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로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에서 추방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뉴시스

 

프랑스 영화계 최대 축제인 세자르 영화상 시상식에서 미성년자를 수차례 성폭행한 의혹을 받는 로만 폴란스키(87)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현지시각) AF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 살 플레옐 극장에서 열린 세자르 영화상 시상식에서 폴란스키 감독이 ‘장교와 스파이’로 감독상과 의상상을 받았다. 수상 소식을 접한 시민 수백 명이 “나는 고발한다 폴란스키와 세자르를”이라고 외치며 반발했다.

주최 측인 프랑스영화예술아카데미가 윤리적 입장을 고려하지 않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취해 뭇매를 맞았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영화를 수상 소식을 접한 지난 12일 현지 200여 명의 프랑스 영화인들이 프랑스 아카데미의 개혁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자 테르지앙 회장을 포함한 이사회 전원이 사임했다.

현지매체 프랑스 24는 “이번 수상 후보 지명은 성범죄자를 찬양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여성단체 ‘페미니스트가 될 용기’도 “강간이 예술이라면 모든 세자르상을 폴란스키에게 줘라”라고 맹비난했다. 프랑스 여성단체 '오세 르 페미니스트'(여권론자가 되겠다)의 대변인 셀린 피크는 "폴란스키의 영화가 12개 부문에 수상 후보로 지명된 것은 충격이다. 12명의 여성들이 폴란스키를 성폭행으로 고발한 상태"라며 "이는 도덕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적인 폴란스키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여성 운동가들이 나를 공개적으로 저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폴란스키는 1977년 미국 LA에서 13세 미성년자에게 약물을 먹인 뒤 강간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기 전 1978년 프랑스로 도주해 40년이 넘도록 미국 법망의 감시를 피해 다니는 도망자 신세다. 미국에서 지명수배된 상태다.  그 외 자신의 10대 시절 폴란스키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등 미성년자 성추문 혐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배우 샬럿 루이스는 본인이 10대일 때 폴란스키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으며 다른 배우는 15세 때 강간을 당했다며 그를 스위스 검찰에 고소했다. 그는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논란으로 2018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 영구제명된 인물이다.

1976년부터 시작된 세자르상 시상식은 프랑스 아카데미로 통하며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 시상식이나 폴란스키 감독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권위가 추락하는 분위기다. 프랑스 영화아카데미는 미국 아카데미가 이미 버린 폴란스키를 자국민이란 이유로 감싸려다 영화제 권위가 망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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