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첫 성폭행 의혹 제기 이후
폭행, 또 다른 성폭행 주장도 나와
김건모 "사실 아니다" 무고 맞고소

8일 간 쏟아진 2263건 기사 중
‘미투’라고 쓴 기사는 0건

ⓒ아이스타미디어

'국민가수'로 불렸던 김건모(51)의 추락이 끝이 없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어머니와 출연해 인기를 누리고 3월 결혼까지 발표했지만 지금은 성폭력, 폭력 가해 의혹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적나라한 폭로전에 성인지 감수성 부족한 언론보도와 누리꾼의 반응까지 더해져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다.  

 

△성폭행 의혹 제기 
지난 6일, 강용석 변호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가수 김건모가 2016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유흥주점에서 여성 종업원 A씨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건 당시 김건모가 방송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에서 자주 입고 나오던 배트맨 로고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방송에서 이를 입고 등장하고 그 모습을 가족들이 웃으며 보는 모습이 괴로워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건모 측은 제기 된 의혹에 관해 “사실이 아니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폭로 다음날인 7일, 김건모는 예정된 콘서트들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며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강행했다. 콘서트에서 김건모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현명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행에도 불구하고 9시 반까지 예정된 콘서트는 9시에 끝났고 티켓을 판매한 사이트들에는 “성의 없는 콘서트”라는 관개들의 평이 쏟아졌다.

8일 방송 된 미우새에서 가수 김건모(51.뒷모습)가 예비신부 장지연씨를 안고 있다.
8일 방송 된 미우새에서 가수 김건모(51.뒷모습)가 예비신부 장지연씨를 안고 있다. 사진 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캡쳐

 

8일, 미우새는 공교롭게도 김건모가 예비신부 장지연씨에게 프러포즈하는 에피소드를 방영할 예정이었다. 앞서 미우새는 게스트로 배우 구혜선을 섭외해 촬영했다가 방영 날 안재현과 구혜선의 불화·이혼설이 불거지며 구혜선이 출연한 분량 전체를 편집한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미우새는 김건모의 프러포즈 에피소드를 편집 없이 정상 방영했고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연예인을 SBS와 제작진이 감싼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기자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수 김건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가로세로연구소는 김건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A로부터 제보를 받고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A씨 성폭행 고소-B씨 폭행 의혹 제기 
강용석 변호사는 9일 A씨의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날 강 변호사는 추가 피해자가 있음을 밝혔다.

10일 강 변호사는 이번에는 김건모의 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강 변호사는 “2007년 1월 강남 테헤란로의 한 유흥주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B씨가 김건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B씨는 시끄럽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고 밝히고 폭행 직후 내원한 병원 응급실에서 받은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를 공개했다. B씨는 당시 안와상 골절과 코뼈 골절을 진단 받았다. B씨는 “다음 날 김건모와 가게 업주가 경찰에 신고를 못 하게 했다”고 밝히고 당시 두 명의 기자가 취재까지 했으나 보도되지 못 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17일에도  “김건모 성범죄 피해자”라고 소개한 여성과의 통화 중 일부를 공개했다. 가세연은 이 여성은 당시 일로 김건모를 고소할 생각은 없지만, 가세연에서 공개한 첫 번째 성폭행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공연기획사 아이스타미디어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김건모의 전국투어 콘서트 일정에 대해 “최근 발생한 아티스트 측 이슈로 12월24일부터 내년 2월29일까지 예정돼 있던 전국투어 일정 전체를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수 김건모 소속사 손종민(왼쪽) 건음기획 대표와 변호인인 법무법인 서평 고은석 변호사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김건모를 성폭행으로 고소한 여성을 명예훼손 및 무고로 고소장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건모 측 무고 맞고소 입장 발표
13일 김건모 측은 A씨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밝히고 “강남경찰서에 유튜브 방송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 김건모의 명예를 훼손하고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사실을 고소한 A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및 무고로 고소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건음기획 손종민 대표와 고은석 법무법인 서평 변호사가 김건모를 대리해 A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무고로 맞고소 했다. 

검찰은 A씨의 고소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유현정)에 배당하고 강남경찰서에 수사를 맡겼다. A씨는 14일 9시간 동안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관련 증거를 제출하고 강력한 처벌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당시 유흥주점 마담이 A씨를 회유와 압박, 조금 세게 말하면 협박하고 있다고 알려왔다”며 “김건모는 피해 여성을 모른다고 했는데 어떻게 마담이 피해 여성을 회유하고 압박 및 협박을 하는지 굉장히 이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16일 강남경찰서는 신변 보호 심사위원회를 열고 A씨를 신변보호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유튜브 정배우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중 김건모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 C씨와 전화 인터뷰를 해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C씨는 “김건모가 여성들이 제모를 했으면 싫어한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룸에 들어갔다”며 “앉아서 술을 마시는 데 확인해보겠다며 만지겠다고 했다. 안된다고 하자 욕하며 나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진술과 증거 검토를 마치는 대로 김건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을 #미투라 부르지 않는 이들 

지난 10일, A경제지는 ‘유흥업소 직원인데 강간죄라니...김건모 사건 후폭풍’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개했다. 김건모에 제기 된 성폭행 의혹 이후 유흥업소 종사자와의 성관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를 상담하는 남성들을 내용으로 다뤘다. 심지어 최근 사라졌던 ‘○○녀’라는 표현까지 종합 일간지 보도에 등장했다. C일보는 ‘강용석, 김건모 ‘성폭행 의혹’이어 ‘유흥업소女 폭행 의혹’ 제기... 유튜브서 인터넷 공개’라며 폭행 피해자 B씨를 ‘○○녀’로 지칭했다. 일방적으로 김건모 측 주장을 그대로 싣으며 중립적 자세를 잃은 기사들도 등장했다. 또 다른 언론사들은 김건모 측이 밝힌 입장문에 나타난 ‘거짓미투’라는 단어를 그대로 제목에 싣거나 ‘미투피싱’ 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없이 썼다. 성범죄와 폭력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보도와 사건 이해에 전혀 불필요한 정보인 김건모의 성적 취향 등에 관한 내용도 쏟아졌다. 

지난 2012년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기준’에서 “가해자 중심적 성 관념에 입각한 용어 사용을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의 자성 없는 보도 이면에는 피해 사실을 호소한 이들이 성적 권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이해되는 유흥업소 종사자라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미투 열풍을 지나며 언론은 성범죄 보도에 이미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번 김건모 사태를 두고 ‘#미투’라는 표현을 정확하게 사용한 기사는 6일부터 13일까지 쏟아진 기사 2263건 중 단 한 건도 없다. 

이러한 언론의 태도는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뉴스 댓글에서 네티즌들은 성폭력과 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A,B씨에 대해 “왜 지금 고발하는가?”, “유흥업소 종사자가 무슨 성폭력인가?”라며 의도를 의심하고 성폭력 피해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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