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즈 콜랭(Fran oise Collin)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철학자이다. 그러나 상아탑 안에 안주하는 제도권 철학자가 아니라 항상 여성운동의 현장과 연결돼 사고하고 행동하는 철학자이다.

그녀는 원래 벨기에 출신이며 1973년 ‘카이에 드 그리프’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잡지를 발행하여 프랑스 여성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가 쓴 책으로는 <모리스 블랑쇼와 글쓰기의 문제>(1971), <과학의 성>(1990), <남녀간의 분쟁>(1999) 등이 있고 2000년에는 플라톤에서 데리다에 이르는 서양의 대표적 남성 철학자들이 여성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발췌한 <여성: 플라톤에서 데리다까지>를 펴냈다. 작가이기도 한 그가 쓴 소설로는 <엄청난 날>(1960), <속>(198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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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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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즈 콜랭

내가 프랑스와즈 콜랭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가을 툴루즈에서 열린 불어권 여성학 대회에서였다. 그 때 대담을 하기로 약속했으니까 거의 1년 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파리 12구의 시 당굴렘에 위치한 그의 집에서 대담을 가졌다.

프랑스 유일 행동파 여성철학자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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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특파원 장미란씨가 프랑스와즈 콜랭과 대담하고 있다.

프랑스 여성운동 이슈 성폭력·매매춘·공직할당제

미 페미니즘 대학 내 게토화 현장 맞닿는 이론 필요

- 대담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부하시는 책상 앞에 예상치 않게 넓은 테라스가 있군요. 이 아파트에 사신 지 오래되셨나요?

“오래 전부터 맞은 편 아파트에 살았는데 이쪽이 햇빛이 잘 들고 전망이 좋아서 이쪽으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파리라는 대도시에서 새 소리가 들리는 테라스를 바라보며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제게 축복입니다.”

- 한국에서는 미국을 통해 알려진 ‘뉴 프렌치 페미니즘’ 이 프랑스의 페미니즘 이론을 대표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와서 여성운동 현장을 다니면서 이리가레이나 크리스테바, 엘렌 식수의 이론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습니다. 왜 그런지요?

“일단 운동의 현장에서는 여성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여성 지식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리가레이는 여성운동에 조금 참여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여성운동에 직접 관여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크리스테바는 스스로 자기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여성운동의 전통에는 시몬느 드 보봐르 이후 ‘평등주의’의 입장이 강하기 때문에 그들이 내세운 ‘차이주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이지요. 특히 차이주의를 내세운 여성운동 집단이 자기들만의 여성출판사를 차리고 ‘여성해방운동’(MLF)라는 이름을 재판을 통해 법적으로 독점하고 횡포를 부렸기 때문에 그 이후 여성운동 내에서 더욱 비판을 받았지요. 그리고 차이주의는 쉽게 가톨릭의 전통적인 남녀 차별주의자들에 의해 이용되었습니다.”

- 선생님께서는 개인적으로 어떤 경로를 거쳐 페미니스트가 되셨는지요?

“제가 페미니스트 철학자가 되는 과정에서 1968년 5월 운동의 해방적 분위기와 1970년대 초 미국의 여러 도시들을 혼자서 여행 다닌 경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때 저를 열광시킨 것은 미국 대학에서 만들어진 페미니스트 이론이 아니라 여성 문화의 현장이었습니다. 뉴욕 맨해의 화랑가에 걸린 여성 화가들의 그림과 조각 작품들, 여성들이 만든 노래, 캘리포니아의 여성들을 위한 카페, 식당 등의 문화 공간들,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의 자발적 의식화 모임 등이 제 속에 숨어있던 강력한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바닥으로부터 솟아 오른 보통 여성들이 보여준 에너지의 강력한 분출이 저를 매료시킨 것이지요.”

- 시몬느 드 보봐르에서 모닉 비틱에 이르기까지 많은 프랑스 여성들이 미국 페미니즘에 영향을 주었는데요. 한편 최근에는 주디트 버틀러가 파리에 와서 여러 차례 강연을 하기도 했어요. 요즘 미국의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레즈비언 페미니즘을 비롯해서 이론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마는 그 대신 페미니즘이 대학 내에 게토화되었다고 봅니다. 1970년대 밑으로부터의 강력한 분출이 사라지고 소수 여성 지식인들 사이의 논쟁으로 한정되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좋은 이론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이론은 언제나 현장과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 선생님께서는 1970년대 초 <카이에 데 그리프>라는 여성잡지를 발간해서 프랑스 여성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셨는데 당시 잡지 발간의 뜻은 어디에 있었는지요?

