와 음모설 등으로 인해 본질에 비해 파문이 터무니없이 과다하게 확산되고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 실장의 사표는 인사위원회를 거쳐 휴가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5일 수리했다.

“접대부 동숙 거절”

청와대가 43만원으로 알려진 양 실장 일행의 2차 술값이 215만원이었고 술집 여종업원이 호텔까지 따라갔다는 등의 사실을 새로 밝히긴 했지만, ‘억울한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너무 안이한 대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성들은 특히 양 실장이 여성 접대부들이 합석한 술자리에 오랫동안 같이 있었고, 여성 접대부가 호텔방까지 따라오게 했다는 점에 분개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성매매를 뿌리뽑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해 왔던 탓이다.

여성부가 성매매 근절을 핵심과제로 내놓고, 성을 사고 판 이 모두를 처벌하는 성매매방지법이 국회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가장 솔선해야 할 청와대 인사가 성매매 가능성이 뻔히 보이는 회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판단이었다는 지적이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젊음과 개혁성을 기치로 내 건 참여정부 핵심 인사가 경솔한 행동을 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되지 않는다”며 “200여 만원의 술 접대에다 성매매 접대까지 받을 뻔한 사실은 통탄할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성매매 근절 의지에 위배

청와대 쪽은 이 부분에 대해 “양 실장과 동행한 여종업원은 호텔방까지 따라갔으나 양 실장이 바로 돌려보냈다”며 여종업원 관리마담 백아무개씨에게 확인한 사실까지 밝혔다.

반면, 양 실장이 검찰이 수사 중인 이른바 ‘음모론’의 희생양일 뿐이라는 주장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 쪽 한 인사는 “양 실장은 평소 성실하고 바른 정신을 갖고 있는 이”라며 “곳곳에 도사린 정적과 이해세력 등의 음모에 걸려들어 아까운 사람만 다친 셈이 됐다”고 그를 두둔했다.

양 실장 본인과 청와대 쪽 설명대로 대선 때 고생을 함께 한 사람들의 초청으로 간 자리에서 이런 저런 접대를 받은 건 불가피한 일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여론은 엄격한 도덕성과 판단력 부족을 질타하는 분위기다.

이상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몰래카메라가 없었다면 양 실장의 탈선이 덮어졌어야 할 문제냐”며 “언론의 비판과 상관없이 청와대는 엄격한 도덕성을 지녀야 하며, 도덕적 자정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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