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시행령 개정안 적용 시 사외이사 선임수요 현황.ⓒ뉴시스, 상장회사협의회

오는 3월 주주총회부터 560여 곳 상장사가 사외이사들을 교체하도록 하는 상법 시행령 시행을 앞두고 재계에선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상장회사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과잉 규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상법과 자본시장법, 국민연금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공정경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가 출범한 지 1년 8개월 만이다.

개정된 상법 시행령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상법,국민연금법 시행령은 공포 후 즉시 시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를 포함해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계열사에서 퇴직한 지 3년(현행 2년)을 넘어야 상장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있다.

개정안 중 눈에 띄는 것은 사외이사 임기 제한이다. 법무부는 상장사의 사외이사가 한 기업에서 6년, 계열사를 포함해 9년 이상 근무하는 것을 금지를 결정한 데는 사외이사가 총수 일가나 최대주주의 독단 경영을 견제하기 보다는 이들에게 유리한 의사결정만 해준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을 지적했다. 후진적인 기업 지배 구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임기를 제한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또한 상장회사는 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할 때 회사의 재무적 성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제공해야 한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법률 개정안은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 이사 후보자의 체납 사실 등 정보 공개, 기관투자자의 지분 대량보유 보고 의무(5%) 완화 등이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는 566개사, 새로 선임하는 사외 이사는 718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불과 두달 가량 앞두고 560여개 기업들이 일시에 사외이사를 교체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 중 중견·중소기업이 494개사(87.3%), 61명(85.7%)으로 대부분을 차지해 중소기업 사외이사는 기업 인지도나 보수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해 이번 개정으로 사외이사 발굴이 더 어려웠졌다고 상장회사협의회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과 SK는 각각 6명, LG·영풍·셀트리온은 각각 5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할 처지에 놓였다. LS와 DB는 4명, 현대차· GS·효성·KCC는 3명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 SK텔레콤·KT·삼성SDI· 코오롱인더스트리 등도 사외이사 2명을 3월 주총에 바꿔야 한다. 특히 셀트리온은 전체 사외이사 6명 중 5명을 이번 3월 주총에서 바꿔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 후보자의 체납 사실이나 부실기업 임원 재직 여부, 법령상 결격 사유 등 함께 공고를 의무화한 점도 사외 이사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찾기 어려운 과잉 규제로 기업 경영에 외부 간섭이 커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 관계자는 “유능한 전문 인력이 6년 이상 재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장치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인력운용의 유연성과 이사회의 전문성을 훼손하며 주총 소집 시 사업보고서를 첨부토록 하는 것은 사업보고서의 완결성을 해치는 문제가 있다”라며 “이러한 기업 경영의 자율성 침해는 결과적으로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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