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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국장

본격적인 무더위가 아님에도 한낮에 다니기에 힘이 들 정도로 뜨거운 날씨다. 아이고 더워라 하다가도 문득 이런 날에도 밭에서 일하고 있을 농촌의 여성농민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만 하다. 요즘처럼 농민들이 심난한 때는 없었을 것이다.

지난 2월 정월대보름 날 농업강대국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하자고 그 나라 대통령을 불러 서명을 한 뒤 지금까지 농민들은 한숨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4월 농사철에 여의도공원 한 귀퉁이에서 농성을 하며 날마다 국회 앞에 나가야 했다. 6월엔 50평생을 촌에서 농사만 짓던 여성농민들로서는 정말 힘든 삭발까지 했다.

그나마 얻은 것은 국회가 6월에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비준을 하지 않겠다는 답이었다. 그러나 언론은 농민들을 집단이기주의자로 몰고, 국가적 망신을 사고 있다고 매도했다. 게다가 올해 안에 국회비준을 해야 한다며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이 비준되지 않아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자료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그 자료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 수출 순위가 밀려났다고 하면서, 정작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일본이 수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판매전략이 뛰어나서 그렇다고 한다.

지금 농민들의 걱정거리는 칠레와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생기는 문제뿐만 아니다. 사실은 칠레와 자유무역협정 말고도 미국,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준비에 들어갔다는 것이며, 9월에 있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이 진행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칠레와 맺은 자유무역협정으로도 우리 농업은 포도를 시작으로 과수농사부터 채소나 화훼와 같은 밭작물까지 차례로 망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그 즉시 모든 농업이 붕괴되고 만다. 이렇게 우리 농업이 붕괴되고 만다면 우리의 식탁은 사후 농약처리된 유전자변형 농산물이거나 유전자조작된 음식으로 채워질 것이다.

더 넓게는 농사를 짓기 때문에 생기는 공기정화기능이나 담수기능, 농촌문화유지, 도시민들 휴식공간으로서 농업·농촌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가장 큰 것은 전국민 식량을 안전하게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럽이나 전 세계의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들은 농업의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농업에 투자를 하고 농민 소득을 보장하며 세계화, 개방화 속에서도 농업만큼은 무역 대상으로 두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선진국의 이런 사례를 뒤로한 채, 또 국회의원 과반수가 넘는 144명이 반대서명을 하였음에도 7월 임시국회에서 비준안을 다루겠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농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국민들과, 이런 의견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의 책임있는 활동뿐이란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하늘과 땅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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