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부문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동월비.ⓒ통계청(단위:%)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수준인 0%대를 기록했다. 정부의 물가안정목표인 2.0%보다 대폭 낮은 수준으로 2020년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을 해결하지 못하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5로 전년(104.45)보다 0.4% 상승했다. 상반기에는 0.6%, 하반기 0.2% 상승하는 데 그쳐 1965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54년 만에 가장 최저치다. 중국 경기 둔화와 유가하락까지 겹쳤던 2015년(0.7%) 이후 4년 만에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2.0%)보다 1.6%P 낮으며, 1999년(1%대) IMF 외환위기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보다 가장 큰 낙폭이었다. 연간으로는 지난해 1월부터 12개월 연속 0%대 물가 상승률을 보여 최장 기간이다.

이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원인으로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등공급측 요인이 꼽힌다.

올해 농축수산물 물가는 양호한 기상 여건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1.7%하락했다. 특히 채소류 가격은 8.5%가 낮아졌다. 농축수산물의 소비자물가 상승 기여도는 –0.13%P였으며 이 중 농산물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0.21%P였다.

석유류도 국제유가 하락 영향 등으로 전년 대비 5.7% 하락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26%P 주저앉게 했다. 무상교육이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정책이 반영된 공공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0.5% 하락해 소비자물가는 0.07% 떨어뜨렸다. 의료비, 교육비에 대한 복지정책 확대 및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24%P 낮췄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수요측 상승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및 기저효과,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역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19년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이 없었음에도 낮은 물가 수준을 공급측 요인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추이가 저물가 현상으로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만큼 소비 부진이 심각하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기초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직후인 1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수요 위축에 따른 저물가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성장 둔화에 경기 부진까지 겹쳐 수요가 물가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5~2.6%)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현재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경제성장률과 실물지표 부진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은 “우리 경제가 단기간 내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물가 상승률의 추세적 하락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징후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금융연구원이 1.1%, 현대경제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0%, LG경제연구원은 0%대 후반, 한국경제연구원은 0.5%로 각각 전망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