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자 서류 심사비 100만원
싱글맘 여성 신인 정치인에겐 벅차

 

자문은 이것이다. “여성 신인 정치인이자 소득분위 10등급인 나는 끝까지 총선 전투를 치를 수 있을까?” 이른 새벽부터 책상에 앉았다. 서재의 형광등을 켜자마자 보일러를 먼저 가동시킨다. 컴퓨터를 켜고 어제 작성하다 만 ‘000당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 검증 신청 공모 (2차 공모)’ 서류를 다시 끄집어낸다. 당 앞으로 입금 확인 서류를 업로드하지 않으면 다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서류작성 시스템 탓에 어제 오후에 작성을 중단한 서류파일이다. 공모 서류 심사비 100만원 때문이다. 첫발을 내딛자마자 맞닥뜨린 비용문제 때문이다. 아니, 첫발이랄 것도 없는 서류심사 단계부터 부닥친 비용 때문이다. “당의 공모서류 심사비가 100만원씩이나 될 줄 미처 고려하지 못한 어리숙함은 나의 잘못인건가! 세 아이들을 뒷바라지해야하는 가난한 싱글맘이 오롯이 져야 할 부끄러움인 것인가?” 자책과 원망에 젖는다.

저출산‧고령사회, 그리고 1인 여성가구가 증대하는 현실에서 여성의 정치·경제적인 참여 확대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이슈도 넘친다. 마치 양성평등을 넘어 여성상위 시대가 도래한 것이 아닌지 착각도 넘친다. 대표적으로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진즉부터 여성신인을 위한 특별배려 방안을 거의 당 마켓팅 수준에서 지속해 왔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러한 의지는 성인지감수성 빈곤 탓에 그야말로 선거 마켓팅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당과 선관위에 내는 각종 공식적인 경선 및 본선 비용이 최소 3000여만원을 넘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시기심을 사고 있는 여성신인 가산점 25% 혜택이라는 것은 어차피 최소 2000만원이라는 각종 비용의 강을 건너야만 비로소 주어지는 것이니 필자 같이 가난한 여성 도전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림의 떡 앞에 서있는 여성정치 도전자들은 그럼 얼마나 많을까?

지난 20대 여성 국회의원 숫자와 그 구성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여성 의원은 51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지역구 의원 수가 비례대표 수보다 적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제공하는 여성의원 비율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8.8%이지만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7%로 30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나마 이만큼 여성의원 숫자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적극적 조치인 비례대표 선거법 덕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이제 21대 국회를 준비하는 정치권은 성인지감수성을 더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지역구 30% 여성의무 공천’을 실현하려면 좀 더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즉, 여성신인의 경우 재산과 소득수준을 감안한 비용 경감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조직과 인맥, 경제력을 가진 일반의 남성‧기득권 후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실질적인 성인지감수성이다.

미래산업보고서 저자 알랙 로스는 미래산업을 주도하는 주요 전략 3가지 중 하나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여성을 제대로 우대하는 것은 옳은 일일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합당하다”라고 단언했다. 또 며칠 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여성들이 2년만 통치한다 해도 엄청난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급진적인 표현으로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도 사회적 소수자로서 여성에 대한 온정과 배려가 아닌 현실적인 생존전략으로서 여성에 대한 이해를 정치권부터 현실화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백다례 혁신도시사회문화연구소 소장
백다례 혁신도시사회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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