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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는 배려를 자기에게는 검열을 할 줄 알아야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박효신씨다. <사진·민원기 기자>

‘똑똑하고 튀지않게’ 박효신의 내공

여성의 경력관리에 대한 최초의 실전론으로 유명한 〈자 이제 여성시대, 엔터키를 치자〉

(여성신문사) 이후 8년 만에 새책 〈여자, 아름다운 성공을 위하여〉(함께 읽는 책)를 펴낸

박효신씨는 아는 이들에게 ‘내공이 잘 잡힌 사람’ ‘똑똑하면서 튀지 않는 사람’으로 통

한다. 박효신의 성공내공을 들어보자.

여성의 경력관리에 대한 최초의 실전론으로 유명한 <자 이제 여성시대, 엔터키를 치자>(여성신문사) 이후 8년 만에 새책 <여자, 아름다운 성공을 위하여>(함께 읽는 책)를 펴낸 박효신(56·한국광고주협회 상무)씨는 아는 이들에게 ‘내공이 잘 잡힌 사람’‘똑똑하면서 튀지 않는 사람’으로 통한다. 1970년 한국일보 기자로 출발해 동서문화사, 전경련, 여성신문사를 두루 거쳐 한국광고주협회 부장에서 현재 문화관광부의 방송정책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의 자리에까지 오른,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성공한 여성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에게 성공이란 말은 아직도 낯설고 부끄럽다.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거나 특출한 지식 기반을 가진 것도 아니다. 십 수년간 쉬지 않고 꾸준하게 새벽 영어강의를 듣는 노력파. 밤늦은 시간 급하게 가족과 회사로부터 동시에 호출이 오면 일이 확대되기 전에 자신이 책임질 부분을 확실하게 응급 처방을 내리겠다는 책임감. IMF를 거치면서 ‘55세를 넘기면 아무리 실력자라도 조직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지만 이런 노력과 책임의식을 가졌기에 구설수도 피해간다.

후배에게는 믿음을, 조직에는 결단을, 개인에게는 성공을 가져오기까지 스스로 끊임없이 주지했던 ‘박효신식 내공법’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 10일 여의도 한국광고주협회 사무실에서 책에서 못 다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처음 입사했을 때 지금의 모습을 상상했나.

“처음엔 직위나 돈을 생각지 않았다. 직장에 대한 확실한 개념이 없는 채 첫 직장 한국일보에 입사해 장기적인 인생 계획을 세운다는 게 어려웠다. 나는 적성에 맞거나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것 둘 중 하나만 충족되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게 나의 제일 목표였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서 조직의 리더십과 역할이 바뀌고 있는데 본인은 어떤 리더인가?

“십 수 년째 새벽에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다. 후배들에게 계속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며 나 또한 공부가 좋다. 주장이 분명하며 흔들림 없이 주장을 밀고 나가는 모습에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것 같다. 또한 30대 젊은이들의 생각까지 공유하기 위해 영화나 노래, 음악, m-tv 채널도 즐겨본다. 나와 동명인 가수 박효신도 잘 안다(웃음).”

- 관리자가 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

“가끔 사무실 경리 직원과 농담으로 역할을 바꾸자고 할 때가 있다. 관리자는 자기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나의 결정 하나가 전 직원, 조직, 광고계 전체에 미치기 때문에 그 결정이 힘들다. 하지만 그 순간에 또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은 리더다. 월급이 많은 것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라는 뜻이다(웃음). 그래서 요즘이 가장 힘들다.”

- 그렇다면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는 어떻게 하나.

“선택과 결정은 쉽게 잘 하는 편이다. 괴로운 일이나 고민이 생기면 친구를 만나 떠드는 것이 아니라 이틀 동안 그것만 생각한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 희석돼 버릴 때까지 그 일만 고민하는 것이다. 일이 생기면 주로 정면 돌파하는 스타일이다. 싸울 수 있는 마음가짐을 완벽하게 갖추었을 때 나선다. 흠 잡힐 일이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

-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직장생활이 힘들었을 텐데…

“당시 여자기자는 극히 드물었지만 그렇다고 직장 업무에서 차별을 느껴본 적은 없다. 나 역시 직장에서 여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후 보수적인 전경련도 일을 잘하면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여성신문에 있다가 다시 광고주협회로 들어갈 때도 난 흔치 않은 기회를 거머쥔 여자였다. 경쟁하는 동년배 남자들도 별로 없었고 오히려 여자였기 때문에 조금만 잘 하면 더 눈에 띄었다. 그런 면에서 운이 좋았다.”

- 자신의 역할 모델은 누구인가.

“엄마다. 그렇게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엄마는 누구라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며 항상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매장 쇼윈도에 마음에 드는 옷이 걸려있으면 금방 팔릴 것 같아 무턱대고 옷을 사지만 곧 후회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사지 않아도 그 이튿날, 그 다음날 가봐도 옷은 그대로 걸려 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면 인기 없는 제품이라 생각돼 안 사게 된다. 한 템포만 늦추면 실수할 확률은 줄어들고 손해 볼 일도 없다.”

- 지금의 꿈은 뭔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고향인 예산에서 봉사차원의 군청 홍보 일이나 매체 일 등 소일거리를 하면서 마무리를 잘 하고 싶다. 그리고 외국 출장 중 일에 방해될까봐 아버지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도 알리지 않은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고 싶다. 8년 전 서울에 있는 32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18평으로 옮기고 예산에 1000평짜리 땅을 샀는데 거기서 농사하면서 장날에는 장바닥에 앉아서 감자도 팔아보고 싶다. 오래 전부터 꿈꾸던 내 말년의 모습이다.”

- 지금까지 독신인 줄 안다. 일과 사랑에 대한 갈등은 없었나?

“지금도 왜 결혼 안 하냐고 물어보면 연애 결혼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준비도 돼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은 남자 만나는 일이 재미가 없었다. 오늘 나가서 이런 얘기해야지 했는데 전혀 엉뚱한 얘기를 하고 돌아오고 연애만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시간 낭비라 생각했다. 다만 지금까지 임자를 못 만난 것뿐이다.”

- 젊은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기계발 열심히 해 스스로를 빛낼 수 있는 사람을 존경한다.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나서는 후배들이 좋다. 훌륭한 리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남에게는 배려를, 자기에게는 검열을 할 줄 알아야 하며 ▲변화에 긍정적이며 ▲공부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좋은 리더는 끊임없이 자기 실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남을 포용할 줄 알아야 실수도 적고 외롭지 않다.”

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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