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위안부 할머니 2명 첫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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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방한한 대만 출신 일본군 위안부 루만메이(오른쪽)와 진휜(중앙) 할머니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 황금주(왼쪽) 할머니와 일본 정부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을 이야기했다. <사진·민원기 기자>

16일 안국동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할머니들의 567차 정기 수요 시위에 낯선 언어가 울렸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대만 출신 일본군 위안부 루만메이(盧滿妹·78)와 진휜(陳品·82) 할머니가 수요시위에 참가해 “캉이(巷議·항의)”를 외친 것.

전날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선물 받은 티를 입고 시위에 참석한 루와 진 할머니는 대만어로 쓴 “한국 아마(위안부) 할머니 파이팅, 일본정부 사죄, 배상 - 대만 아마”라는 종이를 들고 있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같은 고통을 경험한 대만과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들은 시위 내내 서로 묻고 설명하며 함께 했다.

대만 위안부 할머니들은 지난 92년 한국의 위안부 활동에 자극 받아 만들어진 대만의 타이베이시 부녀구원사회복지사업회(부녀회)에 속해 정부 등 기관의 지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타이베이시 부녀회가 처음 위안부 피해자를 접수한 92년만 해도 66명의 피해 할머니들이 있었으나 현재 36명만 생존해 있다. 이들 가운데 비교적 건강한 루와 진 할머니가 대만 아마 대표로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들과 일본 정부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4일 방한한 것이다.

루와 진 할머니는 각각 17살 때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로, 21살 때 미얀마로 강제 연행돼 일본군 위안부로 생활했다.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에서 중국 만주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우리나라 황금주(83) 할머니를 만난 루 할머니는 “서로 심정을 잘 안다”며 “한국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참 좋다”고 말했다.

이날 수요 시위를 마치고 대만으로 돌아가는 할머니들께 소감을 물었다. “대만에서 경찰이 막아도 일본교류협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는 루 할머니는 “정기 시위 등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적극적인 활동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할머니’란 한국말을 제일 먼저 배웠다는 진 할머니는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강한 성격에 놀랐다”며 “대만에 돌아가 아마는 물론 젊은 사람들에게도 한국 할머니들에 대해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루와 진 할머니는 “이후에도 대만과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교류를 통해 일본의 사죄와 국가 배상을 받아낼 것”이라며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모두 건강하게 살아서 다음에는 대만에 오시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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