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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피해여성 기금마련을 위한 <언니에게 희망을> 콘서트에서 공연자·관람자 모두 벅찬 희망을 느꼈다.

“우린 좋은 일하러 감동스런 행사에 가는 거야!” 하며 선배 언니와 손을 꼭 잡고 콘서트 장으로 가는 길. 공연장 앞은 벌써 수많은 ‘언니들’로 북적거린다. 내가 열렬히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도 아니요, 그렇다고 요즘 한창 잘 나간다는 스타들이 나오는 공연도 아니건만 묘한 설렘으로 연신 가슴이 쿵쾅거린다.

19일 토요일 저녁.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자립·창립 기금 마련을 위한 <언니에게 희망을> 콘서트가 있었다. 뜻 있는 언니들이 모여 새움터의 탈 성매매 언니들을 돕기 시작한 지도 벌써 6년 째. 하지만 사회적 무관심 속에 아직도 많은 언니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마련한 공연, 그것이 바로 <언니에게 희망을>이다. 그래서인지 공연 수익금 전부가 그들을 위해 쓰인다는 말에 마음이 뿌듯하다.

‘언니’란 말이 참 예쁘다며 자주자주 쓰자고, 공연에 온 모든 언니들을 환영한다는 사회자 말에 같이 온 선배에게 나지막이 “언니…” 하고 부르는 순간 어둠을 가르며 공연이 시작됐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 아픔을 표현한 퍼포먼스와 새움터 생활을 담은 영상, 그리고 여성 가수들 노래 하나하나에 새삼 가슴이 저려왔다. 그 동안 너무 무관심했구나. 새움터 언니들이 직접 나와서 부른 노래 ‘만남’을 들을 땐 나도 모를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따뜻한 동지애로 터질 듯한 가슴

공연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사실 이런 종류의 후원행사가 대개 그렇듯 뜻깊은 행사일수록 저 예산과 그 밖의 여러 한계 상황 때문에 그저 그런 행사가 되기 쉽다고 생각하고 온 분들은 아마 깜짝 놀랐을 거다. 오소영과 장필순, 이자람의 잔잔한 노래 뒤에는 뮤지컬 시카고 배우들의 열연이 펼쳐졌다.

다같이 환호하고 즐기는 가운데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열정적인 무대가 이어졌다. 온몸의 세포를 하나하나 녹여 버릴 것 같은 그의 노래 ‘마스터베이션’이 나올 땐 모든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 그의 노래를 열창했다. “여러분! 이건 기회예요! 언제 집단으로 이런 거 해보겠어요.”하는 그의 말에 묘한 해방감마저 느꼈다.

마지막 지현의 앙코르 무대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춤을 췄다. 그의 말대로 이 공연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한 공연이었지만 그들뿐만 아니라 공연을 즐기는 모든 언니들이 희망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서로가 이렇게 옆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따뜻한 동지애를 느꼈다. 공연장 1층은 물론이고 2층까지 가득 메운 사람들 열기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오늘도 난 내 손가락의 빨간 구슬반지를 바라본다. 새움터 언니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말에 냉큼 집어들어 선배언니랑 하나씩 교환한 반지. 얼마 되지 않는 정성이지만 이 작은 마음들이 모여서 언니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절로 힘이 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 동안 너무 멀리서 희망을 찾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 라고.

김슬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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