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디어파크의 셸 디어 파크 정유시설.ⓒ뉴시스

 

국제유가가 9일(현지시각) 전세계로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과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갈등이 전쟁으로 번질 위험에 20% 이상 대폭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4.6%(10.15달러)가 하락한 31.13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을 겨우 지켰으나 유가 하락 공포가 휘몰아치고 있다. 하루 낙폭 기준 걸프전 당시 1991년 이후 29년 만에 큰 하락률이다.

이날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수요 둔화에 직면해 내림세를 나타내던 WTI 유가는 직격탄을 맞았다.지난해 4월 23일 고점 배럴당 66.30달러보다 53.05% 하락한 것으로 10개여월만에 반토막 났다. WTI 유가는 전 거래일인 지난 6일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불발 소식에 10.1% 급락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 물 브렌트유도 이날 오후 배럴당 23.83%(10.79달러) 급락한 34.48달러에 거래돼 하락세를 보였다.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하루 150만 배럴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 반대로 합의가 불발됐다. 사우디는 7일 석유 증산을 발표하며 배럴당 6~8달러 인하를 발표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을 쓰며 긴장을 높이는 모습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규모는 10~20% 수준이다. 실제로 해당 규모의 증산이 이뤄질 경우, 지난 2014년부터 2016까지 이어졌던 사우디발 원유 치킨게임이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사우디의 조치가 러시아를 향한 압박에 그치지 않고 가격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연쇄적인 파장이 우려된다. 사우디가 가격을 내리면 다른 산유국들도 인하 경쟁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합의가 불발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인하 전쟁의 양상마저 보여 유가가 수직 낙하했다고 분석했다.

유가하락은 그만큼 세계경제가 좋지 않다는 의미로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이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짐에 따라 수출이 줄어들면 수출기업뿐 아니라 각종 화학제품을 만드는 업체들과 마트, 백화점, 납품 업체까지 주가가 떨어지고 타격을 받게 된다.

일각에선 유가하락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올해 유가가 최대 20달러선을 하회한다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전략업체 드래고맨벤처스의 알리 케더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올해 유가가 20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 시기는 사우디와 러시아간의 재협상 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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