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미얀마 이야기] ⑤

 

미얀마는 큰 나라다. 국토의 면적이 한반도 면적의 3배나 된다. 카친 주의 카까보라지(Khakaborazi) 산은 높이가 5,881m나 되고, 거기서 발원한 에야와디(Ayeyarwady) 강은 2,210km를 내달려 안다만 해로 흘러 들어간다.

미얀마 인들은 카까보라지 산을 ‘정복을 허락하지 않는 산’, 에야와디 강을 ‘어머니의 강’이라고 얘기한다. 수 천년에 걸쳐 ‘정복을 허락하지 않는 산’의 기상을 배우고 ‘어머니의 강’이 주는 풍부함 속에서 살아 온 미얀마 인들이기에 스케일도 큰 것일까? 미얀마 인들은 오래 된 역사 속에서 스케일에 걸맞는, 문화유산들을 만들어냈다.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것이 양곤 중심부의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이다. ‘쉐’(Shwe)는 미얀마어로 황금, ‘다곤’(dagon)은 언덕을 뜻한다.
쉐다곤은 6세기에서 10세기 사이에 ‘몬(Mon)’ 족에 의해 최초로 건설된 사원으로 약 2,6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쉐다곤 파고다는 부지 면적이 약 14만 평이며, 테라스의 면적이 1만 7천평이나 된다. 바로 그 테라스 위에 둘레가 436m, 높이가 99m나 되는 대탑이 서 있고, 그 주변에 74동의 전각들이 임립해 있다. 양곤 시내에서는 어떤 건물도 이 탑보다 높이 지을 수 없다. 이 탑은 양곤스카이 라인의 정점이자, 이곳 사람들에게는 넘어서는 안될 성역인 셈이다.

비오는 날의 쉐다곤 파고다의 야경. ©조용경

 

이 탑의 중앙부 외벽은 약 67톤의 황금 판으로 장식되어 있고, 탑 꼭대기에는 73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포함, 총 5,448개의 다이아몬드, 2,317개의 루비와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 보석들이 들어 있다.

쉐다곤의 넓은 바닥에는 대리석 타일이 깔려 있어서 밁은 날은 무척 뜨겁고, 비가 내리는 날은 미끄럽기에 참배객들은 항상 조심스럽게 걸어다녀야 한다.

종각에는 무게가 24t인 범종(鐘) '마하간다'(Maha Gandha)가 매달려 있다.

마하간다는 1778년 콘바웅(Konbaung) 왕조의 신구(Singu)왕의 명으로 제작된, 높이 3,34m, 하부 직경 2.05m인 큰 종이다.

이 종에는 전설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얽혀 있다. 제1차 영국-버마 전쟁이 벌어진 1825년, 영국군들이 이 종을 영국으로 실어가려다가 에야와디 강에 빠뜨린다. 종을 건지려는 영국군의 노력이 실패하자, 한 버마인 승려가 나타나 “종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내가 건지겠다”고 제안했다. 영국군 책임자는 코웃음을 치며 승락했는데, 승려의 수하들은 3일 만에 종을 끌어 올려서 영국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 스님은 촘촘하게 엮은 대나무 띠를 만들어 강바닥에 떨어진 종을 겹겹이 묶도록 했고, 그 부력으로 거대한 종이 물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는 것!

미얀마 인들은 이 종각 앞에서 그 이야기를 들려 주며 의기양양해 하는데, 그래서 이 쉐다곤 파고다를 ‘미얀마인들의 자존심’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양곤에서 또 하나의 보석 같은 존재가 로카찬타(Lokachanta) 옥불사원이다. 양곤 외곽에 있는 로카찬다 옥불은 하나의 통옥으로 조각한 백옥 불상으로 높이가 15m, 무게가 500톤이 넘는다. 1990년 대 초반, 만달레이 북쪽 옥광산에서 1,000톤에 가까운 거대한 옥덩이가 발견되었는데, 이 통옥을 구입한 조각가가 정부에 기증을 했다. 만달레이에서 이곳까지 약 400km를 운송하는 데만 11일이 걸린 이 옥돌에 그 조각가 부자가 7년에 걸쳐 조각을 한 로카찬타 옥불상은 거대한 유리 박스 안에 안치되어 있다.

로카찬타 옥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옥불상이다.

 

로카찬타 옥불사원에 안치된 세계최대의 옥불. ©조용경
로카찬타 옥불사원에 안치된 세계최대의 옥불. ©조용경

 

중부의 만달레이에서 에야와디 강을 거슬러 한 시간 남짓 올라가면 사가잉(Sagaing) 주에 속하는 밍군(Mingun)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이곳에 벽돌로 축조한 세계 최대의 불탑인 밍군 대탑과, 가장 큰 종인 밍군대종이 있다.

2013년 12월 23일, 사가잉 주의 주도인 몽뉴와(Monywa)에서 주지사와 면담하던 자리에서 그는 “사가잉 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밍군 대탑(大塔)과 밍군 대종(大鐘), 그리고 몽뉴와의 대불상(大佛像)이 있다”고 했다. 그와 대화를 하면서 미얀마인들, 특히 군부집권 세력은 세계최고를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음 날 아침, 40분 이상 차를 달려서 까타칸타웅(Khatakan Taung) 마을의 대불상을 보러 갔다.

높이 129m의 대불상 ©조용경
높이 129m의 대불상 ©조용경

 

불상은 높이가 129m로, 실제로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불상이며, 그 앞의 와불(Reclining Budda Image)은 키가 100m로 1991년에 준공된 것이라고 했다. 이 불상들은 독재자였던 탄셰(Than Shwe) 장군이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주도한 것으로, 1996년에 시작되어 2008년 2월에 준공 되었다.

