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어수선하다. 자당을 비판한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가 여론에 밀려 취하했다. 임 교수는 칼럼에서 민주당을 향해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엔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면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칼럼의 기본 논조는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이유는 선거 무용과 정치 해악을 가져 오는데 “자유 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기 때문이다”고 설파했다. 민주당은 임 교수를 고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당’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또한 민주당은 공보국 명의로 고발을 취하하면서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며 또다시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맞선 정당”이라는 점에서 당 안팎의 비판에 수긍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권력을 이용해 정치적 의사 표현에 재갈을 물리려 했던 잘못된 고발로 “민주당=반민주 정당”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또 다시 구원 투수로 등장했다. 그는 “임 교수의 칼럼은 기본적으로 저질 칼럼”이라고 혹평하면서 “어쩌다가 바빠서 무단횡단을 한 번 했는데, 그렇다고 상습 무질서·폭력 행위자로 몰아붙이면 안 된다”고 했다. 지난 번 조국 사태에서 보듯이 유 이사장의 상황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또 드러났다. 민주당이 비판 받아야 하는 이유는 민주주의 가치를 무너뜨린 잘못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고발인인 이해찬 대표의 공식 사과와 관련 책임자 문책도 없었다. 비판적인 국민의 소리는 “무조건 듣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오만한 태도다. 유 이사장의 논리대로 라면 민주당은 이 사태와 관련해 사과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개혁, 집값 안정, 그리고 최근 임 미리 교수를 둘러싼 논란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을 향했던 국민의 비판적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겠다”면서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부터 반성하겠다”고 사과했다. 더 나아가 “우리 내부의 확신만으로 국민과 소통해서는 국민의 폭넓은 동의를 구할 수 없음도 잘 알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집권당답게 더 높은 가치를 지향하고 더 넓게 포용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총선을 의식해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의도에서 행한 연설일지는 모르지만 이런 겸손한 태도가 정상이다. 유 이사장과 소위 ‘문빠’에게 임 교수 칼럼은 저질일지 모르지만 국민에겐 ‘사이다 칼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엽합 대표 시절인 2015년 8월31일 “권력을 비판했다 기소당한 시민·언론인을 지원하겠다”며 당내에 ‘표현의 자유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지난 대선에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피할 수 없는 팩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 이사장은 얄팍한 논리로 민주당을 무조건 방어하고 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정도를 걸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당을 진정 돕는 길이다. 여하튼 민주당은 임 교수의 지적처럼 촛불혁명의 의미를 되새기고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언어 인지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에서 진보든 보수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상대방에게 유리한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제 민주당은 자신에게 불리한 ‘반민주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나 ‘젠더 평등’과 같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프레임으로 빨리 전환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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