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원 손에 쥐고 상경…
연 1억원 이상 기부하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하루에 감사 10개씩 쓰는 '감사일기' 10년째 계속
코로나 이후 껍데기 만남 대신
진짜 우리 얘기하는 소모임 활성화 될 것

27일 오후 서울 금천구 천지세무법인 서울본부에서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은  질문에 "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런 일에는 다 뜻이 있을 것이다 더 큰 선물을 받으리라 생각한다"며 답을 했다. ©홍수형 기자
27일 오후 서울 금천구 천지세무법인 서울본부에서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은 질문에 "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런 일에는 다 뜻이 있을 것이다 더 큰 선물을 받으리라 생각한다"며 답을 했다. ©홍수형 기자

박점식(65) 천지세무법인 회장은 대표 방이 아닌 스마트 오피스로 한 켠에 마련된 미팅룸에서 기자를 맞았다. 박 회장은 업계 7위인 천지세무법인 설립자이자 대표이사 및 회장, 40년 경력의 세무사다. 전남 신안 흑산도가 고향인 그는 목포상고 졸업 후 2000원을 들고 서울로 상경해 장갑공장 임시직과 백화점 야채배달원을 전전하다 주경야독으로 1980년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고, 1990년 박점식세무회계사무소를 설립해 지난 4일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2008년부터 어린이 재단, 푸르메재단 등 사회복지재단, 의료재단에 기부해 왔으며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10년 전 부터는 매일 감사 일기를 쓰며 주변에 감사를 전도하기로도 유명하다. 박 회장을 만나 ‘감사경영’부터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최대 규모 세무법인을 일궜다.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무엇인가.

“직원들과 함께 해 온 것이다. 실제로 창립 30주년 기념사에서도 말했다. 30년 전 창업 당시만 해도 세무사 사회는 세무공무원 출신이 압도적이었다. 세무공무원 시절부터 전문가로 살아온 분들은 일반 직원들을 직무 보조자로 생각했지만 저는 직원들을 보조자가 아닌 동반자로 여겼다.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키워가자는 생각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직원들과 함께하자’라는 생각을 ‘CJT GOGO 2430’ 비전에 담았다.”

1980년 세무사 시험에 합격해 세무사를 시작했는데 세무사 직업을 선택한 특별한 동기는.

“구로공단의 한 회사에서 ‘고졸 사원’으로 경리 부서에서 일하던 시절, 한 잡지에서 ‘고등학교 졸업한 사람으로 유망한 직종, 세무사’라는 기획 기사를 보고 세무사 직업을 알게 됐다. 그 잡지 뒤쪽에 부록으로 실린 세무사 시험 출제 문제를 풀어보니 어렵지 않아서 꿈이 구체화됐다. 주경야독으로 공부해 1980년 제17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웃음).”

2011년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고 들었다. 감사일기는 무엇이며 쓰게 된 계기는.

“매일 일기를 쓰면서 오늘 감사한 내용을 10개 이상 쓴다. 한 시간 정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매일 반복하는 이 일도 결국 어머니가 가르치신 일 같다. 처음에는 감사일기를 쓰는 집단과 안 쓰는 집단을 비교한 결과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뇌과학 연구논문을 보고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 치매로 병석에 계신 어머니께 감사편지를 썼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2014년 감사일기를 모아 책을 냈다. 책 제목도 <어머니>다.

요즘은 그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생각들이 떠올라 계속 감사일기를 적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떠올려보면 피상적이기도 하고 어른이 된 후 어떤 것들은 당연하다고 봤던 일들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드니 좀 성숙해졌는지 예전에 몰랐던 어머니의 깊은 뜻을 헤아리게 됐다. 예전에 쓴 감사일기를 보면 어머니가 가끔 쓸 데 없는 물건을 사오는 데서 어머니의 여린 마음만 봤다. 하지만, 이제 보니 어머니가 떳다방에 간 것은 물건을 사러 간 것이 아니라 정을 느끼고 정을 주고 받은 것이다. 그때 어머니께 가시지 말라고, 필요없는 물건을 왜 샀냐고만 했다. 어머니의 외로움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이제보니 그 사람들이 어머니의 허전함을 채워준 것을 감사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기부활동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인가.

"어머니 손아귀에서 한 발자국도 떠날 수 없다. 저 어릴 적에 어머니와 단 둘이 지냈다. 어머니는 그때 외로우니 친구를 많이 사귀어라, 사람들에게 잘해라, 헤어질 때 잘해라, 베풀면서 살아라, 이런 말씀을 수없이 하셨다. 처음 기부할 때 왜 해야 하는지 나 자신도 몰랐다. 이 모든 것들이 내 삶 속에 녹아있다. 이제 보니 어머니의 베갯머리 교육이 잠재의식에 자리한 것이다. 명절에 키다리 아저씨 뉴스가 나오면 내가 해야하는 데라는 생각에 시간이 갈수록 빚이 쌓여가는 느낌이었다.”

