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제공한 숙명여대 합격확인서ⓒ뉴시스.여성신문
A씨가 제공한 숙명여대 합격확인서ⓒ뉴시스.여성신문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2020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숙명여대에 합격한 A씨가 입학을 포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자신의 입학을 둘러싼 반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입학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합격 소식이 알려지고 입학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면서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내년도 대학 입시를 다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대는 다시 지원 못 할 것 같다”고 말해 일반 대학에 진학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30일 법원에서 성별 정정을 허가받은 A씨가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이 대학 학생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등장했다. 학내 게시판에 ‘성전환 남성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며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았다. 입학처에 항의 전화를 하고 총동문회에 항의 이메일을 보내며 반발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반면 숙명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합격을 환영했다. 이들은 2일 입장문을 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힌 A씨의 결정을 지지하며 노력을 통해 얻어낸 결실에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일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대학 입학 반대를 외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이날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6개 여자대학 21개 단체는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여대는 남자가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며 “본인을 여자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여성 혐오 사회에서 여자의 삶을 알고 존중하기보다 여자들의 공간과 기회를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언니네트워크와 퀴어여성 네트워크는 5일 ‘우리는 계속 위협이기를 원한다’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고 “‘하필 여대냐’는 질문이 여성 인권 운동으로 둔갑하는 초라하고 편협한 현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폭력 및 성적 괴롭힘, 학대를 문제화하고 대책을 요구할 때,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을 분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트랜스젠더는 언제나 여기 말고 다른 곳에 있어야 한다는 자들에게 해명하지도 간청하지도 말자”고 했다. 이어 “그것이 사회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죽으라는 말과 과연 다를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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