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과 국세청
떴다방과 국세청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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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얼마 전 TV 화면에 보기 드문 광경이 비쳐졌다. 완장을 찬 국세청 조사반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앉아서 지키고 있는 장면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가진 전가의 보도인 국세청의 힘을 부동산 거래 현장에까지 동원한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부동산가격 상승도 다른 물건과 마찬가지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난다. 최근 몇 년 동안 주택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특히 수요가 많은 서울에는 아직도 집 없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돈이 많이 풀려 시중의 유동성은 풍부한데 저금리와 주식시장의 약세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것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이런 수요공급 여건에 더해 부동산 값을 부채질한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부동산투기 기법들이다.

사전에도 없는 ‘떴다방’이라는 이동 중개업소가 생겨나 임시로 친 천막 아래에서 수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사고 판다. 오피스텔 선착순 분양에 밤을 새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아파트 분양권을 전매해 차익을 남기는 전통적인 수법을 제한하자 재빨리 주상 복합건물로 표적을 옮긴다. 지은 지 스무 해가 될까 말까한 건물들을 헐고 새로 짓기 위해 혈안이 된다.

정부 부동산 투기억제 의지 천명

전천후적인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내 놓은 대책도 거의 전방위적이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분양권의 전매를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상복합 건물에 대해서도 제한했다.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해 무분별한 재건축을 승인하지 않도록 했으며, 재건축물의 분양은 80% 시공 이후에 하도록 했다. 투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양도소득세 부과를 확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밀 분석과 자금 출처조사를 실시하며, 앞으로 보유과세를 늘릴 것이라는 방침도 발표했다.

서슬이 퍼런 정부 정책 때문인지 이달 들어 부동산에 대한 과열 현상이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던 아파트 청약이 미달 사태를 보이는가 하면 가격도 내리고 거래도 뜸해졌다. 이에 따라 영업에 타격을 받은 부동산 중개업소가 문을 닫는가하면, 국세청의 현장조사에 맞서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를 공표하겠다고 으름장도 놓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일시적인 진정기간만 지나면 앞으로도 부동산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값이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후반 그리고 최근 2002년 이후 등 주기적으로 큰 오름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건상 꼭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서울에서는 집이 모자라지만 전국적으로는 주택 보급률이 이미 100%가 넘는다. 지금은 돈이 많이 풀려 있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것도 시간문제다. 가계부채로 인해 금융권의 대출이 제한될 경우에는,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 붕괴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 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이 부족하고 또 정책 집행에 대한 의지나 실효성도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중개업소 조사를 위해 동원된 국세청 요원이 3000명이라고 하니 투기억제에 대한 의지는 강하게 천명한 셈이다. 또한 전산망의 확충으로 부동산 거래현황 파악이나 세금징수의 효율성도 훨씬 높아졌다. 정부가 정치일정이나 이해관계자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부동산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부동산 투기의 소지를 잠재울 수 있다. 떴다방이 사라지고 세무서 직원이 중개소를 지킬 필요가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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