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 12월 22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임금현황조사를 발표하고 성평등임금공시제를 약속했다. 성평등임금공시제는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과 근로시간 등과 같은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의 성별임금현황조사 결과는 투자출연기관의 낮은 여성비율(18%), 여성보다 긴 남성의 근속기간(7.7년), 성별임금격차(46.42%~–31.57%), 성별직종분리 심화를 보여줌으로써 공공기관 내 성차별 문제를 가시화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성별임금격차 등 노동시장 내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가시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가운데 서울시의 이러한 시도는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 남녀간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꼴찌로 남성 100만원 기준 여성은 63~64만원 수준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를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의 성별 임금격차는 설명요인보다는 설명요인이 없는 부분, 바로 성차별이 차지하는 비중이 63.7%라고 한다. 여성노동운동계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운동으로 조기 퇴근운동을 펼쳐왔고 성별임금격차 문제를 사회 전반에 알려왔다.

그런데 성별임금격차 문제해결은 기업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문제제기 하기 어렵다. 바로 남녀 고용현황(임금, 고용형태, 직위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은 임금공개법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근로자 200인 이상 기업 임금구조에 관한 정보를 직원이 요청할 경우 반드시 제공해야하고 500인 이상 기업은 성별 인종 등과 관계없이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지키고 있음을 정기적으로 알려야 한다. 또한 스위스도 2019년부터 남녀평등임금실현을 위해 100인 이상 기업의 남녀임금격차 조사를 4년마다 의무화하고 있다.

이처럼 남녀간의 임금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전제조건은 바로 임금현황 공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시의 성평등임금공시제는 무척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서울시의 성평등임금공시제가 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채용과정이라고 하는 바로 진입단계에서의 성차별문제도 함께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한국은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채용 성차별 문제가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감사원 조사로 드러난 금융권 성차별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공공기관의 가스안전공사(2015. 2016) 채용 성차별(신입사원 공개채용과정에서 여성지원자 7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탈락시킴), 대한석탄공사(2014) 채용 성차별(청년인턴채용 과정에서 여성지원자 대부분을 서류에서 탈락시킴. 142명 중 3명만 통과시킴) 등이 있다. 서울시도 채용성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9년 하반기 감사원 감사과정에서 드러난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 채용 성차별 사례 때문이다. 서울메트로는 2016년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여성지원자들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모두 탈락시켰다. 서울메트로가 남성만을 채용한 이유는 ‘전동차 검수지원, 모터카 및 철도장비 운전 분야가 여성이 하기 힘든 일이고 야간 근무시 여성용 숙소도 마련되어 있지 않는 등의 현장 여건을 고려해 여성을 채용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여전히 현실에서는 남성을 선호하고, 남성과 여성의 일이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

서울시는 채용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 공정·평등 채용 가이드라인’을 각 기관에 배포하고 ‘채용단계별 합격자 성비공개’를 각 기관 주무부서와 협조해 권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사안은 권고 차원이 아닌 강제력이 함께 가야 할 부분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채용성비공시를 충분히 강제력 있게 추진해낼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있다(양성평등기본법 17조. 성인지통계). 성별임금격차 해소는 성평등임금공시와 함께 채용성비공시가 함께 이뤄져야 가능하다. 지금 중앙정부와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서울시의 성평등임금공시제를 주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의 시도가 노동시장내 성차별을 개선해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길 바래본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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