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 단장
국내 최초 여성 오페라 연출가
움베르토 조르다노 극장과
오는 22일 협업 공연 올려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 단장(74)이 9일 서울 서초구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신문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 단장(74)이 9일 서울 서초구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신문

‘동북아를 음악으로 아우른다’는 의미로 베이징(Be), 서울(Se), 도쿄(To)의 머리말을 딴 베세토오페라단은 오는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올릴 공연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 단장(74)은 메조 소프라노 출신이다. 성악가에서 연출가로 변신, 그동안 ‘토스카’, ‘카르멘’, ‘춘향전’ 등을 연출해 국내외에서 공연했다. 이탈리아 움베르토 조르다노(Umberto Giordano) 극장과 협업하는 이번 공연은 잘 알려진 오페라 작품 ‘카르멘’과 ‘라보엠’을 노래와 연주 중심으로 무대에 올리는 콘서트 오페라(콘체르탄테)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이번 움베르토 조르다노 극장과의 협업은 어떻게 성사된 것인가요.
제가 2006년 세종문화회관에 오른 푸치니의 ‘토스카’라는 작품에서 이탈리아 성악가 파비오 아르밀리아토의 노래를 듣고 많은 감명을 받았어요. 아르밀리아토가 혼신의 힘을 쏟아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사람이 한국에 와서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후 여러 번 극장을 통해 러브콜을 보낸 결과 이번에 공연을 함께 올리게 됐습니다. 이탈리아 사람인 그도 모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 한국에 대한 인상이 긍정적이기도 했고요. 

콘서트 오페라는 어떤 공연입니까?
이번에는 콘서트 오페라인 콘체르탄테(concertante) 형식으로 공연을 구성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공연에 스토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번에는 ‘카르멘’과 ‘라보엠’ 두 가지 작품을 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간결하게 다듬는 작업도 했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이 보기에 재미있고 관람이 편할 것입니다. 

오페라 연출은 예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큰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인데, ‘여성’ 연출가라서 남달리 겪은 일도 있습니까?
여성인 제가 색다른 연출을 시도할 때 남성 연출가들의 반발이 심했어요. 저는 ‘피가로의 결혼’을 연출할 때 주인공이 앞에서 노래하면 두 사람이 사랑했던 느낌을 춤으로 표현했거든요. 그런데 이 연출에 대해 ‘무대에 춤을 넣으면 노래가 죽는다’는 식의 반대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춤을 넣는 것을 다 받아들이는 시대가 됐죠.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 단장. ⓒ여성신문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 단장. ⓒ여성신문

오페라 가수로 출연하다가 어떻게 연출을 하게 됐나요?
유학 시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일주일에 4-5번씩 본 것 같아요. 그것도 무대의 모든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은 자리인 스코어-데스크(Score-Desk Seat)에서 봤어요. 이 자리는 악보를 보면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좌석인데요. 저는 무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배우들의 표정, 지휘자의 몸짓은 어떤지 등을 직접 보면서 오페라 연출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저도 성악을 했지만 연출은 창의력·순발력으로 무대의 모든 구석을 어루만질 수 있잖아요. 제가 여성으로서 연출가의 길을 트니까 후배들도 지금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출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궁금하다
저는 호랑이처럼 할 때도 있고 부드럽게 할 때도 있어요. 두 개를 겸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호랑이 같은 지휘자 선생님을 겪고 상처를 받은 기억 때문에 느낀 점이 많아요. (웃음) 성악가들도 액팅을 할 때 소화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에게 호랑이 같으면 안 됩니다. 유도를 해서 내면에 있는 것을 보여주게끔 달래야 해요. 관객들에게 아름답고 멋있는 순간을 보여줘야 하는데 예술가를 주눅 들게 만들어서는 안 되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제 꿈이 있다면 제가 처음 꿈을 키운 곳인 메트로폴리탄에서 우리나라 오페라를 올리고 싶어요. 춘향전과 황진이 이 두 가지 작품을 엮어서요. 특히 춘향전의 현제명 작곡가가 워낙 곡을 잘 썼기도 했고요. 만약 올린다면 주로 사용되는 삼화음 대신 따로 편곡도 하고 싶어요. 일본 같은 경우 오자와 세이지(小澤征爾)라는 지휘자가 공연을 올리면 일본의 기업들이 그 공연의 표를 다 사서 매진입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오페라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저도 오페라 연출로 국위선양을 하고 싶습니다.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 예술총감독·단장은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해 미국 Manhattan School of Music 대학원에서 오페라를 전공했다. 강 단장은 메트로폴리탄 콩쿠르 Grant·케네디 콩쿠르·푸치니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그는 이탈리아 순회 연주·뉴욕 링컨 센터·메트로폴리탄 박물관·세종문화회관·예술의 전당 등에서 연주 및 독창회를 다수 진행했다. 한국 국립·서울 시립·김자경 오페라 등에서도 ‘카르멘’, ‘삼손과 데릴라’, ‘아이다’ 외 주역의 오페라에 200여회 출연했다. 이후 대한민국오페라협회를 발족시켜 오페라 저변 확대에 기여했으며, 2011년 ‘삼손과 데릴라’로 제4회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를 역임해 김자경 오페라단 초대 단장·대한민국 오페라단 초대 이사장 등을 지내며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세토오페라단과 움베르토 조르다노 극장이 공동 주최하고 에몬스 가구와 사)오페라단 연합회가 후원하는 콘체르탄테 오페라 ‘카르멘·라보엠’이 오는 12월 22일 롯데콘서트홀서 개최한다.
베세토오페라단과 움베르토 조르다노 극장이 공동 주최하고 에몬스 가구와 사)오페라단 연합회가 후원하는 콘체르탄테 오페라 ‘카르멘·라보엠’이 오는 12월 22일 롯데콘서트홀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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