감사일기를 쓰는 ‘감사경영’으로 경영상 변화나 성과가 있었나.

“조직 문화가 바뀐다. 감사일기를 쓰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긍정성을 키울 수 있다. 한 사람 늘어나면 조직 문화가 달라진다. 회사의 수익성 증대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계량화하기엔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은 효과가 있다. 고객과 접점에서 소통해야 하는데 기분 나쁜 상태에서 고객을 만나면 고객이 바로 알아차린다. 감사가 몸에 젖어 있으면 관점이 상대로 바뀌어 상대 입장을 헤아린다. 그것이 고객 감수성이다. 객관적으로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전달해도 고객 감수성을 읽지 않는다면 고객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객이 진짜 불편한 것이 뭔지, 필요한 것, 아픈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고 맞춰 서비스를 해야 고객이 만족한다. 몸을 만드는 것처럼 마음 근육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감사일기를 10년차 쓰고 있으나 부족한 것이 더 많다. 죽을 때까지 해도 부족함을 다 메우지 못한다.“

일반인들이 감사 일기를 처음 쓴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면 좋겠나.

”오늘 편안하게 눈 뜰 수 있음에, 아름다운 음악 등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면서 출발한다. 감사도 단계가 있다. 우리가 보통 감사하다는 것은 ‘비코스(because)’ 감사다. 뭘 뭘 잘해줬으니 감사다. 차원이 높은 감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다. 가령, 나쁜 일이 닥쳤을 때 보통 사람들은 ‘왜 나만 이런 일이’ 한다. 생각을 바꿔 이 일을 줘서 어떤 선물을 주시려고 하시는지,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반드시 그 후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를 잃으면 두 개, 세 개 얻을 기회가 있다.“

27일 오후 서울 금천구 천지세무법인 서울본부에서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은 직원들의 하루의 기분과 회사가 성장 할 수 있는 장단점을 작성 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을 만들어 직원 사이가 소통이 잘 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있다. ©홍수형 기자
27일 오후 서울 금천구 천지세무법인 서울본부에서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은 직원들의 하루의 기분과 회사가 성장 할 수 있는 장단점을 작성 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을 만들어 직원 사이가 소통이 잘 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있다. ©홍수형 기자

 

세무사 업계가 현대화 프로그램 등 과당경쟁이 시작됐다. 세무사회와 젊은 세무사들에게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경쟁이 어렵더라도 정도를 지키라고 말한다. 신규 세무사들은 고객 확보가 쉽지 않다. 덤핑해서 고객을 유치한다면 자신의 세무서가 덤핑사무실이 될 것이다. 100만 원 받을 일을 10만원 받아 유치하면 100만원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악순환이다. 초반에 정도를 걸으며 당당하시기 바란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코로나19는 인류의 선물이라고 한다. 7년 전 제주도에 내려갔다. 제주도에 살면서 서울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제주 사람들은 남의 말 잘 안 듣고, 약속보다 자신이 중요하다. 뭐 이런 사람이 있는가 했다. 식당에 가면 손님에게 주인이 뭐라고 한다. 독특하다. 인간에 초점을 맞추면 그들이야말로 인간답게 산다는 게 보인다. 서울 사람들은 남 눈치보고 기계적 삶을 산다. 코로나 이후 삶은 제주 사람들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저녁 문화 없어지고 변화가 올 것 같다. 모임에서 만난 이 사람이 뭘 걱정하고 지향하고 사는지 잘 모르고 껍데기만 알지 않나. 앞으로 그런 큰 모임들은 없어지고 진짜 우리 얘기를 하는 소모임들이 생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ICT(정보통신기술)와 VM(드러내기 경영)을 결합이다. 우리는 고객감수성에 입각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팀원들이 조직에서 업무와 마음을 드러낸다. 출근하면 팀별로 모여 보드판에 ‘마음기상도’에 스티커를 붙여 스스로 드러낸다. 오늘 매사 부정적이고 에너지가 최악이면 가장 아래 붙인다. 그런 사람에게 동료 직원이 왜 그러냐며 칭찬과 격려를 한다. 마음, 업무, 자기 목표(건강, 자기계발)를 드러낸다.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하루 1만 보 목표를 세우고 어제 걸었다고 말한다. 하루에 30페이지 이상 읽었다거나 자신의 가치관은 이것인데 드러내기 위해 이것을 했다는 등, 함께 하면서 그 안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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