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많이 가는 유통업계
비대면 서비스 도입중…
일자리 빙하기 이어질 듯

한 여성 구직자가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코로나19가 불러온 일자리 위기가 일자리 취약계층인 20대 여성 취업 준비생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음식점이나 카페, 호텔 등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고용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20대 여성에게 더욱 심각했다. 위기 시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고용구조의 외곽에 위치한 숙련이 덜 된 인력부터 내보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56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47만6000명(1.8%)이 줄었다.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진 1999년 2월 65만8000명이 감소한 이후 2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외환위기급 고용 충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광객 감소, 개학 연기와 학원 휴업 등 영향으로 숙박 및 음식점업과 교육서비스업 취업자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 쇼크’는 고용 취약계층인 청년에 더 혹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4만5000명 감소한 365만3000명이었다. 2009년 1월(26만2000명 감소) 이후 11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1년 전보다 1.4%p 내린 59.4%로 2010년 4월(59.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줄어든 수치만큼 청년층이 4월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성 취업준비생은 앞 길이 더 막막하다. 경제활동인구는 2773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5만명 줄었는데 여성 취업자는 1182만2000명으로 같은 기간 29만5000명(2.4%)가 감소해 남성보다 취업자 감소 폭이 더 컸다. 남성 취업자(1591만2000명) 수는 전년 동월보다 25만5000명(1.6%)이 줄었다.

더욱이 정부가 제시한 청년들을 위한 공공일자리도 디지털, 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됐는데 코로나19 여파를 비교적 적게 받는 IT직종 등은 상대적으로 여학생들이 많은 인문계보다 수요가 많아 취업하기 쉬워 여학생들이 취업 기회 자체를 잡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은 커뮤니티에서 “나도 대기업 준비하면서 수없이 떨어지고 취업이 너무 어려워 직무 살릴 곳으로 갔는데 여자 취업은 언제나 어려운 것 같아”라며 “내 친구들(20대 후반)보면 취업이 안 돼 부모님 가게 같이 하거나 알바나 다른 길로 가는 친구들이 있는데 좋은 대학 나와도 그렇고 넘 아쉽고 슬픈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로 예년 같으면 상반기 채용 일정이 나와 5월이면 면접이 진행되곤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채용 공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 중인 한 대학교는 학생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질 뿐 학교 밖에 걸려 있던 채용안내 현수막이 없었다. 상반기 채용 대비반 등이 미뤄지거나 예년처럼 오프라인으로 채용 설명회나 멘토링 등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발 고용 쇼크는 20대 여성이 주로 취업하는 일자리 위주로 먼저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달 산업별 취업자 수를 보면 20대 여성 취업준비생이 선호하는 숙박 및 음식업 취업자가 21만2000명, 교육 서비스업이 13만명, 도매 및 소매업이 12만3000명 줄면서 각각 통계가 개편된 2014년 1월 이후 가장 크게 떨어졌다. 대면 업무가 많은 이들 분야는 상대적으로 20대 여성이 종사하는 아르바이트 비중이 높은 특성이 있다.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집계도 임시직은 58만7000명, 일용근로자 수가 19만5000명 줄어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축소 및 연기하거나 자격증 등 일정이 기약없이 미뤄져 여성 취업 준비생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잡코리아가 최근 국내기업 560개를 대상으로 설문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직원채용 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채용 계획대로 채용한 기업은 21.4%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채용을 못한 기업은 55.9%, 서류전형은 했지만 면접을 진행하지 못해 채용을 못한 기업이 33.8%, 회사 경영 사정 악화로 채용을 못한 기업은 27.6% 등이었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3월 고용동향에 영향을 미쳤던 코로나19 여파가 4월 영향을 미쳤다”며 “청년층과 여성 취업자 수가 많이 줄었고 임시,일용 근로자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혀 여성 취업자 수가 줄어들었음을 인정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위기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번 4월 고용동향에서 눈에 띄는 점은 코로나19로 구직 의지가 없으면서 취업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1669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83만1000명이 증가한 것이다. 2000년 6월 이후 최대폭이다. 이 중 코로나19 고용 위기로 인해 일시 휴직자가 240만8000명으로 폭증했다. 전년보다 43만700명이 늘었다. 일시 휴직자 중 여성 비율은 64.2%로 이들이 일시 휴직 이후 직장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고용 위기가 실업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의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요원해 고용 위기가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한 취업 준비생은 인터넷 카페에서 ‘대기업공채 이번에 코로나로 인해서 연기되겠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코로나19 때문에 채용을 연기하거나 다 안하는 것 같다”며 “취업난에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대기업 공채는 없고 취업하기 더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적었다.

아울러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20대 여성이 비교적 많이 가는 유통업계가 비대면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어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 및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극장, 식당 등 손님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직접 가는 대신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 로봇이나 무인화 기기 등 설치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들이 예전만큼 아르바이트 채용 규모를 뽑을지 미지수란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한 뒤 그 경력을 살려 취업하기도 했던 이들의 기회가 점차 없어지는 셈이다.

이마트 700대, 롯데마트 500여대 등 대형마트들은 무인 계산대를 설치했으며 오프라인 점포 직원은 감소하는 추세다. 롯데마트는 고용인원을 5년 전 점포당 117명에서 104명으로 11%를 줄였고 이마트도 직원을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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