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를 전국민으로 확대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제 마련을 요청한 정부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상황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4.22. ⓒ뉴시스·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2일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의 대상자를 확대하는 ‘전 국민 지급’ 절충안을 제안했다. 소득 하위 70%였던 정부 제안 지급기준을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대신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여 부족한 재정을 경감하겠다는 내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여야가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안에 합의한다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민주당 지도부에 오전에 전달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같은 날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또한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재정 부담을 경감할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시민단체 모금운동 하는 것도 아니고 (기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바로 비판에 나섰다.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야기된 경제충격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충격은 현재진행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민들이 이동과 소비를 멈추자 자영업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있다. 큰 돈은 아니어도 월급쟁이만큼 먹고 살게 해줬던 조그만 가게들이 폐업하거나 폐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중소벤처기업부에 접수된 소상공인 폐업지원신청은 1600여건에 달한다. 4월 초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한 설문에서는 응답자 70% 이상이 코로나가 6달 이상 지속되면 폐업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비정규직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도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수는 지난해 3월보다 19만 5000명이나 줄었다. 글로벌경제위기의 타격을 받았던 2009년 5월(24만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일시 휴직자는 126만명이나 급증했다. 고용보험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경우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어 더욱 불안하다. 항공, 호텔 등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에서도 무급 휴직이 발생했다.

소상공인 숫자 640만명,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 1200만명 등 전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사회안정망 밖에서 위태롭게 서있다. 이들을 위한 보호정책이 시급한데 정치권의 논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대구 중구 대신지하상가 ⓒ뉴시스‧여성신문
대구 중구 대신지하상가 ⓒ뉴시스‧여성신문

긴급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 실업부조 확대가 시급한 상황에...

경제학자들은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사태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정부 대책의 속도가 중요하다. 소상공인 지원과 실업부조의 확대 같은 기존 시스템에서 보호하지 못한 집단이지만 비상사태이기에 지원책이 시급한 국민들을 위한 대책도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은 그 시작일 뿐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이미 논의가 오래 되었고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여론도 높다. 게다가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 같은 구체적 안이 이미 제안되었다.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은 전국민 개인에게 보편적으로 현금을 똑같이 다 나눠주고 연말정산 시 고소득자에게 주어지는 소득공제를 다시 환수하여 보편지급 선별회수하자는 합리적인 방안이다. 긴급상황에서 펼쳐지는 일시적 정책일지라도 기본소득을 통한 부의 재분배와 증세제도 개편 논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 몇달 간 우리 정치권은 긴급재난지원금에서조차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합의를 만들지 못하고 더디게 진척되었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소득기준으로 선별지급하자고 하다가 선거를 앞두고 전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하더니 다시 선별지급으로 의견을 선회했다. 정부가 제안한 자발적 기부제는 더욱 아리송하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기부한 것으로 보고 연말정산 시 이를 기부금에 포함시켜 기부금 세액 공제를 부여한다는 제안이다. 정부의 재정을 ‘기부’에 기대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국채 발행 거부 등 소극적 대처와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 재난지원금마저 자발적 기부제로 대응하겠다는 한국 정부. 현 정부가 지금 누구의 곁에 서있는지를 보여준다. 코로나 시국에도 법인세를 감면하면 어떠냐는 여당의 제안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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