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그럴싸한 행사 ‘이제 그만!’
이름만 그럴싸한 행사 ‘이제 그만!’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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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여성주간 행사로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렸던 신직업페스티벌. <사진·미즈엔 이의종>

‘양성평등 신직업 페스티벌’에 다녀와서

제 8회 여성주간을 맞아 지난 4일 서울여성플라자 1층 로비에서 ‘양성평등 신직업 페스티벌’이 열렸다. 서울지역 15개 여성인력 개발센터가 연대하여 진행된 이번 행사는 “양성평등, 새로운 문화의 시작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남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들을 소개했다.

전시관 양쪽 벽면으로 유망 신 직업 45개의 사진 이미지와 개요, 훈련과정, 전망 등이 전시되었고, 그 중 다섯 개 직종은 따로 코너를 마련해 직접 그 분야에 있는 여성들이 나와 직업에 대한 설명을 해주며 일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 직업으로 소개된 직종 중에는 실버이야기 지도사, 문화체험 지도사, 상장례지도사 등이 이색적이었다. 실버이야기 지도사란 어린이들에게 인형극과 구연동화를 전달해 주는 50세 이상 노인들을 말한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직종으로 전시장 한 쪽에서 노인들이 직접 시연을 하기도 했는데, 즐거워하는 어린이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화체험 지도사의 경우는 문화 유적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유적을 소개하고 역사적 배경을 전달해주는 직종이다. 여가를 즐기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가이드의 일종이라고 할까. 마지막으로 상장례지도사는 장례상담부터 장례과정 전체를 담당하는 일로 바쁜 현대인들이 직접 장례절차 전체를 주관할 수 없게 되면서 생겨난 직업이다. 병원 등에서 주로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밖의 직종들은 신 직업이라 불리는 게 무색할 정도였다. 학교 급식요원, 일본어 전문 강사, 종이접기 지도사, 피부 관리사, 홈스쿨 교사들을 과연 양성평등한 새로운 직종이라고, 여성의 사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유망한 직종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부만을 위한 취업정보 전시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으로서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갔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거의 대부분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직종들이었고, 조금 낯선 직종을 만났을 때는 그것에 대해 설명하거나 상담해줄 도우미조차 없었다.

이런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행사는 서울 지역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연대해서 마련했다.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여성들의 교육과 취업을 도와주고 있는 각 지역 기관인데 대부분 평일 오전을 교육시간으로 잡고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전시를 주관하고 주최한 쪽에 있다.

왜 행사를 ‘양성평등 신직업 페스티벌’이라고 했는가. 실제로 행사는 양성평등, 신 직업, 페스티벌 그 어떤 것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주부들을 위한 취업 정보 전시’ 정도로 타이틀을 제시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그랬어야 행사 취지에도 맞고, 관람객들에게 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여성 취업문제는 그 어느 것보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여대생들의 취업 고민뿐만 아니라 결혼과 출산·육아 때문에 직업을 그만둔 많은 여성과 노인에게도 절실한 문제다. 비록 지금은 미약해도 언젠가 양성평등의 신 직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개발과 투자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여성들은 이름만 멋있고 실속은 없는 행사를 원하지 않는다. 정말로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면 소박하고 진실한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꾸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더욱 개선된 모습으로 말이다.

김슬기/ 인턴기자 연세대학교 신방과 seul08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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