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위메프 제치고 쿠팡 이어 2위
이용자 중 여성 60.4%
‘지역 기반’으로 거래 범위 제한
택배 거래 아닌 직거래 대부분
‘사업자’ 유입도 철저히 막아
거래 수수료는 0원
지역 맞춤형 광고로 수익

가격이 5000원부터 다양한 상품이 당근마켓 홈페이지에서 중고거래 물건으로 올라와 있다. ⓒ당근마켓 앱 캡처

 

#.30대 직장인 조모씨는 최근 당근마켓에 푹 빠졌다. 안 쓰는 청소기를 쉽게 처리해 소소한 수익을 얻으면서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은 물론 재활용한다는 보람과 재미까지 느끼고 있어서다.

얼어붙은 소비심리에도 여성들 사이에서 모바일 중고거래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불황에 아끼려는 소비 습관이 커지고 이용자 누구나 물건을 쉽게 판매하고 구매하는 앱 편의성에 이용자가 더 늘고 있는 중이다.

국내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중고거래 앱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앱 시장 1위 앱 당근마켓의 일 사용자 수는 이달 10일 기준 약 156만명 수준으로, 3위 11번가(137만명), 4위 위메프(109만명), 5위 G마켓(107만명) 등을 압도적으로 따돌리며 2위에 안착했다. 1위는 쿠팡(397만명)이다. 전체 쇼핑앱 톱5 중 중고거래앱은 당근마켓이 유일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체 중고거래 앱 사용자는 492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고거래 앱의 주 사용자층은 3040세대로 전 세대에서 여성 사용자 비율이 남성 사용자보다 높았다. 번개장터와 중고나라, 헬로마켓에서 사용자 성비는 대략 반반이었으나 당근마켓에선 여성 비율이 60.4%로 집계돼 눈길을 끌었다. 옥션중고장터의 남성 비율이 63.1%인 결과와 상반된다.

이뿐만 아니다. 당근마켓은 3월 기준 중고거래앱 사용률과 중고거래 앱 단독 사용률 등 지표에서도 각각 67.6%, 68.1% 등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기록했다. 번개장터는 57.2%, 헬로마켓 42.3%, 옥션중고장터 39.7%, 중고나라 32.5%였다. 1인당 평균 사용시간도 당근마켓이 3.16시간으로 전 기간 동안 타 경쟁앱과 차이를 벌이며 1위를 차지했다. 월 순 방문자수만 314만명, 월 거래액도 500억원에 이른다.

2015년 설립된 국내 중고거래 시장 후발주자인 당근마켓이 어떻게 중고거래 앱 경쟁에서 선전했을까. 2003년 네이버 카페에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을 연 만든 중고나라가 있음에도 당근마켓이 두각을 보일 수 있는 데는 철저한 지역 기반 직거래와 소소한 가격에 물건 거래, 커뮤니티라는 데 차별점이 있다. 첫째 지역 기반 직거래 방식이다. 당근마켓은 ‘당신이용자들이 근처의 마켓’의 이름처럼 GPS 기반으로 동네 인증을 거친 이용자 위치에서 최대 6km 내 이용자 판매 글만 노출되는 직거래 방식이다. 이용자가 동네 모임에 들어가면 같은 동네 사람을 찾아줘 중고물품을 대부분 직거래로 거래한다. 여기에 2~6km 범동네 사람들이 주로 거래하기 때문에 택배 위주 거래에 비해 거래 사기 등을 줄일 수 있다. 판매자에 표시되는 ‘매너 온도계’라는 독특한 기능을 통해 이용자들은 비교적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중고장터 구매자들이 판매자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으며 온도가 높은 사람은 ‘거래하는 기쁨’ ‘’시간은 금‘ 등 표찰이 부여돼 한 눈에 띈다.

둘째 당근마켓은 소소한 가격에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다. 판매자는 팔고 싶은 물건이 무엇이든 올리면서 금액도 5000원부터 시작해 책정해 구매자가 비용 부담이 적다. 이같은 중고거래는 단순히 물건만 거래하는 게 목적이 아닌 ’안 쓰는 물건을 동네사람에게 나눠준다‘는 품앗이 개념에 가깝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매월 11일 안 쓰는 물건을 나누는 ’나눔의 날‘, 거래 후 서로에게 감사 인사를 나누는 기능도 타 앱에 없는 특징이다.

셋째 당근마켓은 더욱이 쇼핑이 끝나면 종료되는 타 앱과 달리 커뮤니티 성격이 있다. 당근마켓의 이용자들은 수시로 해당 동네에 올라온 물건을 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정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용자가 들른다기보다는 우리 동네에서 살 수 있는 것이 뭔지 쇼핑하는 기분으로 앱을 매일 드나드는 고객이 많다.

당근마켓은 최근 ‘동네생활’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여 커뮤니티 서비스를 강화했다. 지역 주민끼리 궁금한 점을 질문과 답변할 수 있고 구인구직 정보와 각종 동네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확장해 폐쇄적인 맘카페와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용 방법 역시 간단하다. 앱을 안드로이드용 폰이나 아이폰에서 다운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문자 인증만 받으면 될 정도로 회원가입 문턱을 낮췄다. 거주 기역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해당 동네모임에 소속돼 다른 개인정보를 추가로 입력해 인증받는 번거로움이 없어 중년 여성들까지 쉽게 이용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신기하게 이런 물건도 팔릴까' 라는 물건들이 웬만해서 다 팔려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 이용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심심해서 당근마켓 깔아봤는데 몇 만원에 팔고 소소한 것들이지만 사는 사람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며 “수수료 안 떼는 직거래로 수익모델이 뭔지 궁금할 정도”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2주새 50만원 정도 벌었다”며 “다 팔아 집안살림 거덜났다(웃음). 옷이랑 미용기기 다 팔고나니 속이 다 후련”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송가인 사인을 5000원에 팔았다"고 커뮤니티에 후기를 남겼다.

당근마켓은 기술력과 국내서 성공한 지역 기반 플랫폼이 없다 보니 당근마켓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한국소프트뱅크벤처스 등 각종 벤처투자자로부터 누적 480억원 투자를 받았다.

당근마켓은 한국과 비슷한 동남아시아와 유럽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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