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비판 의식 없이 성상품화 송출
논란 일자 공식 사과

성상품화 논란을 일으킨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방송캡처
성상품화 논란을 일으킨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방송캡처

 

KBS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제작진은 19일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리게 돼 유감”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전날 방영된 13·14회 방송에서 술집을 그만두고 김밥가게를 연 주인공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위해 몸매가 드러난 옷을 입고 마치 유흥업소에서나 볼 법한 이벤트를 벌이는 장면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단란주점 직원들이 장사가 안 되니 성접객 행위로 김밥 파는 게 재밌나”라며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TV 드라마에서 룸살롱 등 유흥업소와 그 문화가 등장해 성상품화와 착취 장면에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일부 제작자들은 반성 없이 룸살롱을 극의 전개를 더하기 위한 감칠맛 정도로 이용하고 있다.

유흥접객원을 두고 영업하는 룸살롱은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흥업소로 분류된다. 그러나 일반 음식점, 주점, 노래방, 단란주점 등으로 위장 등록한 수가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접객업체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단란주점의 수는 1만3605개, 유흥업소의 수는 2만8742개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내놓은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 총 1만704명 중 등하굣길 업소가 조금 있거나 매우 많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48.4%에 이르렀다.

룸살롱과 룸살롱 안에서 이루어지는 접대문화를 드러내 비판받은 드라마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9월 SBS드라마 ‘베가본드’는 고위층 권력자들을 상대로 한 룸살롱 로비 장면이 등장했다. 여성 접객원들은 고위층 남성들 앞에서 저고리를 벗고 술을 따르고 춤을 췄다. 노골적인 탈의와 스킨십에 모자이크까지 나왔다. 일부에서는 “실제 있었던 방산비리를 고발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월 방송소위원회에서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또 다른 SBS 드라마 ‘VIP’도 룸살롱 장면을 당당하게 잡아냈다. 윤리성 없는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룸살롱을 등장시키고 그곳에서 여성의 옷을 일방적으로 벗기거나 유흥을 즐기는 모습들을 연달아 그렸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도가 지나치다“, ”지금 시대에 룸살롱에서 여자 끼고 주정부리는 장면이 정상인가“ 등 비판이 또 쏟아졌다.

SBS 드라마 ‘빅이슈’와 KBS드라마 ‘저스티스’는 룸살롱과 접대문화를 등장시키고도 비판받지 않았다. 룸살롱과 접대문화의 선정성을 극에 담는 대신 접대 대상이 된 여성의 고통 등을 담은 탓이다. ‘빅이슈’는 13,4회에서 룸살롱 안에서 일어난 마약흡입과 신인 여배우를 이용한 고위층 접대 등을 담았다. 그러나 불필요한 룸살롱에서의 유흥장면을 절제하고 접대 대상이 된 여성의 인간적인 고통과 고발 등을 더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개연성을 얻었다. ‘저스티스’ 또한 비슷했다. 성착취를 극 중 주요한 소재로 가져가지만 접대 장면 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신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선정성을 피했다.

이주영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부 부장은 “룸살롱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유흥업소 등으로 구분되어 합법적으로 운영가능 하다보니 TV 드라마에서 다루어지는 것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TV에서 다루어지더라도 등장인물의 행동과 언어를 통해 룸살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줄 수 있다. 없어져야 할 문제적 상황들을 굳이 다룬다면 문제제기가 내용상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해 소재 등을 분석해 면밀하게 등급을 나누고 있다. 드라마는 그렇지 못해 영화라면 높은 관람등급을 받을 영상도 낮은 등급으로 송출되기도 한다. 드라마에도 어느 정도 등급분류를 더 세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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