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패스트 패션을 엄마 패션에 접목한 백화점 브랜드 '몬테밀라노', 온라인 시장 도전
유통·생산 등 거품 제거한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 호응

 

오서희 린에스앤제이 대표. ⓒ린에스앤제이

미스코리아 출신, 서양화를 전공한 한 여성이 패션업계에 발을 디딘 지 18년 만에 비쥬류인 ‘엄마 패션’ 백화점 브랜드로 연 400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디자이너가 만드는 엄마들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라는 슬로건으로 중장년층 대상 여성 의류를 디자인하고 있는 오서희 린에스앤제이 대표는 2001년 창업해 몬테밀라노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디자인 실장이자 오너인 그는 특유한 허스키한 목소리와 호탕한 웃음에 기자는 압도될 정도였다. 몬테밀라노는 중국법인은 물론 현재 국내 백화점과 아울렛 입점 등 전국 6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브랜드 몬테밀라노를 간략히 소개해달라.

“몬테밀라노는 올드한 ‘엄마 패션’을 깨고 감각적인 특유의 패턴과 디자인, 체형 커버와 편안함,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춘 중년 여성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는 브랜드다. 제품의 95% 이상이 물빨래가 가능한 원단으로 제작해 실용성을 높였다. 빠른 상품 회전율이 브랜드 다. 매주 수요일, 목요일마다 30개 신상품이 입고된다. 한해 선보이는 디자인만 1000여 개에 이른다. 전세계적으로 중장년층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몬테밀라노가 유일하다.”

창업자로서 어떤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가.

“오너란 이익이 없으면 집까지 팔아야 한다. 단순히 법인이기에 회사를 접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무한책임을 지고 싶은 저를 보면 자신의 미래도 맡길 수 있는 그런 책임감 있는 오너가 되기 원했다. 첫 장사는 두 군데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로 시작했다. 정규 매장도 아닌 임시 장사하는 소위 매대장사였다. 그 당시 몬테밀라노 전체 직원이 저를 포함해 4명이었다. 회사에서 먹고 자고 3일 밤을 새다가 오픈 당일 깜박 새우잠이 들었다. L백화점 층 담당자가 ‘오픈 시간이 다가오는데 몬테밀라노 판매직원만 없어요!’라고 했다. 아르바이트생이 출근하지 않은 것이다. 택시를 타고 아르바이트생 대신 팝업매장에 가서 장사했다. 그것이 몬테밀라노 첫 시작이었다.”

엄마들로 붐비는 몬테밀라노 매장 전경. ⓒ몬테밀라노
엄마들로 붐비는 몬테밀라노 매장 전경. ⓒ몬테밀라노

 

마담브랜드와 달리, 백화점 브랜드 몬테밀라노가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국 광저우에서 생산공장이 있다. 디자인실, 공장, 물류, 매장을 원스톱으로 직영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원가를 낮춰야 소비자 가격이 낮아진다. 상식적 선에서 사업을 하고 싶었다. 누구도 비슷한 옷을 더 돈을 주고 사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고객도 같은 마음이라고 봤다.”

오 대표가 처음부터 사업에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2001년 오 대표는 몬테밀라노를 이탈리아 수입 의류 편집매장으로 시작했다가 2003년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빌려 재고를 팔아야만 하는 상황까지 몰린 적 있다. 가격을 1만9000원으로 낮춘 니트 티셔츠 80벌이 다 팔리는 것을 보고 업체 기준 가격이 아닌 소비자가 정한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고가격정책을 포기하고 단명할 위기에 처한 몬테밀라노를 가격대를 낮춰 SPA(제조,유통 일괄 의류회사) 방식을 고안한 것이 그의 경영 전략이다.

처음부터 몬테밀라노로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이태리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지금 반포 센트럴시티(신세계 강남점), 갤러리아 타임월드점 등 정규 매장 6개를 오픈했다. 장사가 잘 됐다가 어느 날은 잘 안되기도 했다. 매출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다. 백화점 팀장님이 스쳐 지나가는 말로 루이비통이 타 브랜드보다 왜 명품이냐고 물었다. 그의 답은 비가 오나 경기가 나빠도 매출이 일정하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중국 광저우로 향했다. 이태리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6개의 몬테밀라노 직영점을 과감히 없애고 중국 생산으로 바꾸고 가격을 내렸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본점 2층에 4평짜리 매장을 4개월간 하게 됐다. 하루 평균 1000만원을 판매했다. 1벌 당 2만9000원에서 5만9000원대로 팔았다. 그 당시 고객이 가격을 정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소비자 가격은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이지만 업체가격을 적었던 것이다. 매장을 다 접고 행사 위주로 했다. 중국에 물건을 가지러 가야 했고 직접 영업했다.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된 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울었다. 그 후 현장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온라인 구매로 소비자들이 옮겨가는 중이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전체(오프라인) 매출 400억원 중 자체 온라인 쇼핑몰에선 연 10억원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오프라인이 먼저다. 온라인 시대라고 해도 엄마들은 체형이 변하기 때문에 오프라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고객 만족도가 오프라인이 온라인보다 높다. 매장에선 눈을 맞추고 ‘사람 살 냄새’가 난다. 오프라인에서 반품 시 미안한 감정에 마음이 담긴다. 오프라인이 정이 있고 입어볼 수 있다. 온라인의 편리함인지, 오프라인의 따뜻함을 온몸 세포가 느끼는 것인지 차이다. 오프라인 브랜드가 온라인에 도전장을 낸다는 것이 좋겠다.”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어려워 결혼을 기피하고 있다.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팁이 있을까.

“아이 낳고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은데 일을 해야 한다. 아이 키우고 살다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자신이 없어진다. 여성들이 경제력을 가지고 동등해지려면 일을 해야 한다. 여성이라고 대학교 학비가 싼 것이 아니지 않나. 여성은 당당하면서 겸손하게, 나설 때 나서지만 나대지 말아야 한다. 상당한 심리전을 동반한다. 또 본인을 위해 한달 30~50만원 정도를 차라리 써라. 동대문이나 고속터미널,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귀걸이, 헤어핀 등 예쁘고 저렴한 액세서리가 많다.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성신문> 독자들에게 강조할 한마디.

“자신의 커리어를 단절시키고 싶을 때가 있으나 힘든 것은 본인에게만 오지 않는다. 나중에 경력단절 복구가 어렵다. 스스로 스트레스 관리를 하고 자기 생활을 조절해야 한다. 경력단절된 나를 누가 도움을 줄 것 같아도 도와주지 않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