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한성숙·김선희
200개사 등기임원 1444명 중 여성은 39명…2.7%
여성 한 명도 없는 곳이 168개사

이부진(왼쪽부터) 호텔신라 사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뉴시스
이부진(왼쪽부터) 호텔신라 사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뉴시스

 

국내 200대 상장사의 등기임원 중 여성 임원은 100명 가운데 3명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200대 상장사의 1444명 중 여성 등기임원은 39명으로 전체의 2.7%에 그쳐 여성 대표성을 국내 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200대 상장사(매출액 기준)의 등기임원 1444명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등기임원은 39명으로 전체 2.7%로 집계됐다. 국내 200대 상장사 중 여성 등기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기업도 168개사로 전체의 84%에 달했으며 3명 이상 둔 곳이 없었다. 나머지 32개사(16%)도 여성 등기임원이 3명 이상인 곳은 공기업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유일했다. 민간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등 5개사가 2명, 나머지 26개사는 각 1명에 불과했다. 기업 내 성별다양성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이나 여성 임원의 부재가 전 직급을 걸쳐 여성이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나아가 기업 내 차별적인 문화를 고착화하고 여성 임원 다양한 기능의 인적 자원 기능을 가로막는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사회 결정을 할 수 있는 임원 성비 불균형 속에서 국내 등기임원 중 여성 대표이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한성숙 네이버 사장 등 3명뿐이었다. 이 중 오너 가족인 이부진 사장과 김선희 사장을 제외하면 활약하는 여성 전문경영인은 한성숙 사장이 유일하다. 여성이 기업 소유주의 가족이 아니면 상장사 대표로서 자수성가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있기도 하다. 여가부가 지난해 상장 법인들의 부회장 임명 경로를 조사한 결과, 여성 부회장이 기업 소유주의 가족인 경우는 83.9%였으나 남성 부회장은 37.1%가 오너일가로 확인됐다.

유럽연합(EU)이 올해까지 이사회 여성 비율을 40%까지 높이도록 권고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은 여성 등기 임원 비중을 높여가는 세계적 흐름에 상당히 뒤처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200대 기업의 등기임원 2410명 중 여성 등기임원 비중이 28.4%(684명)으로 '여성임원 30%' 달성을 눈 앞에 뒀다. 또한 미국은 자동차, 에너지, 철강 등을 포함한 9개 업종에 12명 여성 대표이사가 종횡무진하고 있다. 독일도 2000명 이상 상장사에서 이사회 구성원의 30%를 여성에게 강제적으로 할당하도록 했다.

더구나 국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여성 등기임원을 최소 1명 이상 의무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해 오는 8월 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늦어도 내후년 8월까지 1명 이상 여성 이사를 영입해야 한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나온 특례 조항이 자산 규모가 큰 기업에만 적용되는 데다 위반해도 처벌 규정이 없어 강제성이 없다는 비판이다. 최소 1명 여성 이사만 선임하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법률이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으로 구성하지 말라는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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