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별 여성공약 분석 - 2. ‘스토킹 범죄’ 편

‘더불어민주당’ 스토킹 범죄 국가 책임 강화
‘미래통합당’ 피해자 보호 지원 체계 마련
‘정의당’ 처벌강화와 피해자 보호 조치
‘국민의당’ 임시 접근금지명령 절차 간소화
모든 정당 공약에 '반의사불벌죄' 삭제 내용 없어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 앞다투어 여성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W정치인사이드는 4.15 총선에서 각 당의 여성 정책을 분야별로 나눠 샅샅이 분석한다. 지난 2월 28일 '디지털 성폭력' 편에 이어 2편에서는 '스토킹 범죄' 공약을 다룬다.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신림동 주거침입 강간미수 사건' 등 스토킹 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스토킹 범죄 관련 입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스토킹은 피해자에게 큰 고통과 공포를 주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벌금 최대 10만원의 경범죄에 불과하다. 스토킹 법안은 15대 국회부터 꾸준하게 발의됐으나 지금까지도 제정되지 않았다.

  ⓒ여성신문
  ⓒ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은 <스토킹처벌특례법> 제정을 약속했다. 현행법에는 스토킹 범죄의 정의와 이를 규제하는 별도 법안이 없다. 민주당은 특례법 제정을 통해 스토킹 범죄의 정의와 범죄유형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 범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민주당의 ‘스토킹 범죄 피해자 범주 확대’ 공약은 긍정적이다. 적지 않은 스토킹 범죄가 피해 당사자에게만이 아닌 주변인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스토킹 범죄의 정의와 범죄유형 구체화' 공약은 구체적 방향이 없어 모호하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를 어디까지 포함할 수 있을지에 따라 <스토킹처벌특례법>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 지적한다. 스토킹 법이 실효성있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스토킹 범죄 범위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다양한 범죄유형이 담기지 않는다면 법의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8년 5월 법무부는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당시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의 구성요건을 1)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2) 정당한 이유 없이, 3)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4)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한정했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해당 법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법률안에서 스토킹 범죄 구성요건이 엄격하고 거부 의사의 증명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또한, 법무부 법안은 스토킹 범죄 유형을 4가지로만 제한하고 있다.

 

정의당은 <스토킹 범죄의 예방과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약속했다. 스토킹 범죄를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피해자 지원을 확대한다. 또한 스토킹 전반에 대해 체계적으로 규제하고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 또한 신변안전조치, 임시조치, 보호처분을 비롯하여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토킹 범죄의 포괄적 정의는 여성단체들의 오래된 요구였다. 2018년 열린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정 법륜(안)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은 "실제 사건은 뒤를 따라다니거나 전화하는 것 외에도 ‘피해자와 연인관계 행사를 하는 SNS 계정을 운영’하는 등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며 "스토킹 범죄를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림동 주거침입 강간미수 사건’ 피해자가 공론화한 범행 CCTV 화면.
‘신림동 주거침입 강간미수 사건’ 피해자가 공론화한 범행 CCTV 화면.

미래통합당은 '범행 준비 단계’인 스토킹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스토킹 방지 특별법>을 제안했다. 스토킹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며 피해자 보호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래통합당이 공약에서 스토킹 행위를 '범행 준비 단계'로 언급한 점은 아쉽다. '스토킹은 범행 준비 단계라는 사회적 인식'은 관련 법의 입법을 막은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피해자 보호 지원 체계' 공약은 피해자가 직접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도입과 신속한 신변안전조치,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 특례와 신고 이후 불이익 처우 금지 등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당은 선진국 수준의 <스토커방지법>을 약속했다. 스토커에 대한 신속 대응을 위해 이메일, 전화, SNS까지를 포함하여 임시 접근금지명령 절차를 간소화하고, 미성년자 스토킹, 무기소지, 반복행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하며 상습범에게는 징역형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임시 접근금지명령절차 간소화'는 범행 초기 단계에 강력 조치를 위해 중요하다. 스토킹 범죄는 반복될 수록 범죄의 강도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현재 스토킹 범죄 발생 시 “응급조치” 단계에서 경찰 직권으로 가해자에게 스토킹 행위를 중단할 것을 명한 후 판사가 “잠정조치”로 서면경고 하게 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긴급잠정조치”단계에서 경찰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국민의 당이 약속한 ‘선진국 수준’ <스토커방지법>은 공약 내용 측면에서는 아직 모호하다. 선진국마다 스토킹에 대한 정의와 대응 예방 조치는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르다. 영국 같은 경우 스토킹 범죄 발생 전 스토킹이 의심되는 단계라고 할지라도 경찰이 개입하여 접근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안에서의 사이버 스토킹에 대한 법적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정부가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해 22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조정 점검회의에서 확정했다.

<정책평가>

모든 정당 공약에서 스토킹 법의 반의사불벌 적용 삭제 언급이 없는 점이 아쉽다. 현재 법무부 법률(안)에서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로 구분된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관련법에 반의사불벌이 적용된다면 가해자의 처벌 여부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가 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피해자는 처벌 의사를 제대로 밝히기 어렵게 된다. 무엇보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적용은 스토킹 범죄 자체를 피해자가 용서해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취급하는 꼴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은 “스토킹 법에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면 사실상 친고죄처럼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이나 합의를 종용하는 일이 잦을 것”이라며,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가해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처벌 여부에 대한 책임을 오히려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은 "스토킹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지난 총선 각 정당 공약이기도 했지만 20대 국회에서도 법 제정은 뒷전이었다"며 "종합적인 스토킹 법안 마련과 함께 각 정당이 스토킹 법 제정의 추진 의지와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