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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고양이> 때문에 동거가 확산되기라도 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현실로 착각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혼전 동거에 대한 접근 방식이 지나치게 가볍고, 동거에 이르게 되는 고민이 빠져 있어요. 드라마적 재미와 흥미를 위해 동거로 인해 생기는 부정적 측면을 무책임하게 조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 코미디와 흥밋거리가 아니라 좀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봐요.”

요즘 젊은 여성들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 대한 모니터 내용들이다. 솔직히 드라마광의 한 사람으로서 드라마에 대한 심각(?)한 분석들을 보면 “오버다!” 하고 느낀다. “그 드라마 왜 보냐?” 라고 물으면 “재밌잖아. 생각 없이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애가 나오니까. 연기 좋더라.” 등의 이유가 대부분이고, 특별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한 내용이 있으면 먼저 드라마 수용자인 시청자가 다 알아서 말하고, 소화하는 게 요즘 인터넷 시대의 똑똑한 시청자란 말씀이다.

그래도 궁금한 몇 가지

<옥탑방 고양이> 역시 나도 연기 잘 하는 주인공들과 그들의 유쾌한 에피소드에 열광하며 봐왔다. 주인공 정은·경민 사이의 티격태격과 알콩달콩을 지켜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정말 내 남자친구 같았으면 한 대 패주고 싶은 놈이긴 하지만 ‘뻔뻔한 날라리 거지 빈대’ 역할을 워낙 능청스럽게 잘하니 어느 새 입가가 씩 올라가 웃고 있다.

고양이 한 마리 키운다고 고생하는 정은을 보며 응원을 보낸다. 트레이닝 바람으로 새벽에 신문배달하고, 부업으로 마늘 까는 생활력 강한 여자. 학벌·재력 다 꿀려도 절대 기죽지 않는 여자. 떡볶이로 식사 대접하는 게 자기 분수에 딱 맞는 거라고 당당히 말하는 여자.

<아내> 같은 드라마에서 매일 울고 짜는 여자들만 보다가 짜증났는데 요즘 상당히 쿨 하면서 현실감 있는 여주인공이 보잘 것 없는 나를 덜 기죽여서 좋다. 경민이 좋아한 죄로 울고, 혼나고, 에너지 바닥날 지경에 이르는 걸 보면 답답할 때도 있지만.

둘이 함께 살면서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철수와 춘희처럼 사랑에 풍덩 빠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스며들어 젖어 가는 과정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같이 밥 먹고, 웃고, 울고 그러면서 감정에 교감이 생기고, 정이 든다. 안 먹던 멸치 반찬도 먹어야 하고, 슈퍼 가서 쭈쭈바는 꼭 두 개씩 사다 나르는 장면들….

이렇게 드라마에 폭 빠져 보면서도 내가 별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본 다는 것은 시청자인 우리들이 그렇게 순진하지만은 않다는 말과 통할 듯하다. 이 드라마에 대한 걱정들과 달리 드라마를 끌고 가는 이야기가 재밌고, 개연성 있는 현실의 경향이 드라마에 반영됐다는 것만으로 신선하고 만족을 느낀다.

드라마가 현실의 완전한 반영이고, 드라마에서 배운 대로 내가 실제로 다 해 보겠다는 생각이나 드라마처럼 그렇게 현실이 굴러갈 거라는 환상도 갖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년에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만도 몇 편인데…. 이 드라마가 끝나면 다른 환타지를 찾아 떠나겠지?

요즘은 드라마 인기와 더불어 드라마 속 옥에 티 찾기도 열풍이라는 데 굳이 사소한 소품이며 설정 찾기는 기억력 나쁜 나로서는 슬쩍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퐁퐁퐁 터져 나오는 의문은!

드라마 때문에 호들갑 떨 필요 있나

옥탑방이 보기엔 아늑한 보금자리 같지, 여름에 더워 죽고 겨울에 얼어죽을 지경일 걸? 정은이는 신문 배달하고 언제 아침밥을 매일 해낼 수 있는가? 아르바이트는 언제하며 일은 언제 배우는 거지? 실장하고 밥만 먹던데. 틈틈이 마늘 까기까지. 정말 무한 체력 에너자이저다. 경민이는 저렇게 날라리 고시생이어도 사시에 합격한다. 이 땅의 많은 고시생들의 노고와 박탈감은 어쩌라고. 그러니까 속 편하게 생각 없이 웃고 즐겨라.

동거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가 초기에 큰 관심을 끈 건 주인공이 처음에 같이 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둘이서 계속 얇은 미닫이문을 두고 같이 산다. 혼전 동거 문제가 드라마에 확 등장해버린 것. 동거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드라마 이후 동거 사이트 접속수가 폭증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드라마 때문에 없던 동거 문화가 생긴 건 아니다. <옥탑방 고양이>는 현실을 반영해서 신선한 설정을 얻었고, 드라마가 허용하는 선에서 아기자기하고 경쾌한 동거 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게다.

정은과 경민의 소꿉장난식 아기자기한 생활이 부러워 “동거나 해 볼까?”하는 생각 하나로 동거가 가능한가? 물론 아닐 것이다. 동거는 두 개인의 선택 문제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싶다는 기본적 감정에 같은 공간과 일상을 공유한다는 상당히 신경 쓰이는 사실과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감내하겠다는 표현이다.

동거의 합리적 선택은 이익(Benefit)이 손실(Cost)보다 더 크다는 계산식에서 나오는 행동이니까 고작 드라마 하나 가지고 호들갑 떨 필요까지야 있을까? 물론 나처럼 남자친구랑 동거에 대해서 한 두 번 더 얘기할 기회를 준 점에서 그런 걱정들이 사실이 될 수도 있는 거라고 말한다면 할 수 없겠지만.

이수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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