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이름으로 ‘친근함’을 무기 삼아

각 당 여성위원회 설립 초읽기

군소정당 여성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녹색정치준비모임, 녹색평화당, 사회당 등 군소정당 속 여성들은 당 안에서 수는 적지만 각 당이 추구하는 정치색을 시민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성위원회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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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정당들의 여성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은 각 당의 사이트.

녹색정치준비모임, 녹색평화당, 사회당에서 간부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은 10명 안팎. 이들에게 읽히는 가장 큰 희망의 메시지는 시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친근함’이며 특히 녹색평화당과 녹색정치준비모임은 ‘친 환경’을 기치로 시민들을 껴안고 있다.

여성위원회 설립은 우리 몫

“당원들 데리고 지역 봉사를 자주 나가죠. 파주는 농사짓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환경 이야기를 하면 주민들에게 다가서기가 편하고 좋아요. 파주를 더 이상 오염시키면 안 된다는 주제로 한시간 이상 토론하는 일도 많죠.” 녹색평화당 이분희 파주시 위원장의 지구당 활동 평가.

“저는 여성입니다. 두 아이 엄마구요. 그냥 제가 먹고사는 문제, 아이들 교육환경문제, 생활하면서 불편하고 부당한 것을 느끼는 대로 주민들과 함께 하면 그게 바로 정치가 됩니다.”

녹색정치준비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정희 관악구의회 의원은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과 관악환경교육센터 <마루>의 대표로도 활동하면서 지역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도림천 친수공간 조성 기본계획이 수립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그는 서울대 지역사회 개방, 일방통행로 개선 등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보육·교육 등 여성들이 관심 갖는 문제나 소수층을 위한 정치로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내고 있는 사회당도 비슷하다. 사회당 김향미 금천구 지구당 위원장은 그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오래 산 여성들이나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과 연결해 함께 사업을 진행해왔다.

청년진보당 기관지위원회와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활동, 주민과 함께 하는 정치 경험이 부족한 사회당 박진희 서울시위원회 위원장도 생활정치를 진행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 “6월 1일 서울시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어요. 바로 지금부터 직접 주민들과 만나는 정치를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깨끗한 총선 만들어 볼까

녹색평화당을 제외한 두 곳은 여성위원회가 없다. 그러나 만들고픈 마음이 굴뚝같은 여성들이 있기에 군소정당 내 여성위원회 설립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지난해 아쉽게도 여성위원회가 문을 닫은 사회당부터 출발할 전망. “사회당은 여성할당제 50%를 당헌에 명시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여성간부들이 활동하고 있죠. 저를 비롯해 많은 여성간부들이 여성위원회 건설에 관심과 의욕을 가지고 있어요. 당내에 존재하는 여성운동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구체적으로 모아내고 그 성과로 여성위원회가 다시 건설될 수 있도록 준비중입니다.” 박진희 위원장의 설명은 사회당 내 여성위원회 재설립이 멀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현재 사회당 산하에 있는 네 개의 시 위원회 중 여성위원장이 50%를 차지하고 있기에 전망이 밝다.

그 만의 정치 색깔을 ‘여성’이라고 못박는 유 의원의 경우 “우리 사회에서 소외돼왔던 복지, 교육, 문화, 여성의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여성위원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해 녹색정치준비모임 내 여성위원회 설립 가능성도 엿보인다.

열악한 당세처럼 이들의 총선 참여 의지도 열악한 편. 이들을 총선과 멀어지게 만드는 건 부족한 정치 소양과 돈. 중앙정치보다 지역 살림에 더 마음이 가는 성질도 함께 작용한 결과다.

그나마 총선에 마음을 두고 있는 녹색평화당 곽금미·이분희·최종숙 위원장도 정치 초보자라는 점과 돈 때문에 출마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 하지만 세 명 모두 여건만 마련된다면 그들만의 방식으로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녹색평화당 곽금미 충남천안을 지구당 위원장은 돈 안 드는 정치를 주장한다. 그는 실례로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충청남도 의회 선거에 나가 선거운동 한 번 안하고 2만 표를 얻었다”는 경험담을 내밀며 “주민들과 친근했던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투명하고 깨끗해서 부정부패가 아예 없는 그런 선거라면 해볼 만 하겠죠.” 돈 때문에 생기는 부정부패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집을 지구당 사무실로 쓰고 있다는 최종숙 위원장도 그렇다.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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