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퀴어 인플루언서 김나라
미디어 아티스트·모델·
스타일리스트로 활약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1월 21일 김나라 패션 인플루언서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영화 ‘기생충’의 대사처럼 패션 인플루언서 김나라(27, @naras._)는 세계 곳곳에 그의 영향력을 발산중이다. 13만9천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김씨는 본인의 직업을 하나로 소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인터뷰 당시 자신을 ‘퀴어’ 인플루언서·미디어 아티스트·스타일리스트·모델이라고 말했다. 게시물 당 수천개 이상의 좋아요가 눌리는 그의 SNS 소개글에는 ‘Openly Queer’(커밍아웃한 성소수자)라는 단어가 가장 앞에 쓰여 있다. 작년 초 그는 패션 인플루언서로서 팔로워가 꽤 많이 모인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며 ‘진짜 김나라’로 사람들 앞에 나섰다.

패션 인플루언서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예전에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스타’라는 말을 사용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 말 대신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 많이 부르더라고요. 저는 인플루언서를 직업으로 삼고 있어요.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패션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인기를 끌고 그 파급력을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있어요. 상품 홍보뿐만 아니라 제 이야기도 하고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팔로워에게 소개하고 있어요. 

김나라 인스타그램. @naras.
김나라 인스타그램. @naras._

패션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결국 제가 해온 작업들이 직업이 된 거예요. 유년기 시절, 저의 방어기제 매체는 ‘옷’이었어요. 대학생 때는 옷에 대한 그림을 그렸고요. 그러면서 패션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그게 꽤 잘 됐어요. 그때부터 패션에 대한 사진을 올리면서 돈을 벌었는데 블로그가 지고 인스타그램이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됐어요. 인스타그램은 스토리텔링 형식의 블로그의 특성과 달리 이미지를 중점으로 하는 매체인데요. 점점 이미지를 위한 이미지를 기계처럼 찍어내다 보니 ‘나 자신이 아닌 가상의 계정을 운영하는 것 아닌가’ 하는 내적 갈등도 있었죠. 이러한 회의감에서 통해 저는 졸업전시에서 ‘나의 위치’, ‘사이 공간’, ‘타임라인’ 등을 영감으로 작업하기도 했어요. 작년에는 개인전을 통해 일민미술관 ‘퍼폼2019: 린킨아웃’, 작가 130여 명의 작품을 가지각색으로 진열장에 배치한 ‘취미관’ 전시에 함께했어요. 현재는 포스트 리얼리즘(Post Realism)을 작업하는 김효재 영상작가와 협업해 영상·퍼포먼스를 만들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본인이 성소수자임을 밝히기도 했다
저는 나름대로 제가 꽤 규모가 있는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해요. (웃음) 그래서 비교적 팔로워에게 피드백을 받는 일이 많은데,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나서 저에 대한 응원을 많이 하더라고요. 가령 누군가가 게시물 댓글이나 DM(Direct Message, 사람들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비공개 메시지)으로 희롱을 하면 제 편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분들은 저에게 “언니 덕분에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존재해주고 일상을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하는데 오히려 제가 더욱 큰 힘을 얻는 것 같아요. 그러나 아무래도 제가 패션 인플루언서이다 보니 남들보다 화려한 차림새로 시선을 노골적으로 많이 받아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어요. 한 번은 길 가다가 이상한 추임새와 함께 심한 욕설을 들은 적도 있고요.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김나라 패션 인플루언서.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해외에 비해 아직 국내 퀴어 커뮤니티 규모는 작은 편이다
퀴어 공통체나 커뮤니티도 많이 없지만 사실 한국 퀴어 사회는 게이 위주의 남성 문화가 선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퀴어 소식을 받아보고 있어요. 여성단체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를 신청해 모임에 참여하고 있지만 퀴어들의 모임이 크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최근 퀴어·시각예술인들로 결성된 모임인 ‘오버라인’(Over Line, 선을 넘자)에 참여해 도서 등 창작물을 기획하고 발행하고 있어요. 오버라인은 구성원 수가 총 6명으로 소규모인데 디자인·영화·미술·사진 등 전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시각 예술인들로 구성됐어요. 저희는 주기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면서 현재 첫 창작물인 『overline;o.verline』 독립출판까지 했어요. 비록 작은 책자이지만 각자 주제를 맡아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overline;o.verline』에 작업한 주제가 궁금하다
저는 ‘가발’을 소재로 작업했어요. 저는 한때 가발을 쓰고 다녔는데, 그 가발을 벗게 된 계기에 대해 글을 쓰고 사진을 실었어요. 지금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상태인데요. 제가 가발을 썼을 때와 벗었을 때 사람들이 나에게 대하는 태도가 무척 다르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어요. 같은 옷을 입어도 머리카락이 긴 가발을 썼을 때 젠더적 위계를 느끼며 무력해짐을 느꼈어요. 그때부터 가발 수집을 그만두고 짧은 머리 스타일로서 온전한 저를 아이콘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책자 표지
『overline;o.verline』 책자 표지

퀴어가 퀴어에게 한 마디 한다면
제가 퀴어임을 밝힌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에게도 다 같이 일어나서 연대하자고 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각자의 사정과 이유가 있기 때문에 분명히 저마다의 방식으로 연대를 하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돼요. 다만 강인하고 당당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저도 그들과 함께 행복하게 존재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없어요. 여태 계획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없는 것이 계획이에요. 그럼에도 굳이 말하자면 온전한 저의 모습으로 더욱 드러내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리고 글로벌 인플루언서로서 세계를 돌며 제 이름도 알리고, 돈도 벌고 싶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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