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N번방’ 사건, 문제는 남성연대다
[기고] ‘N번방’ 사건, 문제는 남성연대다
  • sonne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운영위원
  • 승인 2020.04.02 14:52
  • 수정 2020-04-03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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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3월 26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텔레그램 안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폭력이 있었다. 수십 명의 여성이 성을 착취당하는 한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여성의 신체가 포르노에 합성되어 유포됐다. 그리고 이 사태를 가능하게 만든 텔레그램 방 안에는 26만명의 남성이 있었다. 그들은 방을 운영하는 ‘방장’부터 ‘감시자’까지 역할을 맡아가며 여성을 착취하는 데에 있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3월 17일 경찰청은 N번방 운영자 중 한 명인 ‘박사’를 검거했다. 하지만 N번방 성 착취 사건은 우리에게 있어 너무나 익숙하다. 작년에는 ‘버닝썬’과 ‘다크웹’으로, 재작년에는 ‘웹하드 카르텔’로, 그 이전에는 ‘소라넷’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남성은 여성을 수없이 성적 도구로 삼아 유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10만명의 여성들이 ‘강간하지 말라’, ‘찍지 말라’며 혜화역에 모였지만 그 절규는 쳇바퀴처럼 제자리에 머물 뿐, 바뀐 것이 없는 세상이었다.

2월 N번방 성 착취 사건을 공론화한 청원이 국회에 ‘N번방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성폭력 처벌법이 개정되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요구와 달리 ‘N번방 방지법’은 졸속한 처리에 불과했다. 청원의 핵심 주장인 ‘경찰의 국제 공조 수사’는 법사위 회의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남성 고위 공직자들의 안일한 태도에 의한 결과였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N번방 사건에 대해 “저도 잘은 모른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에 대해 “자기는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다”라고 답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기장에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냐”고 언급했다. 이러한 몰이해적인 발언들은 사실상 남성 고위 공직자들이 여성 착취에 대해 가지고 있는 특정한 이해 방식을 보여준다. 그들은 여성 착취를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 즉, 어린 남성들이 할 법한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 착취를 남성이라면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위로 보는 시선은 남성 고위 공직자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가부장제 사회는 남성이 여성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로 그의 ‘남성됨’을 확인한다. 그리고 남성은 남성됨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같은 남성의 여성 소유를 가능케 하는 사회를 만들어 남성연대를 구축한다. 남성은 본인의 여성을 소유하는 한편, 다른 남성을 위해 여성을 제공한다. 소라넷에서 수많은 남성이 술 취한 여성을 강간하는 한편 초대남을 불러 여성을 제공하고, 초대된 남성들은 자신에게 제공된 여성을 소비했다. '양진호'를 만들어낸 수많은 불법 촬영물도, 버닝썬 성 착취 사건도, 지금의 N번방도 모두 성 착취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남성연대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 남성연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남성연대를 ‘정상화’ 하는 조력자와 방관자가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에는 N번방에 들어간 남성들을 위해 N번방 기록을 삭제해준다는 기술자와 법적 자문을 준다는 법률가의 채팅방으로 가득하다. N번방에 들어가지 않은 남성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어느 남성은 ‘N번방 참여자 남성의 숫자가 부풀려졌다’라며 문제를 일부의 일탈로 축소하였다. 어느 남성은 ‘모든 남성이 그러하지 않다’라며 사건의 초점을 은폐하였다. 이렇듯 조력자와 방관자는 남성연대를 구성한 남성을 보호하고, 문제 된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축소하며 남성연대를 보존한다.

N번방 안에서 스스로 감시자를 자처한 ‘와치맨’은 “소라넷의 계보를 잇겠다”라고 했다. 여성의 몸을 성적 도구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남성연대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박사’의 검거 이후에도 다시 ‘또 다른 N번방’을 마주할 것이다. 그러므로 남함페는 요구한다. ‘박사’의 구금에서 멈추지 마라. 경찰은 ‘박사’뿐만 아니라 N번방 성 착취의 공모자와 공범을 끝까지 수사하라. 국회는 청원의 요구대로 국제 공조 수사를 가능케 하라. 사법은 가해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여 사회에 경종을 울려라. 그리고 남성들은 이 사건에 조력, 방관하지 마라. 생산자-소비자, 가해자와 방관자로 이뤄진 이 남성연대에 균열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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