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성폭력상담소 성명
낮은 성인지 감수성·
남성중심적 문화 배경
피해자 2차 가해 예방해야

오거돈(맨 위 오른쪽 두 번째) 부산시장이 지난 2018년 11월 14일 부산시청 및 산하 사업소 용역 노동자들과 함께 회식하는 모습. 사진=오거돈 부산시장 트위터
오거돈(맨 위 오른쪽 두 번째) 부산시장이 지난 2018년 11월 14일 부산시청 및 산하 사업소 용역 노동자들과 함께 회식하는 모습. 사진=오거돈 부산시장 트위터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한 가운데 여성단체는 오 시장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들어 “예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23일 성명을 통해 “피해자를 통해 이번 성폭력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상담소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에서 처음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당선되면서 부산의 여성계를 비롯한 진보 시민사회는 부산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당선 이후 오거돈 시장이 보여준 모습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변화를 말하기에 무색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어 “오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과 지난 2018년 회식자리에서 여성노동자들을 양옆에 앉힌 보도자료 통해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상담소는 “사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사퇴 이후의 부산시는 철저하게 달라야 한다”며 “부산시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해 피해자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2차 가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구성과 성평등 교육을 통한 조직문화와 인식개선 등 부산시의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도 촉구했다.

이어 “성폭력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부산시 전체가 ‘성평등한 부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부산이라는 지역 공동체의 문화가 남성 중심적이며 성평등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며 이를 방치해 온 것에 대하여 부산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성평등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부산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부산성폭력상담소 성명서 전문. 

 

“사퇴는 끝이 아니다. 성평등한 부산의 시작이다.”
지난 2018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부산에서는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처음으로 당선되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한 쪽으로 쏠린 부산의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뀌는 순간이었다. 부산의 여성계를 비롯한 진보 시민사회는 부산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선 이후 오거돈 전 시장이 보여준 모습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변화를 말하기에 무색할 정도였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에 대해서, 당선 이후에는 입장을 바꾸어 아직까지 구성되지도 못하였다. 이번 사퇴가 있기 전까지 2년 동안 오 전 시장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부산시정 전반에 걸쳐 성인지 감수성이 녹아들도록 해야 했다.

우리 상담소는 피해자를 통해 이번 성폭력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은 오 전 시장이 당선 이후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이나, 지난 2018년 회식자리에서 여성노동자들을 양 옆에 앉힌 보도자료 등에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상담소가 피해자를 지원하고 부산시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 전 시장과 보좌진들이 피해자를 위해 노력한 점은 성폭력 사건 이후 최소한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사퇴 이후의 부산시는 철저하게 달라야 한다. 부산시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여 피해자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2차 가해를 예방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부산시의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부산시에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를 구성하고 성평등 교육을 통한 조직문화와 인식개선에 나서야 한다. 성폭력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산시 전체가 ‘성평등한 부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이번 사건은 부산이라는 지역 공동체의 문화가 남성 중심적이며 성평등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며 이를 방치해 온 것에 대하여 부산시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용기를 내어 성폭력 사실을 증언한 피해자와 함께 하는 길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성평등은 더 이상 미뤄도 되는 ‘사소한 것’이 아니며, 부산이라는 지역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숙제이다. 성평등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부산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이제 더 이상 시민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성평등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이제 성폭력 없는 사회, 여성폭력이 없는 사회, 성평등한 사회라는 과업을 부산에서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라. 

2020. 4. 23. 
사)부산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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