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공동 경영 유훈과 다르게 운영”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유훈 잇는 중” 반박

한진가 3남매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형제간 공동경영을 강조한 선대 회장의 유훈을 어겼다고 불편한 심기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경영권 승계 관련해 한진가 불화설이 사실로 확인돼 한진가 3세간 ‘남매의 난’으로 일컫는 경영권 다툼이 불붙을 조짐이다.

한진가 3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에서 물러난 조현아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조원태 회장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후계자 지명 없이 구획 정리를 하지 않은 채 고(故) 조양호 회장이 지난 4월 갑작스런 별세한 이후 조원태 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을 지켜봤던 조 전 사장이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드러내 예고된 남매간 갈등이 터졌다는 것이재계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조 전 부사장은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한진그룹) 경영상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며 “한진그룹 주주 및 선대 회장 상속인으로서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자신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조 회장이 최소한의 사전 협의 없이 경영상 주요 사항들을 독단으로 결정했으며 자신의 복귀에 대해 어떤 합의가 없음에도 대외적으로 합의를 한 것처럼 비춰졌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내년 3월 23일 조원태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 주주총회에서 사실상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선전 포고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재계에선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회장 간 불화설이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그룹 총수 지정을 제출하라는 시점에서부터 흘러나왔다고 보고 있다. 조 회장이 한진칼 이사회 내부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은 조양호 회장의 장례가 끝난 지 불과 8일 만인 지난 4월 24일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이 유족과 장례 기간 합의를 거쳤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조 회장 측이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 치고 나갔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여기에 조 회장이 취임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해 공정위가 직권으로 한진그룹 총수를 조원태 회장으로 지정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경영승계를 반대하는 회사 내부 반발로 발생한 일이라는 해석이 많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무는 지주 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각각 6.52%, 6.49%, 6.47%를 보유했다. 이명희 전 이사장은 지분 5.31%다. 조양호 회장 유족들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28.94%다. 조 회장이 압도적으로 지분율이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진칼 1대 주주는 외부 세력인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로 15.98%, 대호개발 등 반도건설 계열사가 6.28%, 국민연금 4.1%가 차지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희 전 이사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 잡고 조원태 회장을 외면할 경우 내년 3월 23일 주주총회에서 지분율이 12%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총수 교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은 이날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함과 동시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붕ㅇ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논란이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 회사 측은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입장문 외 남매간 불화설 등 말할 수 없다"라고 함구했다.

일각에선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동생을 비판하는 입장자료를 낸 것은 한진가 맏이이자 주요 주주로서 경영에서 조원태 회장으로 재편된 후 1년 7개월간 무직으로 경영에서 배제된 불만이 쌓였던 것으로 점쳐진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2015년 이후 물러난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칼호텔로 경영복귀를 시도했다가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사태로 복귀하지 못했다. 이어 조양호 회장이 별세 후 조 전 부사장이 한 계열사를 맡아 경영에 복귀할 관측이 나왔으나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한진그룹이 임원의 20%를 줄여 단행한 인사에서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복직을 반대해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창사 이후 첫 단기 무급휴직을 시행했으며 6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한진그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자가 나는 왕산레저개발 등 레저 계열사나 골프장을 구조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2014년 이전까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로 재직한 조 전 부사장이 견제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