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사이드 철폐 촉구’ 시위
온라인 통해 익명의 여성들이 주축돼 열려
2000여명 참여

28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 온라인을 통해 모인 2천여명의 여성들이 페미사이드(Femicide) 철폐를 촉구하며 물감을 묻힌 빨간 손바닥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서현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 온라인을 통해 모인 2천여명의 여성들이 페미사이드(Femicide) 철폐를 촉구하며 물감을 묻힌 빨간 손바닥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서현 기자

 

“지난 두 달간 우리는 두 명의 자매를 잃었다. 두 명의 자매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죽었다!“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 온라인을 통해 모인 2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여성들이 페미사이드(Femicide) 철폐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페미사이드는 남아프리카 출신 작가 다이애나 러셀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의 합성어다. 남성에 의한 여성혐오 살해를 뜻한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여성차별 행위로 살해 동기와 이유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에만 있는 것을 뜻한다. 

시위에 앞서 주최측은 지난 10월과 11월 고 설리(최진리·25)와 고 구하라(28)의 연이은 여성혐오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 이번 시위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고 설리는 여성 연예인에게 가해지는 여성혐오가, 고 구하라는 성폭력과 재판부의 성 인지 감수성 없는 태도가 비보의 원인이 되었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28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 2천여명의 여성들이 페미사이드(Femicide)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검은 옷을 입고 모였다. ⓒ김서현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 2천여명의 여성들이 페미사이드(Femicide)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검은 옷을 입고 모였다. ⓒ김서현 기자

 

이번 시위는 신상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익명의 여성’에 의해 온라인상에서 제안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스태프가 되었으며 필요한 비용 역시 전액 모금을 통해 충당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페미사이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참가했다. 

이들은 “국가는 여성들에게 기본적인 울타리도 되어주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정부는 즉시 페미사이드와 성 불평등을 타개할 실질적 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직접적인 흉악범죄가 아니어도 여성 살해는 꾸준히 일어난다”며 “여성은 가부장 폭력, 이성애 관계 속 남성 폭력, 길거리 여성 폭행, 강간, 성추행, 성희롱,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그러나 여성 피해자들은 항상 완전무결할 것을 강요당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손바닥에 빨간 물감을 묻히고 “페미사이드 스톱(stop)”, “정부가 가해자다”, “검찰이 가해자다” 등을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 온라인을 통해 모인 2천여명의 여성들이 페미사이드(Femicide) 철폐를 촉구했다. ⓒ김서현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 온라인을 통해 모인 2천여명의 여성들이 페미사이드(Femicide) 철폐를 촉구했다. ⓒ김서현 기자

 

대검찰청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강력범죄 여성피해자 비율은 89.2%로 남성 피해자의 9배에 달한다. 심지어 늘어나는 추세다. 2000년 강력 사건 전체 피해자 8765명 중 71.3%(6245명), 2011년 2만8097명 중 83.8%(2만3544명)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남성간 가해와 피해가 많을 것으로 인식 되는 폭력범죄에서 또한 2018년 여성 피해자의 비율은 38.1%로 전년도 대비 0.8% 높아졌다. 

지난 11월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지난 10년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의 수는 최소 887명으로 최소 3.5일에 1명이 살해당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7년 주거침입 관련 범죄는 총 7만1868건이었다. 이 중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는 99.8%에 이르렀다. 강지현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에 따르면 33세 이하 여성 1인 가구는 남성보다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11배, 범죄 희생자가 될 가능성은 2.3배 높다. 

 

28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 페미사이드(Femicide) 철폐를 촉구하며 모인 여성들은 여성 폭력과 살해를 방관하며 여성혐오를 일삼는 모든 사람을 페미사이드의 가해자로 지목했다. ⓒ김서현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 페미사이드(Femicide) 철폐를 촉구하며 모인 여성들은 여성 폭력과 살해를 방관하며 여성혐오를 일삼는 모든 사람을 페미사이드의 가해자로 지목했다.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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