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정직한 후보'
‘라미란 표’ 코미디에 깔깔
늘어지는 스토리는 아쉬움

'정직한 후보'의 주상숙(라미란)은 하루 아침에 거짓말을 못하는 되는 진실된(?) 국회의원 후보가 된다. ⓒNEW
'정직한 후보'의 주상숙(라미란)은 하루 아침에 거짓말을 못하는 되는 진실된(?) 국회의원 후보가 된다. ⓒNEW

사이다처럼 뻥 뚫리는 청량감은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2월 12일 개봉하는 영화 ‘정직한 후보’는 갑자기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된 3선 국회의원을 그린 코미디이다. 전작 ‘걸캅스’에서 생애 첫 스크린 주연을 맡아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배우 라미란을 단독 주연으로 내세웠다.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등 굵직굵직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나섰다.

28일 언론시사회로 공개된 ‘정직한 후보’는 중반부까지 나쁘지 않다. 4선에 도전하는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이미지 메이킹에 열을 올린다. 겉으로는 서민의 일꾼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고급 주택에 살며, 당선을 위해서라면 어떤 거짓말도 능숙히 하는 정치인이다. 그런 상숙을 보며 정직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상숙의 할머니 김옥희(나문희)는 기도를 한다. 기도가 통하며 상숙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 생각과 달리 입 밖으로 말만 꺼내면 진실한 이야기만 하게 되는 것이다. 밥 먹듯이 말을 바꾸거나 행동보다는 공약을 우선하는 허다한 현실을 영화는 비스듬하게 풍자한다.

‘라미란 표’ 코미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에게 많은 것을 기댄다. 어떤 대사든지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화하고 노래든 춤이든 가리지 않고 온몸으로 연기하는 라미란의 몸에는 ‘웃음 DNA’가 장착돼 있는 게 분명하다. “국민들이 똑똑해지면 저 같은 사람은 골 아파지기 마련이니까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거나 “서민의 나의 일꾼”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모습에서 웃음이 안 나올 수 없다. 상숙의 뜬금없는 발언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보좌관 박희철(김무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여러 에피소드가 섞이면서 웃음이 힘을 잃고 스토리가 늘어지는 점은 아쉽다. 자녀의 병역 기피 의혹이나 사학 비리, 취업 특혜 등 사회 문제를 영화 속에 녹여낸 것은 현실감을 더한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스토리가 나열식으로 풀어져 호흡이 매끄럽지 않다. 관객이 어느 한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종욱 찾기'(2010), '부라더'(2017)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의 2년여만의 신작이다. 104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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