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빵은 생존권
장미는 참정권 상징
오늘날까지 있었던
여성들의 연대와 용기

8일 친구가 직접 빵을 구웠다며 건네줬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았는데 친구는 식당 내부에 장식된 장미꽃을 가리켰다. 그제야 나는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성신문 진혜민
8일 친구가 직접 빵을 구웠다며 건네줬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았는데 친구는 식당 내부에 장식된 장미꽃을 가리켰다. 그제야 나는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성신문 진혜민

일요일이었던 지난 8일 친구가 직접 빵을 구웠다며 건네줬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았는데 친구는 식당 내부에 장식된 장미꽃을 가리켰다. 그제야 나는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으로 여성의 날의 의미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일이 뒷전이 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다.

“WE want bread, But roses, too!” (우리는 빵을 원하지만 장미도 원한다!)

‘빵’과 ‘장미’는 세계 여성의 날의 상징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2월 2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화재로 사망한 동료들을 기리며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한 대규모 시위로 시작됐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인권과 지위 향상을 위해 여성의 날을 기념했고, UN에서는 3월 8일을 공식적인 ‘세계 여성의 날’로 선정했다. 당시 여성들은 생존권을 의미하는 ‘빵’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장미’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법정기념일로 지정

2018년 2월 20일 여성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양성평등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2018년부터 3월 8일이 법정기념일인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됐다. 원래는 여성의 날을 기념해 많은 단체들이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대다수 행사들이 취소되고 대신 온라인 캠페인으로 대체됐다.

이번 세계 여성의 날은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2020년에 있었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오늘이 오기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연대하며 함께 외쳤다. 그들의 용기를 되새기며 그동안 국내에서 여성들 스스로 일궈낸 값진 성과에 대해 생각해봤다.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 앞에 선 여성들이 환호했다. 66년 만에 헌법재판소는 낙태 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인 형법 제269조 1항(동의낙태죄)과 제270조 1항(자기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2019년 9월 9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의 종료 시점까지 꾸준히 따라붙은 활동가·교수·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 그룹의 공이 컸다. 또한 이들은 이슈가 잊혀 지지 않도록 관련 시위·기자회견·토론회 등을 주기적으로 열며 탄원서와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여성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디지털 성범죄를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었다. 이에 2019년 12월 사회연결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는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ReSET’(리셋) 계정이 생겼다. 여성들은 직접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에 함께해주실 분들을 구합니다”라며 활동을 전개했다. 이에 힘입어 여성 단체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국성폭력상담소·탁틴내일은 지난달 14일 “그 누구도 성착취 피해자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이사회에 여성 1명 이상을 반드시 참여하도록 하는 ‘여성임원할당제 도입’도 일궈냈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증권사 크레디트스위스 조사에 따르면 주요국 기업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이 15.3%를 기록한 가운데 우리나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년 국내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3.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이사회에 여성 1명 이상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하는 개정 자본시장법, 일명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여성 의제를 내세운 ‘여성의당’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3월 8일 공식 출범했다. 1945년 창당된 ‘대한여자국민당’ 이후 처음 등장한 여성 정당이다. 여성의당은 지난 2월 1일 열린 ‘여해여성포럼’에서 창당을 결의한 뒤 2주 만인 2월 14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절차를 밟았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각 언론사에서는 관련 기획 기사들과 유명 정치인들의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러나 각 기사들에는 여성의 날에 대한 악성 댓글들이 어김없이 달렸다. 이 날 만큼은 그 의미를 퇴색시키기보다는 그동안 여성들이 겪어왔고 현재도 겪고 있는 불평등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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