“그 잡지는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만들어서 프랑스로 수입된 것인데요. 그것은 의도적인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파리에서 잡지를 내면 파리 지식인 사회의 기준에 따라 지켜야 될 조건이 많은데 브뤼셀에서 내게 되면 좀더 자유롭게 무슨 이야기든지 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 잡지의 발행 의도는 대학이라는 틀을 벗어나 이야기할 것이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었습니다. 실제로 어느 특정 개인의 세련된 이론을 발표하는 장소가 아니라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도 여성들 공동의 목소리를 만들어 가는 지적 공간이었던 셈이지요. 모든 여성들이 다 자기 나름으로 생각할 능력이 있으며 특정 개인의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여성들의 집합적 목소리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지요. 혼자 느끼던 것을 여자들끼리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너도 그렇게 느끼고 생각했냐?”고 놀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면 과거에는 감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여성운동의 시작이지요.”

- 선생님은 스스로를 ‘백색 이민객’ 이라고 표현하시는데 아직도 스스로를 벨기에 사람으로 생각하십니까?

“저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거의 없는 벨기에가 답답해서 프랑스로 지적인 이민을 온 사람입니다. 프랑스 사회는 이민객을 자신들의 문화에 동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저는 저의 특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프랑스 지식인 사회를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지요.”

- 그렇다면 프랑스 지식인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프랑스 지식인 사회는 경쟁이 너무 심합니다. 서로 간에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감시하는 체제이지요. 제도적 승인을 받고 사회적 인정을 얻기 위해 불필요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사적인 관계망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자면 자크 데리다에 대해서 말할 때 데리다라고 부르지 않고 “어제 내 친구 자크를 만났는데”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서 자신이 데리다와 친하다는 것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힘을 얻는 것이지요. 그리고 프랑스 지식인 사회는 너무 파리 중심적입니다. 고속전철로 1시간이면 가는 북쪽의 릴(Lille)이라는 도시를 마치 야만의 도시처럼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툴루즈나 리옹 같은 지방 도시들이 파리에 대항해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지만 아직 역부족입니다.”

-얼마 전 국립도서관 강당에서 엘렌 식수의 문학을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남성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단상 위에 함께 앉은 두 명의 다른 여성을 무시하고 혼자 발언권을 독점했던 일을 기사로 쓴 일이 있는데요. 엘렌 수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데리다가 3시간 동안 혼자 이야기했다면서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지요. 데리다가 아름답지 못하게 늙어가고 있어요. 요즘 그의 모습을 보면 세상의 모든 주제에 대해서 자기 식으로만 정리하려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지적 권위를 등에 업고서 발언권을 독점하는 것이지요. 이제 그 권위가 지나쳐서 ‘개인 숭배’로 까지 발전한 겁니다.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여성들은 모두 데리다의 숭배자들이었던 셈이지요. 데리다에게도 문제가 있고 여성 참석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작년에 어느 여성들의 모임에 초대되어 온 남성 발표자가 정해진 시간을 넘어서 마음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저는 항의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회의장을 나온 적이 있습니다.”

- 그런데 데리다는 가부장제를 해체하자고 주장해서 여성이론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 아닙니까?

“데리다가 많은 여성 지지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데리다는 여자 옷을 입고 화장을 한 남성 철학자입니다. 그가 주장하는 여성성이라는 것은 자기 속에 구현된 여성성이지 여성들의 여성성이 아닙니다. 그는 자기 속의 여성적인 것을 변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여성성 옹호는 그의 아버지와 관계에서 비롯된 자신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여성 문제가 아닙니다. 데리다와 그의 아버지의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일 뿐이지요.”

- 선생님께서는 프랑스 여성운동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현재 프랑스 여성운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성폭력과 매매춘 그리고 공직 할당제 등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프랑스 여성운동이 지금까지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더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는 두 가지 장애물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로는 자유연애주의입니다. 남녀간의 자유로운 성적 결합을 강조해온 전통이 여성운동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이미 혁명은 이루어졌다”는 생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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