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모바일 게임업체 Y
일러스트레이터 SNS 사찰 후
작업물 삭제 및 사과문 게재

게임업체 Y 온라인 공식카페에 올라온 사과문. ⓒ온라인 공식카페 캡처

 

게임업체가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찰하고 일부 내용이 일부 게임 이용자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다는 이유로 작업물을 모두 폐기처리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일러스트레이터가 남성에 의해 불편함을 느꼈던 일들에 대한 한탄이었으나 게임업체와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이를 ‘페미니즘’ 사상에 동조하는 것으로 주장했다.

2일 새벽 게임업체 Y는 온라인 공식카페에 “축전을 그린 M 일러스트레이터에 관한 제보를 받고 전후사정을 확인했다. 그 결과 과거 트위터 게시글 중 일부 특정 사상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확인됐다”며 “Y측은 어떠한 정치적 입장과 사상적 입장에도 치우치지 않고 늘 중립적인 자세로 다가가고자 한다. 그렇기에 해당 게시글(일러스트)는 전부 내려가 있으며 재게시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Y 업체는 정식 서비스를 앞둔 모바일 게임 B의 사전예약 30만 명 기념 일러스트를 1일 공식카페에 게시했다. 게시 직후인 2일 자정, 기념 일러스트 한 작품을 그린 M 일러스트레이터가 ‘페미니스트’라는 주장이 게임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제기했다.

일러스트레이터 SNS 캡처

한 게임 이용자는 M 일러스트레이터가 개인 SNS에 2016년부터 2019년 9월 사이 게시한 6건의 글을 올렸다. M 일러스트레이터는 “출근 지하철 문 앞에 어떤 사람이 막고 있길래 잠시만 안쪽으로 들어갈게요 하자 아이씨 소리를 면전에서 들었다 조국의 환영인사 그리웠다 굳이 성별은 안 써도 되겠지”, “남자가 자꾸 뒤따라오는데 일부러 먼저 보내려고 천천히 걸었더니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척하다가 나 오니까 힐끔 보더니 또 뒤에서 걸음” 등의 내용을 SNS에 올렸다. 

문제가 제기된지 1시간30분만인 새벽 1시, Y 게임업체는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일러스트를 삭제했다. 

여성·시민단체는 게임업계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페미니즘 사상검증과 블랙리스트 규탄 및 피해복구 촉구 기자회견을 지난 12월 열었다. 

이들은 현장에서 “피해자들은 창작노동자이자 여성으로 여성에 대한 혐오와 억압의 현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공감했으나 SNS에서 리트윗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반사회적 인물로 낙인찍혔다”며 “블랙리스트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을 하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싶다”고 밝힌 피해당사자의 호소문을 대독했다. 

앞서 지난 11월 온라인 게임 제작업체 티키타카 스튜디오가 자사의 일러스트 작업을 한 작가가 3년 전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사용 중이던 일러스트를 전체 폐기했다. 아울러 제작 단계에서 페미니즘 사상 검증을 위해 ‘리스트’를 참고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성향 등의 이유로 용역계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권고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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