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시 액션]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한국노총 여성 조합원 20만명
지역본부 여성 대표성 5~10%
단위노조 여성 대표 3.3%

“여성노동문제·성평등에 관심둬야
조직 경쟁력 앞서”
간부 참여하는 히포시 세미나 열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조합에서 여성들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각급 조직의 여성위원회 설치를 늘려가고 역할을 강화하는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성신문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조합에서 여성들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각급 조직의 여성위원회 설치를 늘려가고 역할을 강화하는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성신문

“한국노총은 노동운동 방향에 성평등을 중요한 운동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21일 한국노총 26대 위원장 임기를 마치는 김주영(58)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노동조합은 여성 조직화와 더불어 현재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노조운동 관행에서 벗어나 성평등한 조직문화로 바꾸어가기 위한 활동에 힘써야 한다”며 재임 중 성평등 운동인 ‘히포시(HeForShe)’ 활동을 펼친데 큰 의미를 두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여성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히포시 리더’에 선정됐다.

현재 한국 노총 조합원 여성조합원은 20만 명으로, 전체의 17%에 해당한다. 김 위원장은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나날이 확대되는 현실에서, 여성노동문제와 성평등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조직경쟁력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노조 내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단위노조까지 여성할당제가 정착되어 그 실효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며 “가능성 있는 많은 여성 노조활동가들이 있지만 노조 내 여성의 참여가 왜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한다면 여성 활동가들이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여성을 인정하고 노조 내 여성을 포용하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노총 여성조합원이 20만 명에 이르지만, 현재 노동조합의 의사결정기구기인 정기대의원대회나 중앙위원회에 참가하는 여성대의원 비율은 14%로, 여성조합원 비율 17%보다 낮다. 한국노총은 2006년부터 대의원 및 중앙위원 비율 30% 이상으로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지역본부, 회원조합에서의 여성 대표성은 5~10%대에 머물고 있다. 단위 노조 여성대표자는 3.3%로 더 낮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히포시 캠페인 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성신문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히포시 캠페인 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성신문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성평등한 조직문화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며 “특히 노동조합에서 여성들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각급 조직의 여성위원회 설치를 늘려가고 여성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는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성위원회 구성은 각급 조직에서 추천된 여성 리더들”이라며 “여성 리더 간 네트워크와 소통을 강화하고 노동조합, 지역, 사회에서의 이들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986년 한국전력에 입사한 뒤 2년 차 때부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직장 내에 각종 불합리한 부분들이 개선됐으면 하는 생각에서였다. 1996년 전력노조 서부지부장이 된 그는 2002년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에 당선돼 2014년까지 4번 연속 전력노조 위원장을 맡았다. 전력노조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전력 자회사와 출자회사의 민영화 반대 투쟁을 주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1300명의 정규직 전환, 콜센터 노조 설립 등을 이끌었다.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그는 노동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노동, 성별 임금 격차라는 성차별적 노동 현실에 눈을 떴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남녀 동일 임금 실현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2010년 한국노총 여성노동자대회에서 남녀 고용 평등을 위해 애쓴 활동가에게 주어지는 평등상을 수상했다. 이후 2012년 공공노련 초대 위원장을 맡아 3번의 임기를 역임한 그는 2017년 한국노총 26대 위원장에 당선됐다.

“한국노총에 성평등 인식을 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할까 많은 의견을 들었습니다. 유엔여성이 제창한 히포시가 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위원장으로서 그는 성희롱·성폭력 없는 평등 일터 만들기 공동 캠페인에 전 조직이 동참하도록 촉구했다. 2018년 한국노총 간부 100여명을 대상으로 히포시 세미나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권역별 찾아가는 성평등 노동교실’을 세종시와 울산시, 청도군, 수원시에서 4차례 운영했다. 지역의 단위노조 대표자들과 남녀 조합원 및 간부를 대상을 한 성평등 교육으로, 강의마다 100명 넘게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남성 조합원들과 간부들이 참여하면서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며 “그 동안 노동 운동 내 성평등 운동은 여성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젠 남성들도 같이 나서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노총은 여성폭력추방주간(11월25일~12월1일)에 ‘차별과 폭력 없는 일터 만들기 캠페인’을 실시해 여성인권과 노동권을 강화하는데 노조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3월 8일 ‘여성의 날’에는 여성노동자대회를 통해 국제노동기구(ILO) 100주년 총회에서 ‘폭력과 괴롭힘 근절 협약’이 제정되는데 관심을 크게 하기 위해 힘썼다. 내년에는 정부가 조속히 이 협약을 비준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한국노총 홈페이지에 ‘조합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리고 오는 21일 열리는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장이 아닌, 한 사람의 한국노총 조합원으로서 우리 조직을 적극 응원하는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약력

△1961년 경북 상주 출생 △원광대 전기공학 학사, 건국대 산업대학원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경영학 박사 △1986년 한국전력공사 입사 △2002년 4월~2014년 3월 한국전력노조 위원장 역임(4선)△2003년 3월~2017년 1월 한국노총 부위원장 △2017년 2월~ 한국노총 제26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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