2016년 4월에 방문한 밍군 대탑(Mingun Pahtodawgyi)은 정말 규모가 컸다. 이 탑은 1790년 콘바웅 왕조의 보도빠야( Bodawpaya) 왕의 지시로 건축된 미완성의 불탑으로, 한 변의 길이가 140m, 미완성 상태의 높이가 50m나 되는 거대한 벽돌구조물이다.

보도파야 국왕은 자신의 치적을 위해 설계 높이가 152m인 이 대탑을 건축하기 시작했는데, 투입된 수 천 명의 노예들의 상당수가 죽거나 다쳤으며, 건축 비용 조달을 위해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는 바람에 백성들의 원성도 컸다. 그러자 한 예언자가 "대탑이 완공되는 날 보도파야 왕도 죽을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고, 이 얘기를 들은 보도파야 왕이 탑의 건축을 중단시켰다.

그래서 이 세계적인 벽돌 건축물은 50m 높이에서 중단되고 말았다. 탑 둘레를 돌아 보니, 세계 최대의 벽돌 구조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는 밍군 대탑은 참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밍군 대탑에서 100여m 거리에는 ‘밍군 대종’(The Mingun Bell)이 있다. 밍군 대종 역시 보도파야 국왕의 명으로 주조된 것으로, 무게가 90 톤에 달하는 엄청나게 큰 종이다. 무게가 18.9 톤인 봉덕사 신종의 다섯 배나 되는 것이니, 주조된 시기는 한참 늦다 해도 수백 년 전의 미얀마 인들의 금속주조기술이 상당한 경지에 달해 있었던 것 같다.

밍군 대종의 모습  ©조용경
밍군 대종의 모습 ©조용경

 

이 종은 크기 면에서 크렘린 궁의 종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이지만, 크렘린 종은 몸체에 생긴 균열로 더 이상 울릴 수가 없기 때문에, 울릴 수 있는 종으로는 밍군 대종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안내자는 자랑을 했다. 미얀마 인들이 세계 최대라고 자랑하는 세 개의 불상이 미얀마의 동남부인 몬(Mon) 주에 자리잡고 있다.
몬 주는 기원 전 3세기 경 인디아로부터 최초로 불교가 전래된 지역이다. 타똔 왕국이 있었던 몬 주와 바고 주에는 역사가 길고 규모가 큰 불교 문화재들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 핵심적인 것이 몬 주, 무돈(Mudon) 타운 외곽의 쨔욱따론(Kyauk Ta Lone) 마을에 있는 와불상 '윈세인토야'(Win Sein Taw Ya)이다.
​윈세인토야는 몬 주의 주도인 몰메인에서 남쪽으로 20km 정도 거리에 있는데, 몬 주의 주민들은 높이 30m에 길이가 180m인 이 불상을 세계 최대의 와불상(Reclining Buddha)이라고 자랑한다.

세계 최대의 와불상 윈세인토야. 1992년 건립이 시작됐는데 내부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조용경
세계 최대의 와불상 윈세인토야. 1992년 건립이 시작됐는데 내부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조용경

 

이 와불상은 몬 주 출신의 ‘윈세인토야 큰스님’(Win Sein Taw Ya Sayadaw)의 뜻으로 1992년에 건립이 시작되었는데, 내부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산의 능선에 길이가 180m에 높이가 30m 규모인 대형 건물을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라, 내부 골조나 마무리 공사가 보통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이 와불상을 관람할 때의 난점은 바닥에서부터 와불상 출입구까지의 200여 계단을 맨발로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날이 더우니 문자 그대로 고행길이다.

와불 내부는 8층 구조에, 백팔십 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특히 와불상의 눈이나 정수리 부분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풍경이 절경이라고 한다.

몬 주의 주도는 몰메인(Mawlamyine)이지만, 몬 주에서 몰메인보다 오히려 역사가 깊고 일찍부터 불교문화가 융성했던 도시가 바로 타똔(Thaton) 이다. 바로 그런 타똔 지역에, 작지만 의미가 있는, 근래에 만들어진 또 하나의 세계 최대의 불상이 있다.

‘먄따벳 산도신’(Myantabet Sandawshin) 사원에 있는 높이 9.6m의 ‘네파야지’(Hneephayar Gyi )라는 대나무불상이 그것이다. 네파야지 대나무 불상은 2012년 4월에 제작하기 시작하여, 불상 조성 작업에만 26 개월이 소요되었고, 불상을 안치할 길이 18 m, 폭15 m, 높이 12 m의 건물을 별도로 신축했다.

종잇장처럼 가늘고 얇게 쪼갠 대나무 띠로 불상을 만드는 일은 고도의 숙련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작업을 위해 샨(Shan)주에서 미얀마 최고의 대나무 가공 장인들을 초빙하여 2년 여의 작업 끝에, 높이 9.6m의 불상을 완성했다.

 

따톤에 있는 세계 최대의 대나무 불상. ©조용경
따톤에 있는 세계 최대의 대나무 불상. ©조용경

 

이러한 긴 작업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표면의 금분 칠을 하는 과정에만 5개월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모르고 보면 평범한 불상의 하나인 이 네파야지 불상이 수많은 사람들의 엄청난 정성과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하면 경건한 마음을 갖게 된다.

미얀마라는 가난한 나라의 불상들이 왜 세계 최대여야만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불상들 하나하나가 미얀마를 널리 알리고, 세계로부터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의미 있는 소재가 되면 참 좋겠다.

근래에 이루어진 크고 작은 불교 문화재의 상당수는 군부정권과 불교계의 타협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얀마 군부는 불교계의 협조를 받아 50년간 장기집권을 해왔다. 어쩌면 이런 일들이 오늘날의 미얀마 국민생활을 피폐하게 만드는 과정에도 한 몫을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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