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6일 최종 결정
부친 법정에 나타나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 영상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24)의 미국 송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첫 심문이 19일 열렸다. 손정우 측은 “미국 송환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며 손정우의 부친이 법정에 나타났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 심리로 열린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 사건 첫 심문이 열렸다. 손정우 측 변호인은 “서버를 국내에 두고 본인 집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한민국 영역에서 벌어진 범죄로, 대한민국에서도 처벌 법률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처벌하는 것은 속인주의와 속지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인도청구한 손정우의 범죄수익은닉죄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범죄인인도법 제7조는 ‘범죄인이 인도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가 된다.
손정우는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에서 성착취 영상을 판매하고 받은 비트코인을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서 부친의 은행계좌에 송금하고 일부는 환전 도박사이트에 이체했다. 검찰은 손정우가 자신의 계좌를 이용하지 않은 것을 들어 범죄수익 은닉 정황으로 봤다.
손정우 측은 “손씨가 아버지 계좌를 이용한 것은 당시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가 없어 여러 인증절차 때문에 아버지 것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도박사이트에 보낸 자금은 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게 아니라 코인을 주고 파는 도박에 관여한 것으로, 투자목적으로 다른 코인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검사가 기소하지 않은 것은 범죄 소명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무죄를 확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미국이 손정우에 대해 범죄수익은닉 외 국내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아청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재차 처벌하지 않겠다는 보증서가 없으므로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부장했다.
검찰은 “랜섬웨어 등 범죄행위지와 결과발생지가 다른 나라에 해당하는 범죄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서버는 다른 나라에 있지만, 실제적인 범죄 관련 행위가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고 그게 수익이 되면 그 나라에서 범죄를 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다. 자국민이라고 해서 인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상당기간 수사를 했으며 해당 수사자료와 증거물을 보면 범죄사실은 충분히 소명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범죄인인도법은 인도청구 범죄 외 이중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인도조약에 따르며, 보증이 꼭 필요치 않고 실제 보증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11일 손정우의 부친이 손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에 대해 기소 계획이 있는지 여부와 미국의 보증 필요 여부 등에 대해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다.
송환여부는 다음 달 16일 추가 심문을 진행한 후 당일 결정될 방침이다. 재판부는 “다음 심문기일은 간단히 변동사항만 체크하고 결정을 고지할 것”이라며 “그날은 피고인 본인을 소환해서 마지막 이야기를 듣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는 손정우의 부친이 모습을 드러냈다. 심문 직후 취재진들의 질문을 피하다가 “죄는 위중하지만 아비로서 미국으로 보낸다는 것이 불쌍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손정우의 부친은 지난 5일 손정우의 미국 송환은 가혹하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청와대 국민동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청원 글에서 “자기 용돈은 자기가 벌어보고자 시작한 것이었고 나중엔 가족이 조그만 전세 사는 것을 안타까와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미국 검찰은 지난 2018년 8월 손씨에게 아동 음란물 배포 등 9개 혐의를 적용해 미국 법원에 기소한 상태다. 앞서 법무부는 손정우의 미국 인도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자금세탁' 혐의를 적용했다. 미국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르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자금세탁 규모가 50만 달러 이상이면 최대 징역 20년, 50만 달러 미만이면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게 된다.
손정우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 다크웹을 통해 아동 성착취 영상을 판매한 혐의 등으로 1년6개월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지난달 27일까지 복역했다. 재판 당시 손정우의 범죄 수익은 4억여 원으로 책정됐으나 ‘웰컴투비디오’의 규모와 자금흐름을 따졌을 때 4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을 숨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손정우가 운영한 ‘웰컴투비디오’에서는 생후 6개월 영아에 대한 성착취 영상물까지 존재했으며 가장 인기있는 검색어는 ‘%2yo’(2세), ‘%4yo’(4세) 등이었다. 손씨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이용료를 받았으며 가상화폐의 시세가 변화할 때마다 할인 이벤트 등을 벌이며 적극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