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마다 한 명의 여성이 믿었던 남성에게 죽었다
1.8일마다 한 명의 여성이 믿었던 남성에게 죽었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12.11 17:30
  • 수정 2019-12-11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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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2018년까지
친밀한 관계 남성에게 사망한 여성 887명
언론보도로 밝혀진 최소한 추정
가정폭력·데이트폭력 관련 통계 없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0대 국회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0대 국회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가정폭력 범죄를 범하거나 범하려고 할 때 이를 예방하거나 방위하기 위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를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상정 후 통과되지 못했다. ⓒ여성신문

 

연인간 어떠한 폭력도 없이 헤어지는 것을 뜻하는 ‘안전이별’이라는 신조어가 여성들의 일상에 자리잡았다. 한때의 유머로만 치부하기에는 신조어 속에 잔인한 현실이 숨어 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10년간 언론에 보도 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87명이었으며 미수 사건 피해자를 포함하면 1614명에 달했다. 친밀한 관계란 배우자 또는 데이트 상대를 뜻한다. 

한국여성의전화(상임대표 고미경)가 10일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매년 신문 등 언론에 보도된 사건 중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의 수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은 최소 3.5일에 1명이 친밀한 남성이 가한 폭력으로 살해됐으며 살인미수와 이에 준하는 폭력으로 위험에 처한 경우까지 합치면 1.8일에 1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87명이었으며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727명,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는 최소 386명에 달했다. 이는 단순히 언론에 드러난 피해자만을 집계한 것이며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할 경우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국장은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가 이혼이나 결별 등 피해자의 관계중단 요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에 대한 통제와 지배’라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의 본질의 명백히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정부는 여성살해의 원인과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국가통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영구 SBS기자는 2014년 1월 1일부터 2019년 7월 31일까지 확정선고를 받은 부부간 살인사건 1심 판결문 100건을 분석했다. 분석한 결과 34건의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에서 사건 전 가정폭력을 입은 여성의 정당방위가 인정된 건은 34건 중 0건으 드러났다. 재판부는 도리어 ‘다른 수단이 없을 만큼 급박한 상황 아니었다’, ‘현장을 벗어나 극단적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등 폭력 피해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 통계의 정확성이 요청되지만 통계가 분산적으로 수집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여성 살해와 관련된 국가통계가 제대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성폭력에 관한 통계는 경찰 범죄통계, 대검찰청 범죄분석, 법무부 여성통계, 법원행정처의 사법연감 등이 다룬다. 그러나 범죄통계원표상 기본적으로 수집되어야 할 ‘가정폭력 여부’는 경찰 등에서 필수로 입력하는 항목으로 지정되어있지 않아 통계치를 낼 만큼의 유효값이 확보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또 피의자원표상 ‘피해자와의 관계’도 가정폭력의 주 대상인 ‘배우자’ 항목이 빠져 있다. 따라서 범죄통계로는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를 확인할 수 없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배우자폭력 피해자의 1.7%만이 신고를 하고 2017년 가정폭력 기소율은 9.6%, 성폭력 기소율은 33%에 불과했다. 형사처리 없이 가정보호건으로 처리하는 비율은 34.8%에 이른다”고 비판했다. 

송 사무처장은 폭력의 본질을 호도하는 ‘이별범죄’ 또는 ‘안전이별’과 같은 단어에 유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단어들은 낭만적인 사랑의 연장선에 폭력이 어쩔 수 없이 있었던 것처럼 심각성을 희석시킨다고 봤다. 여성폭력과 살해는 친밀한 인적관계를 이용한 폭력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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