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맞지만 ‘성폭력범죄’ 아니라
신상정보 공개명령 대상 안 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11조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 수입, 판매, 배포, 제공이나 소지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고,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는 등의 행위를 한 자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단순 소지의 경우도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N번방’ 성착취 영상 공유 사건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나듯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 행위는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불법행위다. 하지만 우리 법이 이를 규율하는 내용에는 적지 않은 허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많은 이들이 아직 이를 모르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논점이다.

아청법의 규율방식에는 다소 독특한 측면이 있다. 아청법은 ‘성범죄’와 ‘성폭력범죄’라는 개념을 분리한다. 아청법 제2조 제2호는 먼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열거하고 있는데, 바로 뒤이어서 제2조 제3호가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다. 위 조문에 따르면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는 제2조 제2호에서 정의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서 아청법 제11조부터 제15조까지의 조항에서 정한 죄를 제외한 나머지만을 가리킨다.

그렇다고 해서 아청법이 말하는 ‘성범죄’라는 개념이 반드시 ‘성폭력범죄’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위중하다고 볼 만한 범죄를 통칭하는 것 같지도 않다. 왜냐하면 아청법 제2조 제3의2호는 ‘성인대상 성범죄’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그 내용으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서 정하는 성폭력범죄를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오락가락’이다.)

추측컨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 해당하는 범죄유형 가운데에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매매행위나 성매수 행위, 강요행위, 알선영업행위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성폭력범죄의 영역에서보다는 성매매의 방지 및 처벌의 영역에서 주로 문제되는 행위유형을 한데 묶어두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분류상의 개념적 기교가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 이른바 ‘4대폭력 예방교육’에 있어서도 성희롱․성폭력과 성매매가 상이한 영역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율사(律士)들의 뜬구름 잡는 듯한 이런 ‘말장난’이 실제로는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기술상(記述上)의 개념조작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개념구분이 법률효과에 있어서 상당히 큰 차이를 야기할 수 있는 점이 있어서 문제가 된다. 그게 뭐냐고?

널리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에 대해서는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 취업제한 등이 함께 이루어진다. 신상정보 공개명령은 아청법 제49조에 따라서, 그리고 신상정보 고지명령은 아청법 제50조에 근거하여 내려진다.

신상정보 공개명령은 어떤 죄를 범한 자를 대상으로 할까? 법 규정은 몇 가지 경우의 수를 복잡하게 열거하고 있는데 쟁점이 될 만한 부분만 발췌하여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가 그 대상이다. 그리고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로서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도 그 대상이 된다.

자, 이게 무슨 의미일까? 아청법이 ‘성범죄’와 ‘성폭력범죄’ 개념을 구분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기억해 보자. 아청법 정의규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이기는 하지만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는 아니다. 그러므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한들 이 피고인은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가 아니므로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의 대상자가 아니다. 만일 가해자가 만 15세에 이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를 저질렀다면 이때는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의 대상자가 될 수 없다.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하다. 기이한 결론이 아닌가?

혹시 재판부가 법조문을 부주의하게 잘못 읽음으로써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이 내려지게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법조문을 제대로 해석하는 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만 가지고서는 우리 법에서 정하는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이 내려지기는 처음부터 곤란하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성폭력 관련법제가 너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얼기설기 엮어져 있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들마저도 그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고 때때로는 정해져 있는 내용을 오해하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건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가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의 범주에서 배제되어 있어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 부디 이번 ‘N번방’ 사태를 계기로 우리 성폭력 관련법제가 전체적․통합적으로 쇄신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찬성 변호사
박찬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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