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매 과정에 여성 영향력 커져
메인 모델로 속속 등장

기아차는 12일 여성 코미디언 장도연씨를 경차 '모닝 어반' 모델로 서정해 찍은 광고를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에 선보였다.ⓒ기아자동차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여성을 자동차 광고 모델로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 고객 비중이 높아 남성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자동차 광고에서 이례적으로 여성이 운전대를 잡거나 구매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장면을 연출해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초 출시한 준중형 세단 7세대 ‘올 뉴 아반떼’ TV 광고는 남자 모델 없이 ‘제2 청춘카’란 제목으로 중년 여성들을 기용해 선보여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광고에서 국내 최초 여성 시니어가 등장한다. 티켓 예매창을 보고 있는 한 여성이 문화 생활을 위해 예매를 하고 또 다른 여성이 등장해 운전해 친구 집 앞에 간다. 다른 여성이 집 계단에서 ‘셀카봉’에 핸드폰을 달고 웃는 표정으로 내려온다. 4명의 중년 여성들이 흰색 아반떼를 함께 타고 공연장을 가면서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광고가 마무리된다. 이 광고에서 남성은 나오지 않는다. 2030 젊은이보다 경제적 여유를 갖춘 시니어 중 여성을 주목한 것이다.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나이드신 분들이 고급스럽고 큰 차를 선호한다고 생각하지만 부담 적고 아담한 소형차를 선호한다” “광고 진짜 잘 뽑았다. 시대흐름 잘 읽길” 등 긍정적 반응이 다수였다.

실제로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아반떼는 사전계약대수 1만6849대 중 20~30대 고객은 7413대로 44%를 차지했다. 이 중 여성 고객 비중이 2965대로 약 40%였다. 40~50대(남녀 포함) 구매 비중도 약 42%였다.

자동차 업체들은 여성들의 구매 비중이 높은 차들에 여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기아차는 12일 여성 코미디언 장도연씨를 경차 ‘모닝 어반’ 모델로 선정해 찍은 광고를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에 선보였다. 장도연씨은 ‘이게 다 모닝’이란 주제로 브이로그(Vlog) 콘셉트로 키 174cm 장신이 타도 손색이 없다는 경차라는 점을 보였다. 장씨는 여성이 비교적 자동차 용어에 익숙지 않음을 감안해 특유의 말투로  차 용어와 기능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가 체험한 모닝 어반은 3세대 모닝의 상품성을 개선한 부분변경 모델이다. 역동적인 외장 디자인을 비롯해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등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동급 최초로 적용했다. 15.7km/l 동급 최고의 연비 등 경쟁력을 갖췄다. 장씨는 여성들이 운전 중 맞딱뜨리는 곤란한 상황을 재치있게 그려냈다. 주차장에서 갑자기 다른 차들이 나타났을 때 자동 제어로 충돌 장면을 막았고 여름철 통풍 시트를 켜거나 에어컨 작동 등 여성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능을 생생히 접할 수 있게 했다.

르노삼성은 3월 출시한 소형 SUV ‘XM3’ TV 광고에서 여성 소비자 표정에 따라 남성이 자동차를 구매를 고려하는 장면을 선보였다. 판매장에 억지로 남자친구와 온 여성이 처음에 차량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 그러다 여성이 내부 디자인을 살펴보고 차에 앉아본 뒤 차에 만족해하자 남성이 '드디어 차를 구매하는 구나, 아싸'하며 미소짓는다. 최근 몇 년 사이 여성들의 구매력이 늘고 자동차 구매 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여성을 메인 모델로 내세운 광고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다.

쌍용자동차는 소형 SUV 티볼 리가 지난 2015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여성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올해 초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티볼리는 ‘2019년 여성이 선택한 자동차 TOP10’에서 1위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집계에서도 티볼리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여성 운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에 앞서 쌍용차는 지난해 티볼리 부분변경모델인 ‘베리 뉴 티볼리’를 4년 만에 내놨다. 티볼리 광고 모델로 모델 문가비씨를 선정해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쌍용차는 차량 설계와 디자인부터 티볼리에 여성 소비자의 편의성을 대폭 반영했다. 여성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계기판을 적용해 세련된 느낌을 줬고 시트 색상을 3가지로 늘렸으며 수납공간 수를 넓게 해 여성 운전자들이 선글라스나 구두 등을 차 안에  두는 등 성능과 내부 인테리어를 개선했다. 이밖에도 차선변경 위험경보, 후측방 접근경보, 앞차 출발 알림, 탑승객 하차 보조 등 첨단 기능을 대거 탑재해 여성 소비자의 안전 운전을 배려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에 따르면 티볼리 여성 구매자는 2015년 42%에서 2018년 70%까지 늘었다.  

자동차 회사들이 여성 소비자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여성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카이즈유에 따르면 2019년 신차 구매자는 남성 79만8000대, 여성 33만400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자동차 보유자 숫자가 올해 3월 남성 1520만7000명, 여성 522만7000명으로 격차가 크다. 여성 고객이 차 소유가 월등히 적어 그 차이만큼 여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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