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성범죄 형사사법 정책 대전환” 선언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13→16세 상향
성범죄 모의 처벌 위한 ‘예비·음모죄’ 신설
‘스토킹처벌법’·‘인신매매법’ 제정 추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도 신상공개

 

법무부가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처벌 강도를 끌어올리고 법률을 개정하는 등 형사사법 정책의 대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17일 ‘성범죄에 형사사법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이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성범죄 범인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엄벌하고 미진한 법률은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처벌 수위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성착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인식, 결핍된 성 윤리가 낳은 예견된 참사”라고 평가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인식, 결핍된 성 윤리가 낳은 예견된 참사”라고 평가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한번 걸리면 끝장’ 인식 심겠다

법무부는 앞으로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연령을 13세에서 16세로 상향 △합동강간·미성년자 강간 등 중대 성범죄를 모의만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예비·음모죄’ 신설 △‘스토킹처벌법’과 ‘인신매매법’ 제정 추진 등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조직적인 성범죄의 경우, 가담자 전원을 전체 범행의 공범으로 기소하고 범죄단체 조직죄 등도 적극 적용해 엄정히 대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번 걸리면 끝장’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 성착취물을 수신한 대화방 회원에 대해서도 제작·배포의 공범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고, 자동 저장을 동반한 수신 행위에 소지죄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성착취 범행은 기소나 유죄판결 없이도 독립된 몰수·추징 선고를 통해 선제적으로 범죄수익을 환수하고, 범행 기간 중 취득한 재산은 범죄수익으로 추정하여 환수하는 규정을 신설해 범행 동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소지만 하더라도 유죄 확정된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개최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한 여성계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법무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개최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한 여성계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법무부

 

“예견된 참사” 추미애의 결단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추 장관은 지난 10일 취임 100일을 맞아 유튜브 채널 ‘법무부 TV’에 게시한 영상에서 성착취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추 장관은 “되돌아보면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등 처리 과정에서 법 집행 기관이 제 식구를 감싸는 등 잘못된 처리를 해 여성을 성적 유희 대상으로 삼고 법은 강자의 편에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며 “N번방 사건은 어느 날 느닷없이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인식, 결핍된 성 윤리가 낳은 예견된 참사”라고 평가했다.

추 장관은 이어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해 있는 디지털 성착취 바이러스에 대해 무한의 책임을 가지고 무관용의 대처를 하겠다”며 “성폭력 범죄자를 엄단하는 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올바른 성인식을 갖고 서로 인격을 존중하며 배려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인권 교육을 통해 다시는 이런 잔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무부는 최근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물 제작·거래사건인 일명 ‘N번방’ 범죄와 관려해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지난 2일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계 대표 6인과 간담회를 가졌고, 9일에는 탁틴내일 대표,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 등 전문가들과 의견을 청취했다.

추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엄중 처벌하도록 하겠다”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법이 20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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