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도덕나침판’ 잉아브리트 알레니우스
스웨덴 감사원 개혁 이끌어
민주주의 강화시켰다는 평가

잉아브리트 알레니우스 스웨덴 전 감사원장. 사진=잉아브리트 알레니우스 페이스북
잉아브리트 알레니우스 스웨덴 전 감사원장. 사진=잉아브리트 알레니우스 페이스북

 

잉아브리트 알레니우스(Inga-Britt Ahlenius, IBA). 약자 IBA로 불리는 그는 스웨덴 국민들에게 대찬 여성으로 각인되어 있다. 1939년생인 그는 공직생활 중 많은 남성 보스들을 보기 좋게 혼내준 일화들로 유명하다.

유럽연합집행부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유럽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조사하는 특별기구가 만들어졌을 때 재무부 예산국장을 거쳐 감사원장이 된 그는 유럽집행위원장의 특별부탁으로 부패특별조사의 책임을 잠시 맡은 적이 있다. 고위급 유럽연합관료들이 가족과 친지들을 특채형식으로 고용하고 뇌물을 챙기는 등 부패와 친족주의가 횡행하고 있다는 그의 보고서가 집행위원장에게 제출되었다. 고위관리들의 반발이 컸지만 결국 행정집행위원장과 관련 남성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옷을 벗어야 했다.

스웨덴에서는 감사원의 위상을 놓고 1990년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국가특별조사위원회에서 재무부 산하에 있는 감사원을 그대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하지만 의회는 의회감사처와 예산규모와 업무를 균형적으로 분점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는듯 했다.

그 때 유럽집행부의 부정부패를 조사하면서 유럽 각국의 감사원제도를 연구한 그는 정부를 감시하는 기구가 행정부의 산하에 있는 기형적 형태를 지적하며 이 기회에 의회감사처와 통합해 의회감사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 중 어느 나라가 행정부를 감사하는 기구가 정부 산하에 남아있느냐며 자신을 임명한 재무부 장관과 언쟁을 벌였다.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자 총리까지 전화를 걸어 회유했지만 그는 자신의 단호한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 총리는 알레니우스가 요구하는 내용이 탐탁지 않았지만 국민 여론은 이미 그에게 박수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 결심을 해야 했다. 당찬 감사원장의 요구로 시작된 감사원의 의회 이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를 위해 헌법개정이 이루어졌고, 감사원은 의회의 행정부 감사기구로 편입되었다. 그는 감사원이 의회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조직, 인사, 감사기능의 조직을 만들어 놓고 후배를 위해 조직을 떠났다. 이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그를 민주주의의 아킬레스건이었던 행정부 산하 감사원을 의회로 옮겨 스웨덴의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시킨 감사원의 전사라 불렀다.

그의 투철한 감시자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 주도로 유엔평화유지권이 주둔했던 코소보에서 감사원조직을 만든 것도 그였다.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치하에 있으면서 부패가 횡행하고 관료의 이권개입과 무능으로 국민의 원성이 자자하던 곳이었다. 그의 지도력과 꼼꼼한 일처리실력을 지켜본 미국관리들이 방만한 행정조직으로 엄청난 예산을 쓰고 있던 유엔 개혁을 위해 그에게 유엔의 최고관료 3위 위치인 내부감찰최고행정관 자리를 제안했다. 스웨덴 사람이었지만 미국의 추천으로 유엔에 발을 들인 그는 반기문 총장 직속 조직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5년동안 유엔의 조직과 조직원을 만나면서 큰 문제점을 발견했다. 변화와 조직의 효율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서 유엔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나온 책이 『미스터 체인지: 반기문 하에서 붕괴하는 유엔』이다. 안타깝게도 유엔의 발전을 막는 사람들이 바로 반기문 사단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반 총장과 타협하지 않고 개혁을 주문하고 혁신을 도입할 것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차고 나온 것이라 쓰여 있다.

그의 당찬 인생기간동안 남자가 주도하는 관료조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의를 위해 총리, 유럽집행위원, 그리고 유엔사무총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의 정직성과 곧은 인성, 그리고 조직의 효율성을 생각하는 자세에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개혁에 반대하거나 그의 활동을 방해했던 사람들은 그의 행동이 자신의 통제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조직과 일체감을 보이지 못한다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도덕나침판이라는 칭호를 듣고 있는 그는 행정부의 부패와 비효율은 감사원의 위상이 불안정하거나 통치권자의 눈치를 볼 때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정부가 무능할 수록 그리고 부패가 많은 나라일수록 행정부 감찰기관인 감사원의 무기력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정권이 추진하는 사업은 아예 감사를 보류하거나, 불리한 감사결과가 나올 것 같으면 즉각적으로 발표해 바로 잡으려 하기보다 정권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들이 떠나면 슬쩍 입장을 바꾸는 우를 범하기 쉽다. 민주주의의 질이 낮은 나라일수록 감사원이 통치권자의 눈치를 보는 직무유기성 과오가 크다고 그는 힘주어 말하는 이유다.

헌법기관이지만 형식적으로 대통령 하에 있는 감사원은 절대로 정권에 누가 되는 선제감사를 하지 못할 뿐 더러 하더라도 대통령의 추진사업을 감히 비판할 수 없게 된다. 그가 멋지게 날렸던 사표를 내 던질 각오를 하고 감사원의 국회이전을 요구할 당찬 감사원 수장이 앞으로 나올 수 있을까? 자신의 안정적인 임기와 조직의 이익만 연연하는 수장이 아닌 행정부 감찰과 감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조직으로 만든 한국의 알레니우스를 언젠가 기대해 본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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