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렘그램 ‘고담방’ 운영자 전모씨
아동 성착취물 등 9000건 공유
수원지검 3년6개월 구형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와치맨’이 붙잡혔으나 검찰이 3년6개월을 구형하면서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아동 성착취물을 소지만 해도 중형이 선고되는 해외에 비해 형량이 턱 없이 낮다는 지적이다. 

수원지검은 3월 19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박민 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텔레그램 닉네임 ‘와치맨’ 전모(38·회사원)씨에게 3년6개월을 구형했다. 전씨는 공중화장실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영상 등 불법 촬영물을 게시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이후 N번방 관련 수사가 진행되면서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성착취 영상물을 포함한 불법 영상물 9000여 건을 N번방을 통해 유포한 혐의가 밝혀지면서 추가 기소됐다.

일각에서는 전씨의 구형량이 가볍다고 지적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키운 것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에 대해 사법부가 강경 대응하지 않은 탓이 크다는 비판이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현행법상 강력 처벌은 불가능하므로 이에 맞는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라는 청원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근절책 마련을 지시한 만큼 관련 법 개정과 양형기준 마련 등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배포,·제공하거나 전시, 상영하는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의 벌금형에 그친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를 실제 처벌할 경우 선고되는 형의 수준이 경미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이용 음란물 소지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2146명이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44.8%가 불기소 처분으로 풀려났고 40%는 소재 불명 등으로 수사가 중지됐다. 게다가 지난 5년간 아동 성 착취 동영상 소지자 가운데 85%가 처벌을 받지 않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다크웹상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규제 현황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아동·청소년 성착취에 대한 형량은 해외에 비해 관대하다. 예를 들면 영국은 아동 성범죄 처벌의 근거가 되는 1978년 아동 보호법(Protection of Children Act)에 따라 18세 미만 아동의 외설 사진이나 그에 따르는 영상을 만들면 모두 처벌하도록 한다. 단순히 소유하기만 한 사람도 체포 대상이 되고 최대 징역 5년 형에 처할 수 있다. 미국은 아동 포르노 법(Protect act of 2003)에 따라 18살 미만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배포, 수령, 소유한 사람뿐만 아니라 이를 구하려고 시도한 사람까지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 성착취물인 줄 알면서 소유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사람은 최대 10년형까지 선고되고 영상에 등장하는 피해자가 12세 미만인 경우 형량은 최대 20년까지 늘어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없다 보니 실제 처벌에서 형량이 낮게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에 대해서는 별도의 양형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다. 이번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처벌 강화 여론이 높아지자 대법원은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 관련 양형기준 마련에 나셨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4월 20일 제101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불법 촬영 및 유포 등 성폭력 범죄와 관련해 새로 만들어질 양형기준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특히 새 양형기준의 명칭과 형량의 감경 가중 사유, 집행유예 기준, 또 아동 청소년 대상 음란물 범죄는 별도로 양형기준을 설정할 것인지 등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에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판사들을 대상으로 아동 청소년에 관한 법률 11조 등과 관련해 적절한 양형이 얼마인지를 묻는 취지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양형위원회는 이번 전체회의에서 아동 청소년 대상 음란물 범죄에 대한 적절한 형량 등을 논의하고 관계기관의 의견조회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6월 안에 양형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24일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전현민 부장검사)는 전씨 사건에 대해 추가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검찰이 전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구형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뒤에 내려졌다. 법원은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달 6일 오후 4시 30분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키워드
#N번방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