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에게
유승준에게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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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동생 중에 곧 연기자가 되고 싶어하는 녀석이 있다. 대학을 이미 졸업했기에 빠른 시일 내에 군대에 가야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녀석은 이미 25세가 넘었고 연기자로 데뷔하면 최소 2∼3년 고생해야 하는데 군대 갔다오면 나이가 많아 연기자로 데뷔하긴 그른 일일 거라고 걱정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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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내게 와선 잘만하면 군대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얘기했다. 신체검사 때 제출할 서류를 알맞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 덧붙인다. 난 녀석에게 “그 정도로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면 그냥 깨끗이 군대 갔다와라. 그게 더 빠른 길이다”라고 말해줬다. 녀석은 피식 웃으며 조금 더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군대 가고 싶은 남자가 어딨어

남자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남자들은 군대라는 곳에 대해 어느 형태로든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인생의 최절정기, 젊음의 꽃이 막 필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군복무를 생각할 때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는 건 사실이다. 가긴 가야되는데 갔다오면 곧 사회인으로 시작되는 나이라 더 이상 젊음의 낭만을 누리기엔 너무 현실적으로 변하게 된다. 대학시절 군 제대 후 복학한 형들과 잘 못어울렸던 기억이 있다. 군대를 가고 안 가고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내가 군대에 가야할 때쯤, 그러니까 아직 연예인이 아니었을 때 난 뉴스를 통해 신체 검사를 교묘히 악용해서 군대를 회피하다 적발된 유명 스포츠 스타, 유명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나도 잘만하면 군대를 안가도 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여 종합 검진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제발 어디 한 곳이라도 내 몸이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도하며(?) 병원을 찾은 내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한지. 아무튼 난 소위 방위로 군 생활을 마치게 됐다. 군 생활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솔직히 내 인생에서 20대 초반 그 아름다운 시절을 2년 가까이 잃어버렸다는 게 너무 억울할 때도 있지만 그 보단 미래의 내 모습을 위한 투자라고 말하고 싶고, 사실 군 제대 후 불확실한 미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연예계에 들어와서 많은 젊은 인기 연예인들이 군 문제를 놓고 심각히 고민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매니지먼트사는 어떻게든 군대 가는 걸 늦추기 위해 수업에도 나가지 않을 대학원에 등록시키거나 아님 대학을 옮기거나 하는 방법들로 최대한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며 때론 아예 군대면제를 위해 방법을 찾는 일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누구는 군에 안 갔고 누구는 끌려갔다(?). 한창 인기 있고 최고의 부와 명예를 만끽하고 있는 그 때, 군대란 거의 공포의 대상이다. 다행히 요즘은 군대를 갔다와도 복귀하여 예전의 인기를 되찾는 경우가 많아져서 후배 연예인들도 깨끗이 갔다오자 쪽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그 짐의 무게는 버거워 보인다.

요즘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유승준에 대한 얘기가 한창이다. 사실 유승준에 대한 얘기를 할라치면 자칫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기에 다들 쉬쉬하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두려워하고 있지만 글쎄 내 생각을 말하고 싶다. 어차피 난 방송활동 못한지 오래됐기에 피해가 덜한 거니까 말이다.

“자네가 미국시민권을 얻어 LA에 간지 얼마나 됐지? 1년 좀 넘었나? 이제 다시 들어와서 활동하고 싶다고 법무장관께 편지를 썼다고? 그건 나도 읽어봤는데 많이 감동적이진 않더군. 많이 힘들고 괴로운 상황이고 그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네. 하지만 그전에 신체검사 받고 군에 꼭 가겠다고 큰소리치며 대한 남아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러다가 갑자기 미국 가서 시민권 받고 군대 안 가겠다니 남아있는 우린 황당하지 않겠나. 아마 그것 때문에 가장 화나있는 걸 꺼야. 배신감. 그 배신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꺼야. 특히 군대 갔다 온 남자들에겐 더 힘들겠지.

국민정서가 더 무서워

내 얘기를 해 볼까. 자네도 내가 커밍아웃 한 건 잘 알겠지? 2000년 9월이니까 벌써 3년 가까이 되는군. 방송국에서 쫓겨나고 가족한테도 부끄러운 존재고 사회로부터 받는 눈총이 꽤 고되더군. 물론 자네가 느끼는 고통만큼이나 되겠냐마는 나름대론 많이 힘들더군. 자살 생각도 했었으니까.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직장에서 해고되고 사회로부터 손가락질 받는지 아무도 이 나라에선 홍석천 개인의 인권을 보호해줄 사람이 없는 거냐구 소리치고 싶었네. 그래도 난 참고 또 참고 끝까지 참았지. 왜냐면 ‘국민정서’라는 게 도사리고 있더군. 난 3년째 그렇게 참고 지내고 있다네. 연예계에 정말 힘들게 데뷔해서 얻는 조그만 인기와 부는 이미 다 잃었고 내 나이 이제 서른 셋… 자네 몇인가? 스물 일곱? 여덟? 모든 게 내 상황보다 훨씬 낫구려.

그거 아나? 인권침해라고 법적 소송도 못하고 있다네. 약자의 설움이라기엔 너무 억울하지 않겠나.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인권침해 받아도 법에 호소하지 못하는 건 ‘동성애자’라는 이유 하나뿐이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이해 안되지만 그냥 기다려 보는 거지. 살면서 이해 안 되는 게 어디 한 두 개일까? 시간이 좀더 필요한 걸세. 건강 조심하게나. 복귀하는 날 소주 한잔 기울이세. 내가 계산함세. 아, 이 글 쓰는 오늘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던 6월 25일이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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