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엄마들 규탄 기자회견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 판결에
서울시교육청은 불복하고 항소

ⓒ여성신문 홍수형
정치하는엄마들은 19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청의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항소 입장을 규탄했다. ⓒ홍수형 기자

“너희도 열 달 동안 배부르게 해줄까?”

“야하게 입으면 성폭력 당해.”

스쿨미투를 통해 고발된 성희롱 발언 중 일부분이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 따르면 서울에서 일어난 스쿨미투는 2020년 3월 기준 26건이다. 그러나 스쿨미투 이후 가해자에 대한 징계처리 현황은 제대로 알기 어렵다. 시민단체가 가해 교사에 대한 수사 상황과 징계 여부에 대해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청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19일 서울시교육청이 스쿨미투 처리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의 1심 판결에 항소 의지를 밝힌 것을 두고 강하게 규탄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1심 선고에서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원고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7일 항소 의지를 밝혔다. 이에 정치하는엄마들은 19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청의 항소를 규탄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서울시교육청의 항소 의사를 철회하고, 스쿨미투 처리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하라고 촉구했다. 김 활동가는 “2019년부터 정치하는엄마들과 스쿨미투 정보비공개 취소 처분 행정소송을 다투고 있는 사건 담당 부서는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 성평등팀’이다. 정말 이름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시민생활교육 과장에 따르면 ‘배제처분 받지 않은 교사가 교단에 설 수 있을지 고민 된다’고 했다. 가해자들은 성인이고 심지어 교사”라며 “그들이 교단에서 겪을 지도 모르는 수치심을 학부모와 아이들이 왜 걱정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름이 공개돼 수치심 느낄 일을 했다면 당연히 교단을 떠나는 것이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베로니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조희연 교육감의 항소 결정은 스쿨미투 사태 해결의 포기라고 발언했다. 그는 “2015년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한 번이라도 성범죄에 연루된 교원들의 명단을 공개한 뒤 바로 퇴출하는 ‘원스크라이크 아웃제’를 발표했다”며 “아웃제는 어디에서 작동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3년 뒤인 2018년 스쿨미투 학교성폭력 고발이 전국에서 속출하자 스쿨미투 발생에서 종료까지 모든 과정을 가정통신문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안내갈 될 수 있도록 지도해나갈 것도 약소했다”며 “그러나 교실에서 사라진 가해교사들은 같은 재단 다른 학교로 옮겨 추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는 스쿨미투 고발자들은 고발 이후 사안 처리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양 공동대표는 “성고충심의위원회, 학교폭력위원회 등 사안을 논의하는 기구에는 교사 위원, 외부 자문위원은 존재하나 학생 위원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우리 단체에서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은 현장에서 말하기를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 청소년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사안처리 과정과 그 결과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학내 성폭력 사안처리 결과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단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제제 인천페미액션 활동가는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들 의무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아직 교단에 남아있는 교사들이 특정될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성폭력 가해교사를 감싸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이제는 교원단체 눈치를 보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서울시교육청이 과연 제대로 스쿨미투 사안을 처리했는지 그 공정성과 전문성마저 의심이 든다”고 규탄했다.

지난 2월 성폭력을 고발하고 긴 투쟁을 이어나갔던 학교에서 졸업했다는 김이해 부산스쿨페미니즘연합 활동가는 “정보공개를 통해 교육청 업무에 지장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변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학내대응을 진행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내가 고발한 교사가 어떤 처분을 받게 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많은 학생들이 왜 하필 SNS 고발을 선택하는지, 지금의 학교와 교육청이 학내성포겱 처리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희연 교육감의 항소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조희연 교육감과 면담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18일에 정식 면담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1심 판결대로 정보를 공개하면, 교사의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피해학생에 대한 소문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항소 제기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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