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5 총선에 나섰던 용감한 여성들에게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비판적으로 볼 여지가 많다. 더 나은 다당제 민주주의를 위해서 선거법이 새로 만들어졌지만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여성후보들은 의외로 선전했다. 지역구 여성의원 29명, 비례대표 28명으로 총 57명으로 19%를 기록했다. 20대 국회에서 지역구 26명포함 여성의원 비율 17%에 비해서 더 늘어난 수치다. 여성신인들이 다선급 거물들과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것도 놀라운 장면이었다.

예상 밖의 좋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거대 정당들이 ‘30% 여성공천’ 조항을 지키지 않았고, 예측할 수 없는 돌발과 변칙으로 여성후보들이 피해가 속출하는 등 정당의 공천 개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부분은 소수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젊은 여성정치신인들이다.

처음부터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줄 알면서도 구태 정치에 변화의 충격을 주기 위해서 출마 그 자체에 의미를 두었던 도전이었다.

소수당으로 창당한 여성의당 후보는 유세도중 폭력을 당했고, 무소속 후보의 선거 포스터는 심하게 훼손당했다. 선거기간에 선관위에 등록을 마친 공식적인 후보가 법적으로 보장된 선거운동을 하면서, 남자 후보는 당하지 않는 여성혐오 폭력사고를 당한다는 건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선거란 다양한 신념과 정책을 가진 후보들이 나서는 데에 의미가 있다. 다양성을 수용할 수 없는 편협함, 여성에 대한 혐오가 판을 칠 때 소수자 후보· 여성후보들의 정치참여 기회는 위축된다. 여성이 안전할 권리는 선거운동에서도 필요했다.

비록 예상대로 실패했지만 젊은 여성들의 용감한 출마 도전은 이번 4.15 총선의 의미 있는 성과다. 한 달 만에 창당해서 여성공약으로 공약집을 꽉 채우고 0.7%를 얻은 여성의당의 성과는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또 혈혈단신으로 전쟁터에 뛰어든 무소속의 젊은 여성후보들에게도 큰 박수를 보낸다. 승패에 관계없이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우리 정치의 미래가 밝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기성의 남성중심의 정치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여성정치의 존재감을 알린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역사는 젊은 여성후보들의 도전을 기억할 것이다.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시대는 ‘젊은 그대’들의 편이다.

정치권 밖에서도 젊은 여성들은 정치를 움직였다. 이번 어수선한 선거판에서도 모든 정당들이 ‘N번방'사건 방지를 위한 디지털 성폭력 대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N번방 사건을 밝혀낸 주인공은 20대의 여성들, ’추적단 불꽃‘과 피해자 돕는 ’프로젝트 리셋‘이었다. 기성정치가 권력싸움 하느라 방치한 거대한 범죄를 젊은 여성들이 밝혀냈다. 우리사회는 이들의 정의감과 용기에 힘입어 한 단계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젊은 여성들이 역사의 주체가 되어서 우리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가고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희망의 정치는 이제 시작이다. 젊은 여성후보자들이 기성세대의 무기력과 비겁한 폭력을 뚫고 쏘아올린 희망의 정치다. 지금의 실패보다 앞으로 있을 성공의 빛이 더 강하다. 고맙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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