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수 누리는 반려동물 시장
분양 할인부터 무료 증정까지
학대·유기 부르는 통로 돼도
막을 수 없어

어린이와 강아지. ⓒpixabay
어린이와 강아지. ⓒpixabay

 

어린이날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반려동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잡기 위해 일부 관련 업계들도 발 빠르게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준비 없는 반려동물의 입양은 학대와 유기로 이어진다며 우려하고 있다.

쓱닷컴(SSG.com)은 지난해 5월1일에서 7일일까지 반려동물 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월 같은 기간에 비해 107%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강아지 산책 등에 필요한 가슴 줄 제품은 전달에 비해 8배나 증가하기도 했다. 이때의 반려동물 용품 매출은 같은 기간 아동용 완구와 아동복 매출 증가율 54%의 2배에 달한다. 쓱닷컴 관계자는 “두 가지 원인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인구가 늘어 이들의 소비가 반영된 경우와 어린이날을 맞아 자녀에게 반려동물을 선물하고 이어 필요한 용품들을 추가로 구입하는 경우”라고 밝혔다.

국내 대규모 동물판매업체들도 어린이날을 맞아 강아지·고양이 분양 할인에 나섰다. 서울 강남과 일산 등에 대형 매장을 갖춘 P업체는 특수를 앞두고 할인이벤트와 함께 인기 있는 ‘비숑 프리제’, ‘포메라이언’ 등 품종의 강아지들을 대거 들여왔다고 홍보 중이다. D업체도 10일까지 최대 70% 분양가를 할인한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이 받고 싶은 선물에 반려동물이 순위권에 오른 지는 오래됐다. 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일수록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무수히 많다. 지난 2017년 농촌진흥청이 초등학교와 특수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93명을 대상으로 강아지와 토끼를 기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참여한 어린이들은 자아존중감, 인성, 사회성 등 긍정적인 정서는 10% 이상 높아지고 공격성, 긴장 수준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는 20% 가까이 낮아졌다. 사회 전반적으로 동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며 적극적으로 입양을 고려하는 가정이 늘었다. 2018년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은 565만 가구로 전체 2천만 가구의 25% 이상에 달했다.

문제는 준비 없는 반려동물 입양과 관련 업체의 동물 복지 등을 위반한 영업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서울 시내 이마트 29개 중 5개 지점은 수족관 매장에서 ‘어린이날 금붕어 무료 증정’ 이벤트를 벌였다. 한 가족당 금붕어 3마리씩, 총 300마리를 증정하는 행사로 금붕어를 기르기 위한 수조와 여과기 등 물품은 포함되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이마트 측은 급히 금붕어 증정 행사를 취소하고 이후에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육아 카페에서도 ‘공짜’ 반려동물의 고충을 토로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리꾼 ‘꽃핀화분’은 “초등생 아들이 강아지를 사달라는 걸 몇 년째 막아왔는데 학원에서 주는 햄스터를 덜컥 받아왔다. 학원에선 돌려보내도 기를 수 없으니 안 받겠다고 하고 어떡하냐”고 호소했다.

배경에는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최소한의 거름망이 없고 동물보호법상 동물의 무료 증정 행위 등에 대한 제재가 없는 현실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지만 동물생산업, 판매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동물 입양의 허가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정의 수의사는 “지난 1월 통과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개, 고양이에 대한 판매월령 및 등록월령 일치와 판매시 등록을 의무화한다. 이러한 법은 생산업과 판매업 종사자에 대한 규제로써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반려인에 대한 사전 규제 조치는 없기 때문에 효과를 속단할 수 없다”며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반려동물 입양시 그에 따른 시험과 훈련소 이수 등을 조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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