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터뷰 - 21대 초선의원을 만나다] 국민의당 최연숙 당선인
코로나19 심했던 대구 의료계 현장에서 환자 돌보며 국회 입성
“감염병 대응체계 만들고...국민 삶 바꾸는 실용정치 하겠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국가적 재난의 최전선에는 감염병과 싸운 의료인들이 있었다. 21대 국회 초선 의원으로 입성할 최연숙 국민의당 당선인은 코로나19로 도시 마비 상태를 맞은 대구 의료계 현장에서 21대 총선 기간에도 선거가 끝나고 최근까지도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봤다. 환자들 돌보는 중에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간호사로 38년을 일했다.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대구의 한 대학 병원에서 간호부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병원은 지역 거점병원이었지만 코로나19 감염병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에는 시스템에 한계가 있었다. 감염병 상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에서 온 응원편지 앞에 선 최연숙 당선인. ⓒ최연숙 당선인 제공.
전국에서 온 응원편지 앞에 선 최연숙 당선인. ⓒ최연숙 당선인 제공.

선거 기간에도 환자를 돌봤던 간호사

최 당선인은 대구에서 태어나 평생 대구에서 살면서 간호사로서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정치를 결심한 계기는 의료계 현장에서 절실하게 느낀 것을 국회에 반영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은 '전문가로서 의견과 목적이 뚜렷하다면 언제든 함께 할 수 있다'는 안철수 대표의 말 때문이었다. 안철수 대표의 제안을 받은 것은 아니고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안철수 대표님이 대구에 막 왔을 때만 해도 인사만 나누는 사이였지 그 전까지 알고 지내던 분이 아니었다. 제게도 안철수 대표는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하고 서류 심사, 화상 면접, 토론 면접 등을 거쳐 국민의당 비례대표가 됐다. 정치를 하겠다는 딸에게 구순이 넘은 부모님은 걱정된다고 반대했다. 남편과 자녀들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지지한다고 했다.

“정치신인이지만 나도 간호 현장의 전문성을 살려 간호서비스를 선진화하고 국민 건강권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희생한 의료인들과 시스템적인 한계를 본 상황에서 감염병 상시 대응체계 등 보건의료 시스템을 새롭게 잘 구축하고 싶었다.”

최 당선인은 전문성을 살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간호현장과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한 가운데서 느낀 국가의 감염병 대응체계의 보완점과 숙련된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긴급한 사태에서 숙련된 간호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 숙련된 간호사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다. 숙련 간호사의 장기 근무를 위한 근로환경 처우 개선 등을 고민해야 한다.”

그는 감염병 대응 현장에서 의료인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기억하고 있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방호복과 장비는 평소보다 더 힘든 강도의 노동을 요구했다.

“레벨D 방호복과 고글,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숨 쉬기조차 어렵다. 고글이 눌려서 얼굴이 파이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그런 옷을 입고 들어가서 2시간 정도 환자를 돌보고 간호하면, 화장실을 가기도 어렵고 땀이 굉장히 많이 나서 탈수현상도 일어난다. 초기에는 구토하는 간호사, 쓰러지는 간호사도 있었다.”

집단 감염으로 환자들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최 당선인을 포함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을 버틸 수 있게 했던 것은 눈앞의 환자들에 대한 책임감과 전국에서 오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한 가족이 같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는데 확진 날짜가 다르다보니 병원에 뿔뿔이 흩어져 지내는 일이 많았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 보호자 없이 홀로 입원하는 경우에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한 번은 연세 드신 노부부가 함께 확진돼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할아버지께서 치매 증상이 있었다. 같은 확진자인데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돌보는 모습을 보고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 당선인이 있는 병원으로 전국에서 많은 지원 물품과 격려 편지가 왔다. 병원에서는 격려 편지들을 벽에 붙였다. 최 당선인은 힘들 때마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려 ‘힘내세요’라는 메시지를 보고 힘을 얻었다. 가슴에 뭉클한 감동이 일었다.

“환자가 급증해서 병원에서 다 수용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하면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겸허한 자세로, 절실한 마음으로 21대 국회에서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의료체계를 만들고 싶다.”

최연숙 21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인. ⓒ최연숙 당선인 제공.
최연숙 21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인. ⓒ최연숙 당선인 제공.

38년 한 길 간호사로 살아온 시민이 국회로

올해 예순, 최 당선인의 꿈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간호사였다. 간호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지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40~50년 전에 제가 어릴 때는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주위에서 왜 간호사를 하려고 하느냐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어도, 고등학생이 되어도 간호사라는 꿈은 더욱 간절해졌다. 남을 도와주는 일은 물질로도 할 수 있지만 제가 풍족한 돈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재능으로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게 간호였다.”

그는 환자들이 잘 치료받고 퇴원해서 고맙다고 말할 때 간호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코로나19 현장에서 한 환자분이 열이 38~39도까지 올라 병원에 오셨을 때 숨 쉬기 답답하고 힘들다고 했다. 그분은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감염병에 대해서도 불안해 했다. 치료약이 없다시피한 상태에서 대중적인 치료를 하면서 다행히도 하루하루 나아졌다. 환자분이 완치해서 퇴원했는데 나중에 병원으로 고맙다고 전화를 했다. 간호사로서 환자가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큼 보람 있는 일은 없다.”

"여성이 다수인 간호계 과제 해결하겠다"

간호계는 숙련 간호사 부족, 신규 간호사 교육, 생체리듬을 무너트리는 3교대 근무 등 간호 인력 부족과 양성, 유지 측면에서 여러 가지 과제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시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효용성은 여전히 미흡하다.

“신규 간호사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의료 현장에 투입된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 오면 바로 환자를 대면해야 한다. 신규 간호사 교육 과정이 있지만 막상 현장에 투입될 때 신규 간호사들이 겪는 두려움이 크고 스트레스가 심하다. 간호사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나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이러한 제도가 뒷받침 돼야 숙련 간호 인력이 만들어질 수 있고, 감염병 유행 같은 긴급한 사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간호계 숙원 과제인 3교대 문제도 숙련 간호사를 배출하지 못하는 한계로 꼽힌다.

“남성 간호사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간호 인력의 다수는 여성이다. 3교대 근무는 생체 리듬을 깨트려 오래 경력을 쌓고 간호 일을 하는 데 난관으로 작용한다. 특히 결혼, 임신, 육아와 더불어 일을 병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 사직 비율이 높아진다. 일부 병원에서 교대근무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

최 당선인은 교대 근무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이 21대 국회에서의 소명이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증가했지만 정치 참여도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여성들이 당당하게 처우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노르웨이 같은 나라를 보면, 여성들의 사회 참여 증가 이후에 정치 참여도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성들이 정치에도 적극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최 당선인의 목표는 국민의 삶을 직접 해결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소수정당이기는 하지만 국민의당에서 실질적인 삶을 바꾸는 실용 정치를 하고 싶다.

“국회 임기가 끝날 즈음에는 국민의 가까이에서 삶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실용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스스로의 언행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정치인으로 국민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최연숙 21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인. ⓒ최연숙 당선인 제공.
최연숙 21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인. ⓒ최연숙 당선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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